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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신에서 만난 이야기들

아오자이, 돈 벌러 온 사람이, 주부식 구입

by 전희태
%BEƿ%C0%C0%DA%C0%CC1(8144)1.jpg 아오자이의 산뜻해 보이는 모습 (인터넷에서)


1) 아오자이


현대 비나신 조선소 사장님이 우리 배의 시니어 사관들에게 점심 대접을 한다고 해서 이곳 영빈관에 초대되어 갔다.

우리 배가 올려져 있는 도크를 훤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 이층의 하얀색으로 칠해진 멋진 건물이 게스트 하우스(영빈관)이다.

그곳에서 월남식의 점심을 대접받으며 처음으로 먹어보는 월남 전통의 정식을 즐겼다.


접대하고 있던 이곳 여자 직원들이 입고 있는 아오자이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새삼 감탄을 퍼부으며 찬사를 보내주니 그녀들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옷 한 벌을 구입해서 아내에게 선물하고픈 생각이 들어 물어보니 당사자 몸의 여러 군데 사이즈를 직접 재어서 맞춤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단다.


아내가 당장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내가 아내 몸의 모든 사이즈를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포기해야 하는 마음이 조금은 섭섭하다.



2) 베트남에 돈 벌러 왔다는 사람이...


해가 나지 않고 구름에 가려 있으니 더위의 기승이 좀 수그러든 것은 괜찮지만 만약 그러다가 비라도 온다면 우리 배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선체 외판 페인트 칠 하는 일에 지장이 있을까 봐 마지막 피치를 올림에 조심스레 열성을 다하고 있었는데.....


열심히 작업을 독려하고 감독하던 본선의 일항사가 사무실로 올라와 분개해서 하는 말이 페인트를 시공하고 있는 이곳 비나신의 외주업체의 감독이라는 한국인 현장 책임자가 본선이 요구 요청하는 일이 버거웠던지 불만을 잔뜩 가진 태도로,


-그렇게 잘 하려면 왜 베트남엘 왔어요?

-한국에서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

라는 말들을 비아냥거리듯 뱉어 낸다면서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회피하려고 만 하는 태도에 분개한 발언을 한다.


-그렇다면 자신은 베트남에 남의 돈을 그냥 공짜로 먹으려고 왔단 말인가요?

일항사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어조에, 나더러 반문하듯 말한다.


요령이나 피우며 현장의 어려움에서는 빠져보려는 그런 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일하는 작자가 계속 나타난다면 이곳 비나신의 현장 상황이 그리 밝지만은 않겠다.

이런 한, 두 사람 때문에, 도크의 앞날을 순탄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기엔, 아직은 개장하고 얼마 안 지난 초창기라 그럴 것이란 이해가 더 커 보이 긴 하지만..... 한국 사람이 그러고 있다는 게 영 맘에 안 든다.



3) 부식 현지 구입 체험담


게와 새우를 사서 별미의 식사를 해보려고, 이곳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도 조선소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앞 세워서, 도매상을 방문하고 돌아온 감독의 하는 말이 처음 Kg당 가격을 정하고 나서는 그게 몇 킬로그램이 되던 상관하지 않고 에누리를 허용하지 않고 똑같은 가격에 판매하는 상도의를 가지고 있는 이곳의 풍습에 놀랐단다.


큰 게는 킬로그램당 3만 동, 작은 것은 2만 동이고 새우는 살아있는 것이 7만 동이라고 했다는데 전체적으로 원하던 양에 미치지 못해 더 시키니 다른 곳에서 가져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 구입하면 마지막 우수리로 떨어지는 가격은 또 깎아 줄만도 한데 일체 그런 것이 없이 똑같은 가격으로 돈을 받더란다.


쉽게 우리 돈으로 계산하려면 10대 1로 보면 되니 킬로 그램당 3천 원, 2천 원, 7천 원이 되므로, 특별히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이 친구들의 한 달 봉급 45만 동과 대조하면 고가의 식료품으로 특히 새우는 아무 때나 원한다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은 아닌 것 같다.



4) 귀선 시간을 트집 잡는 현지 관리


우리나라에서의 뉴스가 금강산 관광하다 억류된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북한 해군과 무력 충돌하여 발생한 그들의 침몰된 군함에 연계한 이야기로도 나오는 모양이다.


한편 텔레비전의 PD수첩에서는 월남에서 여자관계로 시끄럽게 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여주어, 월남에 진출한 사업가에 대해서는 별로인 형편으로 유도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곳 비나신의 드라이 도크에서 수리를 하고 있는 우리 배의 선원들은 물가가 싸고 상대적으로 술값도 싼 이곳 맛에 푹 빠져있는 형편이다.


매일 저녁 숟가락을 놓기가 바쁘게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해가 저문 저녁이면 온 배안이 조용하니 가라앉아 마치 산사에라도 찾아온 듯싶은 적막감마저 감돌 지경이다.


어제는 외출에서 괜히 이곳 이미그레션(출입국관리소) 관리와의 승강이가 싫어서 그들이 선원들에게 제한한 밤 11시까지의 귀선에 늦어지게 되면 아예 더 늦추어 새벽 1시를 넘겨서 들어온 사람들도 몇 명 있다.


우리들의 외출 구역을 비나신 반경 얼마로 금을 그어 놓고, 시간마저 저녁 11시까지로 정해 놓으니, 지시한 시간보다 조금씩 늦어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럴 때 늦은 사람들을 붙잡아 상륙 허가증을 빼앗는 일을 그들은 숨어서 하고 있는 거다.

뇌물을 받아 보려고 그런 방법을 쓰는 그들이 괘씸하긴 하지만 그들이 만든 법이니 우리야 따를 수밖에 없는 일.


귀선 하라는 밤 11시가 넘게 되자 아예 훨씬 더 늦추어 새벽 1시가 넘어 들어오는 편법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하루 종일 그로 인한 피로로 일에 지장을 받는 사람도 생겨나기 시작한다.


반작용의 법칙은 역시 유용한 것인가? 이렇듯 주간 과업에 지장 받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어느새 저녁 먹은 후 나가자는 유혹을, 스스로 작심하여 뿌리친 사람들도 생겨나서 저녁 일찌감치 자리에 드는 친구들도 보이긴 한다.


이 모두가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있음직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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