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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pr 05. 2019

이틀간 느껴본 브라질 커피 단상


사진:부두에서 곡물(콩)을 컨베이어로 선적하고 있는 모습.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곡물을 싣게 되는 항구에는 늘 물고기들이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어른들 장딴지만 한 월척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것을 보면 낚시하고 픈 생각보다는 오히려 거부감이 들 곤 했죠. 


 어항 속에서 물 밖으로 뻐끔대는 금붕어의 모습처럼 물 위에 떠있는 곡물을 주워 먹으며 덩치만 남산 만해진 뻐끔이들. 하긴 그런 녀석들을 좋아하는 놈들이 따로 있긴 하더군요. 

뉴올리언스에서는 악어들이 그랬고 이번 파라나구아에선 돌고래들이 그러했죠. 

배들이 접안하는 부두 바로 앞까지 와서 물고기를 낚아채가던 사냥꾼들의 모습이 커다란 고기들보다 오히려 더 큰 볼거리였습니다.


 여전히 외세의 지배를 받고 있는 브라질


 불과 이틀 동안의 브라질 기항이었지만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이들이 보존하고 있는 역사적인 건물들은 죄다 17세기부터 시작된 포르투갈의 브라질 정복과 관련된 것들이었죠.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은 것이 36년, 하지만 이들은 수백 년을 그들의 억압하에 있었으니 그것은 그럴 만도 한 일이려니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세의 점령이 독립을 이뤄낸 지 오래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란 것을 마주하게 되니 더욱더 그들의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져 왔습니다. 


 저희가 접안해서 짐을 실은 부두는 전 세계 식품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세계 3대 식품 메이저 중의 하나인 Cargill의 곡물 부두였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시면 간단히 찾아지는 사실이지만 카길과 타이슨 푸드와 같은 식품 메이저들은 예전부터 식품에 대한 유전자 조작에서부터 남미의 원시림 파괴의 주범으로까지 계속 입방아에 오르는 ‘파렴치한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식량 자체가 무기가 되는 현대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나가고 있죠. 


 특히나 요즘처럼 전 세계적인 식량부족으로 인해 곡물 자체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은 그들이 더더욱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되어주고 있죠. 굶어 죽기 싫다면 이들이 만든 곡물을 사다가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브라질에서 느낀 여전한 외세의 지배는 부두에서 보다 그들의 시장에서 심각하게 피부에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것저것 배에서는 먹을 수 없는 과자류 먹을거리들을 사러 찾은 Mart에 진열된 상품들은 99%가 Nestle의 제품이었죠. 

 아주 조금만 과장하면 그들의 가게에 놓인 상품 전부가 그 한 회사의 제품이었다는 것입니다. 

Nestle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현재 Coca-cola Company의 자회사로써 우리나라에도 테이스터스 초이스와 네스카페 같은 인스턴트커피로 그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매머드 업체입니다. 


 세계 1위 커피 생산국, 브라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브라질은 전 세계 커피시장의 절반을 담당하는 세계 1위의 커피 생산국입니다. 

 아마존으로 대변되는 비옥하고 열대성 수목에 알맞은 기후로 인해 원래 원산지인 아프리카를 능가하는 양의 커피들이 생산되는 국가죠. 하지만, 커피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는 청량음료지만 정작 그것을 만드는 이들은 적은 임금에 엄청난 노동량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로 커피를 ‘원주민의 눈물방울’이라 비유하는 쓰디쓴 표현도 등장하고 있답니다. 


그 이면에 바로 코카콜라나 카길과 같은 식품 메이저들과 스타벅스와 같은 거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의 농간이 숨어있죠. 


원래 중구난방으로 생산하던 각국의 커피 생산자들이 함께 모여서 자신의 생산량과 그에 대한 수출 쿼터, 그에 따른 이윤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던 커피는 엄청난 자본을 가진 식품 메이저들이 시장에 끼어들면서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한때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를 먹여 살리는 황금 자원으로 대변되던 커피가 하루아침에 생산자에게는 고통을 주고 식품 메이저들에게는 엄청난 이윤을 안겨주는 불공정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이죠. 


공정무역을 외치는 이들이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식품이 커피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도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와 같은 곳에서 생산된 커피를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오는 이들이 있지만 여전히 극소수일 따름이고, 정작 세계 1위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그와 같은 외침조차도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브라질에는 원두커피가 없다


원두커피 세계 1위의 생산국의 내수 시장 속에서 원두커피를 쉽게 만날 수 없었던 현실이 저를 당혹하게 만들더군요.


하루 종일 시내를 배회했어도 원두나 원두커피를 파는 음식점은 전혀 찾을 수 없는 커피 1위 생산국의 현실을 만나고 나니 지난번 콜롬비아의 일들이 다시 오버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콜롬비아는 ‘최고급’이라는 이미지와 품질을 유지하면서 그들 스스로가 프랜차이즈 업체를 키워내고 국가에서 커피 산업에 대한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브라질에서는 그와 같은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브라질에서 부식으로 실은 커피는 네슬레의 제품이고, 그나마도 너무나 맛이 없어서 배에서도 부식 창고를 채우고 있는 신세로 외면받는 것이 그들의 답답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룰라 다 시우바라는 걸출한 인물이 대통령으로 그나마 바꿔놓은 세상이 이런 모습이라니... 그 이전의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 상상도 가지 않았습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날아온 이방인의 눈에 비친 남미 1위의 대국 브라질의 현실은 이처럼 답답하기만 했죠. 

어쩌면 ‘커피’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이의 특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맛볼 수 없던 커피 1위 국가에서의 이틀간은 원래 쓴맛의 커피맛을 앞으로 더더욱 쓰게 만들 듯싶네요.


슬슬 본선은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 대륙으로 접근 중입니다. 

이제 이틀 정도 뒤에는 아프리카 남단 아굴라스곶을 돌아 인도양으로 접어들게 되겠죠. 

아직까지도 목적지인 중국까지는 20일이 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생각만 늘어가는 시기라는 얘기죠. ^^


 식구들 모두에게도 안부 전해주시길. ^^

저 역시 잘 지내고 있다고도 전해주세요. ^^


2011년 8월 9일,

대서양의 막바지에서, 둘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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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브라질 리오그란데 시내의 이면도로 모습.


 둘째에게


 잘 받았다, 네 편지.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물난리가 나고 사람들도 상하는 인명사고가 여러 곳에서 발생했지만 우리 집에는 별일 없이 태풍을 지나보냈으니 걱정은 말거라.


 며칠 전 네가 본 브라질의 현실이 너무 불편하고 어딘가 불공정이 판치는 듯싶은 마음을 이끌어 낸 모양이구나. 그런 면에서 내가 그곳을 처음 찾았던 시기인 1980년대 전반을 지나 1990년대를 보내던 때의 내 기억을 잠깐 되돌아봐야겠구나.


 당시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폭등과 환율의 뜀박질로 인해 대 달러에 대한 환륜 단위도 백만 단위가 기본이 되던 세월이었 단다.


 포스코의 석탄과 철광석을 실어 나르느라고 연속으로 그곳을 찾았던 세월에 우리는 달러를 쓰는 입장이니 얼마 안 되는 달러 로서도 외출에서 식사와 술 몇 잔도 충분히 걸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단다.


 따라서 쓰고 남았던 현지화폐는 그 당장 그들에게 억지 팁으로 라도 주고 나오는 것이 낫지, 다음번 기항 시에 내놓으려면 또 곤두박질친 화폐가치로 인해 괜히 큰 손해라도 본 것 같은 마음이 들곤 했었지.-아니 손해였지...


 그런 경제적 어려운 여건 속이지만 매년 <리오의 삼바축제>는 빼먹지 않고 실행하는 그들의 낙천적인 태도에 경외심을 가질 정도였단다. 그러다 보니 브라질 사람들의 기질을 두고 했던 농담 같은 이야기의 두 기본이 <축구와 섹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며 좀은 얕보는 듯한 마음조차 품었던 것도 사실이란다.


 하지만 그 나라는 널따란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남미 ABC 국가 중의 일국으로 장래가 더욱 푸른 나라라고 믿고 있단다.


 이제 현재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최근의 브라질 역사를 잠깐 돌아보기로 하자. (인터넷 <위키백과 브라질의 역사> 참조함.)


 콜럼버스 이전기/포르투갈 식민지 시대/브라질의 독립/제정시대/구 공화국 시대/바르가스 시대/는 우선 생략하기로 했다.


포퓰리즘의 시대


1946년 새로운 헌법이 제정된 이후 1950년 브라질 최초의 민주 선거를 통해 제툴리우 바르가스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두 번째 집권한 바르가스는 파시즘 색상보다 좌파 포퓰리즘 색깔을 내세워 브라질 경제의 국민화가 진행되었지만, 군의 저항으로 바르가스는 1954년에 자살했다. 


1956년 취임한 쥬세리노 쿠비셰키 대통령이 “50년 발전을 5년에”라는 공약을 내걸고 개발 정책을 추진하여, 내륙의 고이아스 주에 새로운 수도 브라질리아를 건설한 후 1960년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수도를 옮겨왔다. 그러나 이 개발 정책으로 발생한 부채가 재정을 압박하여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었다.


1961년 취임한 존 베우키오루 마르케스 고라루 (일명 장고) 대통령은 이 같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1964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카스텔로 브랑코 장군의 쿠데타로 실각했다.


군사독재 시대


1964년 쿠데타를 일으킨 카스텔로 브랑코 장군은 군사 독재 체제를 확립하고, 친미반공 정책과 외국 자본의 도입을 중심으로 한 공업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 군정의 시대는 "브라질의 기적"이라고 했을 정도의 고도 경제 성장이 가능했지만, 


1973년 오일쇼크 이후 경제 성장은 추락하고, 소득 격차의 증가로 인해 범죄 발생 비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또한 군사 정권에 의한 인권 침해도 큰 문제가 되었다. 그동안 각지에서 카를로스 마 리게라의 민족해방 행동(ALN)과 10월 8일 혁명운동 등 도시 게릴라가 무장 투쟁을 전개하여 외국대사를 납치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친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1974년 대통령에 취임한 에르네스트 가이젤 장군은 국민적인 불만이 팽배해지자, 군정의 노선 전환했고, 


1979년에 대통령에 취임한 존 바티스타 피게이레도는 민정 이관을 공약했다. 


1985년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탄 크레도 네베스가 승리했다.



민정 이후


1985년에 민정이양을 하고 문민 정권이 부활했지만, 네베스가 급사했기 때문에 부통령이었던 죠제 사루네이가 대통령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확대로 인해 경제는 악화되었고, 사루네이 정권은 국내에서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라울 아르 혼신 정권과의 사이에서 아르헨티나와의 관계는 이 시기에 크게 개선되었고, 오랫동안 계속된 양국의 적대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1990년 국가재건당 후보인 페르난 코로 루이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경제 문제에 대처하지 못해 수많은 부패와 각종 기행을 남기고, 1992년에 파면되었다. 부통령 이타 마루 프랑코가 이어받은 후 


1995년 브라질 사회민주당에서 취임한 페르난 엔리케 카르도조 정권 하에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는 같은 해 한 달에 메르코수르 (남미 남부 공동 시장)가 발족했다.


2003년도에 출신은 노동자이지만 걸출한 안목을 가진 노동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세계 경제의 호조를 바탕으로 경제를 회복하였다. 룰라는 두 번의 연임을 했고, 2010년 10월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인 노동당의 지우마 호세프 국무부 장관이 당선됐다. 호세프는 2011년 1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역사로 볼 때 내가 브라질을 기항했던 세월은 그들의 군사독재 시대가 마무리 지어가던 때인 1980년대 초반부터 민정으로 넘어간 후의 기간인데 한 때 대달러 환율이 100만:1 이상이던 것을 새롭게 1대 1의 환율로 고정시키게 경제를 일으켜 세운 새로운 대통령의 등장이다.


(우스개로 룰라 대통령이 집권하여 브라질 경제가 탄탄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옛날 같은 환율 차이로 인한 즐거움(?)은 가질 수가 없었지ㅎㅎㅎ)


이는 걸출하고 양심적인 가치관을 가진 정치 지도자가 한나라의 운명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역사를 반복해 보인 큰 사안으로 난 이해하고 있단다.


이제 조용히 권력을 내놓고 물러선 룰라를 본다는 게, 브라질 국민에겐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축복이었다는 생각을 아울러 해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정치가가 나타나야 하는 타산지석으로 삼아보면 어떨는지? 오늘은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빠진 것 같구나. 건강하거라. 


ps:위에 첨부한 관련 사진은 나중에 네가 찍어 갖고 있는 것으로 다시 준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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