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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pr 15. 2019

포트 엘리자베스 남방 45마일 해상을 지나며

                               Atlantic Ocean, 일주일을 무임 승선했던 갈매기 Photo By Skyraider



 아침 당직에 올라오니 커다란 신천옹 한 마리가 배 주위를 날고 있더군요. 

근 보름 가까이 볼 수 없었던 바닷새의 출현,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육지에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이죠.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폼 나게 나는 초대형 갈매기인 신천옹은 ‘신천옹’이라는 이름보다는 '알바트로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녀석이죠. 


 이 녀석들이 서식하는 곳이 아프리카 인근이니… 육지, 그것도 아프리카 대륙에 그만큼 접근했다는 얘기입니다. 


 오늘 밤이면 남아공 연안에 접근하고 내일 밤이면 희망봉을 돌게 될 테니 이제 대양 항해는 끝자락이 보이는 셈이죠. 희망봉을 돌아서 아프리카 서해안을 타고 닷새 정도 북상하면 목적지인 앙골라에 도착하게 되니 이제 일주일 정도 지나면 이번 항차도 마무리됩니다.


지난번 동해항에 입항했을 때, 책방에 들러 책 수십 권을 닥치는 대로 사서 실었는데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활자’에 얼마나 굶주렸는지 새삼 느끼고 있죠. 만화책부터 월간지, 소설책까지…한 짐을 올려 두었는데 이리저리 사람들 손에 들려 사라지고 지금은 두 어 권만이 제 책상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매일 손에서 떼지 않고 진도를 나가고 있으니 아마도 사흘 정도 후엔 이 녀석들도 제 손을 떠나게 되겠죠. 늘 디지털 세상에서 살다가 비로소 제대로 된 아날로그로 회귀한 기분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저 역시 ‘구식 인간’인 모양이네요. ^^


1971년 10월 28일에 세상에 나와서 어느새 2011년 10월 28일을 맞이합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불혹이 되었지만 여전히 철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모자란 인간형이 스스로 느끼는 지금의 제 모습이죠. 하여간 이젠 우길 수도 없는 꼼짝없는 사십대라 생각하니 왠지 가슴 한편이 휑해지는 느낌입니다. 


 나이만큼 성숙한 인간? 숙성된 인간은 말고요? 이 되길 바라며 생일을 보냅니다. ^^ 모쪼록 축하보다는 앞으로 잘 살라고 격려 부탁드립니다. ㅋㅋㅋ

(생일은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의미보다는 낳아 주신 것을 감사하는 날이라 누가 그러던데... 어머니, 아버지!! 낳아 주시고 키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사실 이곳 시간은 아직 27일이지만... 서울 시간에 맞춰 보내느라. ^^


2011년 10월 28일(이곳은 10월 27일 21시입니다~!),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 남방 45마일 해상을 지나며,

둘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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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놓이는구나. 2010.10.28


네가 위의 편지를 부치려고 컴퓨터에 연결하면서 내가 보낸 생일 축하 편지를 먼저 받게는 되었겠지만 너 역시 써 놓았던 이 편지만 부치게 되어 내 편지에 대한 답장의 이야기가 없는 게 조금은 아쉽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이해가 되는 일이고.  


 이제 너의 편지에 대한 회신을 새롭게 작성하기로 하는데 잠깐 네가 이야기 한 바닷새 신천옹(信天翁)의 이야기부터 해야겠구나. 


 너는 잠깐 신천홍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새는 바닷새들 중 가장 큰 조류로 짧은 꼬리 알바트로스(short tailed albatros)로 인터넷을 뒤져보니 대략 아래와 같은 설명이 있더구나.


 한문으론 신천옹(信天翁)이라고 쓰며 몸길이 91cm, 펼친 날개 길이 약 2.1m~3.7m가 되며. 몸은 흰색에 머리 위쪽과 목은 황금색, 날개깃은 검은색이다. 분홍빛의 커다란 부리가 특징적이며 어린 새의 깃은 회색이다. 한국에서는 나그네새로 알려져 있다. 


 원양과 먼 바다 여행의 상징으로 서양에서는 물에 빠져 죽은 뱃사람의 혼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이를 죽이면 흉운이 붙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날개털 채취를 목적으로 사냥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희귀종이 되어 1962년부터는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새로 되어있다.


 타조보다는 작지만 날개를 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크기로 새들 중 가장 높게, 멀리, 힘차게 날 수 있으며 알에서 깨면 즉시 물로 들어가야 하는 생태적인 특징이 있으며 이때 하늘을 날지 못하면 상어들의 밥이 될 수밖에 없는 힘든 운명까지 타고 난 새라는구나. 


 그러나 한번 맺은 배우자의 연은 둘 중 누가 죽기 전 까지는 결코 한눈파는 일 없이 동고동락하는 기특한 새로서 태어난 후 10~14년 이 지나야 생식능력이 있다고 하며 수명은 80~85년 까지 사는 종류도 있단다. 


 이렇듯 까다로운(?) 특성을 지닌 녀석이지만 그 하늘에 나타나서 너의 배 주위를 맴돌아 준 건 어쩌면 너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그런 건지도 모르겠구나. 


 누가 뭐래도 너라는 존재는 우리 집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듬직하고 필요한 사람이므로 특별한 새가 너를 알아 모신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코 틀리지 않은 믿음으로 여겨진단다.


 그리고 인쇄된 책을 사서 본 네 감상은 결코 흉볼 일이 아니며, 네 동생도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이 출판되자마자 사서 보고 있으니 나로서는 배움과, 또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독서하는 너희 형제들의 모습을 아름답고 흐뭇한 일로 치부하며 즐거워하고 있단다. 


 다시 한번 더 네 생일을 축하하면서-그래 앞으로 잘 살거라고 격려하기로-하면서, 오늘은 여기서 펜을 놓는다.


매일매일 건강하거라. 집에서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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