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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8. 2021

출국

스물여덟 살 두리의 마지막 항해 - 2

기내로 들고 들어갈 짐도 다 체크한 후 출국장으로 들어서니 우리를 태우고 상하이 푸동 공항을 향할 아시아나의 에어버스기가 42번 게이트와 연결된 램프에 동체를 대고 쉬고 있는 모습이 저 아래에서 보이고 있다. 마침 대기실의 텔레비전에서는 김연아 양이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에서 역대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면서 첫 우승을 차지한 경기를 중계방송하고 있다.


기쁜 소식이 별로 없는 요즘 그녀의 이런 쾌거가 아무쪼록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에 갈증을 시원히 해소시키는 일로 다가옴을 반기며 비행기 타는 시작을 알리는 방송을 따른다. 좌석의 반도 채우지 못한 것 같은 승객들의 입실 모습이다. 우리야 넓어진 공간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지만, 항공회사는 이렇게 해서 채산이 맞는 걸까? 한산한 기내를 둘러보며 지켜보는 심정 속에 혹시 항공사도? 하는 걱정이 든다. 그들도 우리네와 같이 운송을 업으로 살아가는 직종이 아닌가? 기수를 하늘로 치켜떠 오르는 인천공항의 공간에는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가 가득 찬 느낌이라 좋았는데 상하이에 도착하여 숙여지는 기수 아래에는 뿌연 스모그성 안개가 피어 있다


누군가 마중 나와서 기다려 줄 사람이 있을 거로 당연히 기대하며 짐을 찾은 후 밖으로 나왔으나 수많은 플래카드와 쪽지를 들고 있는 사람들 중 내 눈에 뜨이는 사람이 없다. 기사를 다시 돌려세워 찾아보도록 한 후 손수레를 지키며 한참을 기다렸더니 이미 승객이나 마중인이 거의 다 빠져나간 틈새에서 어떤 사람이 다가오는데 그 손에 들린 푯말 - 그냥 종이에 적은 - 을 보니 바로 내 영문 이름이다.

반가운 마음에 내가 알은척하자 그가 한 단 한마디 말은 "투 맨?"이다. 두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왜 혼자냐는 뜻인 모양이다. 삼기사가 그를 찾으러 떠나서 옆에 없었기에 의아해하며 묻는 말이기에 잠시 기다리자고 하는데 때맞추듯 3기사가 나타난다.


안내인을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요리조리로 잘도 빠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보도 옆에 서서 그가 가지고 오는 차를 기다렸다. 이제 비행기 타고 온 시간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도 조금 더 긴 시간을 들여서 난통(南通)까지 달려야 하는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 후진시킨 현지 시간으로 1315시경에 푸동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안내인을 만나느라 보낸 시간만큼 빼어주고 나서도, 두 시간 이상이 더 지난 16시가 가까워서야 난통의 대리점 앞에 도착하였다. 


대여섯 군데의 톨게이트를 거치며 고속도로와 수통대교를 포함한 두 개의 커다란 다리를 계속 시속 80킬로미터 이상이 되는 속력으로 달리는 운전 속에서도 그 친구는 코를 후비어 코딱지를 차창 밖으로 내버리는 동작 등 이런저런 손장난을 하고 있어 조마조마한 마음을 금치 못하게 했다.

난통에 도착

맞이해주는 대리점원이 아직 배가 부두에 대질 못해서 저녁 8시경이 되어야 접안이 끝날 거라며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내어주는 방은 휑하니 의자 여섯 개를 거느린 커다란 회의용 테이블만 지키고 있는 대리점 사무실의 3층 빈 방이다. 집을 떠나면서 돌아갈 때는 더위가 생길 무렵이라 생각하고 여름옷으로만 치장하고 온 형편이라 날이 저물어 가면서 살갗을 파고드는 싸늘한 한기로 인해 코가 찡해지는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온풍기라도 돌려 추위를 막게 해 달라니 벽의 스위치 박스를 조작하여 천장에서 바람이 흘러나오게 해 주는데 글쎄 그 바람이 더운 게 아니라 찬 바람이라 더욱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이제 어둠까지 찾아오니 꾸르륵 거리며 뱃가죽이 아우성치며 다가선다. 대리점원에게 저녁 식사하러 가자고 조금 강하게 청을 넣었다. 잠시 후 그가 앞장서서 인도를 해준다. 기대를 하며 쫓아 들어간 곳이건만 그야말로 실비로 봉사하는 음식점임에 틀림없다. 꾀죄죄한 탁자며 고물에 가까운 그릇이며 게다가 한 번씩 껌벅거리다 꺼지는 형광등 불빛, 모두가 한 목소리로 나의 기대를 꺾어주고 있다. 허름한 노동자 풍의 여러 세대 계층이 섞이어 함께 한 사내들이 군데군데 둘러앉아 먹는 음식은 제 각각의 음식이었고 어떤 이는 현지 맥주까지 곁들여 저녁 식사를 겸해 반주를 하는 모양이다. 조잡한 메뉴 판은 볼펜으로 쓰여있는 음식명과 가격이 나열된 너절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그걸 보며 전통과 역사를 억지로라도 찾아보면서 시킬 수 있었던 음식은 채소와 두부라는 한자가 들어 있는 볶은 음식이었다. 막상 식사가 나오고 보니 12시경 기내식으로 간단한 요기를 했던 뱃속은 밥을 더 청해 먹을 만큼 체면을 슬며시 벗어 버린다.

난통에서의 필자의 모습

처음 먹어 보는 맛으로 배와 시간을 채우며 식사를 끝내고도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언제 끝날지 모르게 계속 이어가고 있는 중국인들의 단체적으로 하는 거리 체조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대리점 빌딩 앞의 주차장을 겸한 공간에서 서로 마주 선 무리를 이루어 단독으로 추는 똑같은 춤 동작 같은 체조를 하고 있었다. 계속 반복되는 동작을 참 싫증도 없이 잘하누나 싶었는데 결국 그들의 끝나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내가 먼저 그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대리점원이 그들 사이를 헤치면서 빼어낸 차에 올라서 그곳을 떠나 부두로 향한 것이다. 이제 배가 부두에 들어왔단다. 시간이 19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대리점원이 전해준 서류 사이에 내가 올라 최후를 함께할 두리호의 제원이 빼곡히 적혀있는 Particular가 올라있다. 한 번 살펴보니.....


몸무게 (Ldt-METRIC TONS) :20,026

총톤수/순톤수 :74,672/42,003

총길이 (LOA) :270.88 m

선폭(BREATH) :43.8 m

최대 깊이(DEPTH) : 23.8m

선창/개구부(HOLDS/HATCHES) : 9/9

DWT : 138,350 MT

IMO NO.7925948


선명의 이력

M/V WORL DULCE (PANAMA)

M/V DALTON (U.K)

M/V NAVALIS (HONG KONG, CHINA)

M/V CAPE OF GOOD HOPE (MALTA)

M/V GREAT GALAXY (PANAMA, KOREA)

M/V DULI (KOREA)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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