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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8. 2021

ANDAMAN SEA

스물여덟 살 두리의 마지막 항해 - 12

안다만해의 해도상 모습

동쪽으론 말레이시아 반도가 남북으로 길게 누워서 타이 만과 경계를 지어 주었고, 그 말레이시아 반도의 잘록한 중간 부분을 타일랜드와 분할하여 미얀마가 안다만 바다 쪽 대부분의 땅을 국경선 안으로 갈무리하여 차지했으니 이 바다를 앞마당 같이 보이게 하고 있다.  

남쪽 말라카 해협을 빠져나온 배들이 왼쪽으로 코스를 잡아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쪽으로 향하거나 아라비아 해 쪽으로 가지 않고, 방글라데시나 미얀마 물론 인도 북동쪽으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바다 길이 이 바다에 열려있다. 


서북쪽은 버마 반도의 BASSEIN 강 하구 삼각주로부터 남하하면서 만나는 PREPARIS ISLAND 가 PREPARIS CHANNEL을 사이에 두고 북위 14도 10분 선에서 시작되는 GREAT COCO ISLAND와 이어진 LITTLE COCO ISLAND를 COCO CHANNEL을 사이에 넣어 NORTH ANDAMAN섬이 마주 보고 있다. 여기서부터 뭉텅이로 한 움큼 씩 떨어지며 시작되는 MIDDLE ANDAMAN, SOUTH ANDAMAN, 그리고 LITTLE ANDAMAN에 이르는 섬들이 이어지듯 끊어지며 북위 10도 30분선 가까이까지 내려서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스마트라 북쪽 끝의 반다아체에서 북서쪽으로 치고 올라온 곳에 있는 GREAT NICOBAN 섬에서 시작된 여러 섬들의 북쪽 끝에 북위 9도 20분쯤까지 올라가 있는 CAR NICOBAR ISLAND를 내세워서 북위 10도선에 위치한 TEN DEGREE CHANEL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하듯 마주 보고 있다. 10도선 수로(TEN DEGREE CHANEL)를 최 서쪽 중앙으로 하여 반달 모양같이 굽어진 반쯤 당겨진 활 모습으로 흩어져 있는 안다만 섬들과 인도네시아의 섬들이 안다만 해의 서쪽을 인도양과 분리하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냥 이름이 독특하니 부르기 좋아서, 그 바다를 남에서 북으로 비스듬히 그어 놓고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침로선 따라 눈길을 돌리다가, 요 며칠 해적방지 당직에 시달리던 마음이라도 쉬어갈까 해도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같이 타고 있는 미얀마 선원들에게 이곳이 어떤 곳인가 물었으나 별 시원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 바다의 모습은 아주 음전한 여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와서 그렇게 험하게 보이질 않는다.


허나 얼마 전 이 바다 남쪽 끄트머리 쪽 타일랜드 영해 부근에서 해적이 나타나서 사람을 해코지한 일이 발생하였다. 각 선박으로 통보된 그 내용을 살펴서 위치를 해도에 기입했던 곳이 이 바다로 들어서며 눈에 뜨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아 새로운 코스를 그 위치에서 더 서쪽으로 틀어주고 달리게 하며 마음을 놓았었다. 


늘 이야기하는 제대 말년을 조심하라는 속언을 그냥 넘기기에는 어쭙잖아 꺼림칙하여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하며 실행한 일이지만 사실 빨리 가야 할 바쁜 일정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는 침로를 수정해준 만큼 더 달려야 하지만 지금의 입장은 빨리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안전하게 도착하여 얌전히 넘겨주는 게 문제이니 내 판단에 그르쳐진 건 없는 셈이다. 


말라카를 빠져나오던 날 밤은 약간의 바람기가 있어 배를 휘청이듯 움직여 주었는데 이제 안다만 해에 들어선 날씨는 쾌청한 하늘과 담청의 바다가 드리워져, 달콤한 낮잠에라도 빠져든 듯한 조용함 속으로 나를 넣어준다. 중국을 떠나 이곳까지 오는 동안 험한 날씨는 없었더라도, 대기의 청명도(淸明度)는 모두 마음에 안 들게 끔 떨어져 있어 그로 인한 우울함도 종종 발생하곤 했다.


헌데, 지금의 이곳 안다만 해에는 레이더의 몇십 마일 밖의 해역 내에까지 배 한 척 나타나지 않고 있어 그 조용함이 맑고 밝은 주위의 풍광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다. 사실 이 바다를 끼고 있는 미얀마나 그에 이어져 있는 곳에 자리한 방글라데시는 현재의 지구 상에서는 가장 못 사는 사람들이 몰려 사는 최빈국의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 바다는 오히려 선진국이나 개발 도상국의 바다와 비교해 볼 때 너무나 맑고 아름다운 채색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없이 산다고 해서 자연을 훼손해가며 잘살아 보자고 마구 난개발에 뛰어들지 않은 착함(?)에 대한 자연이 주는 후한 선물이 아닐까?

조용한 안다만 해를 달려가는 두리호

세계의 어디를 가도 육지와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뿌연 대기를 안개인가 생각하지만, 대부분 이 스모그이거나 그게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인 경우가 많다.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을 사용하기 위해 석탄을 대량으로 사용하며 나타난 재해가 스모그 현상이다. 유명한 영국의 안개와 새로이 연기가 어울리며 만들어낸 불투명한 대기 현상을 두고 안개인 FOG와 연기인 SMOKE를 합성하여 탄생한 단어 SMOG의 유래이기도 하다. 


안다만 해의 깨끗하고, 조용하고 산뜻함을 만끽하며 항해 중이면서 역설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공해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후기 : 

이렇게 내 맘대로 엮어가며 이야기를 풀었지만 아무래도 그 섬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고 싶어 미얀마 선원에게 다시 물었더니, 내 상식적인 생각과는 다른 대답이 되돌아와 움찔하게 만든다. 한눈에 봐도 미얀마 땅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섬들의 실제 주인은 인디아라고 하며 자신들이 가진 섬은 NORTH ANDAMAN섬과 마주 대하고 있는 작은 섬 LITTLE COCO ISLAND와 그 북쪽의 GREAT COCO 섬까지이며 그 섬들도 교도소로 쓰이고 있다는 말을 하며 입맛을 다신다.  


덧붙여 지금의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 땅을 포기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식의 뉘앙스가 풍기는 토를 달아주지만 그 이상의 현실적인 사항은 모르겠다. 그렇긴 하지만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그들의 표현으로 그 교도소가 정적(政敵)인 정치범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비약한다. 


실은 예전 베트남 시절 그곳을 지나다닐 때에도 육지와 동 떨어진 섬을 휘돌아 가며 그곳이 베트남의 정치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교도소가 있다는 비슷한 이야기를 하며 지나다니던 기억이 되살아 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다만을 통과하며 안다만을 이야기하다 보니 과연 내가 얼마나 알아서 안다만~ 이란 말을 하는 걸까?

안다만해의 저녁 하늘


*1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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