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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8. 2021

두 번째로 변경된 ETA

스물여덟 살 두리의 마지막 항해 - 15

석양이 붉게 물 들어 가는 서쪽 하늘과 수평선


우리 배가 이렇게 무시할 수 없는 재해의 위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벗어난 상황을 맛보게 된 것은 인수인도의 기간을 재 합의한 회사의 공도 크겠지만, 우선은 우연여부를 떠나 회사나 본선 우리 모두의 복이기도 한 것이다. 17일 아침에 기관의 시동을 걸기로 한다. 한번 움직여서 그 동안 드리프팅으로 밀려난 거리를 조금은 단축시키고 아울러 기관의 작동 성능도 점검하여 내일에 떠날 항행에 대비한 준비 동작이다. 


사흘을 드리프팅하며 결산해 본 위치의 추이는 075도 방향으로 75마일 정도 밀려난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옆으로 밀렸으니 그렇지 침로의 뒤로 밀렸다면 그야말로 7시간을 투자하여 열심히 달려야 다시 본전에 들어가는 형편을 초래하는 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이제부터는 함부로 연료유를 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도착하는 시간까지 혹시 있을 수 있는 긴급 상황을 대비해 연료소모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흘을 달려야 하는데 쓸 수 있는 기름은 일주일 정도 분만 가지고 있으니, 사흘 정도의 예비 기름으로 바다 위에서 만나는-주로 기상 상황이지만, 의외의 일때문에 늦어질 경우도 챙겨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서 닻을 내리고 입항수속을 해야 하는 곳 주위의 수심은 8 미터에서 조금 더 되거나 약간 빠지는 얕은 곳도 군데군데 가지고 있는 별로 좋지 않은 묘박지라는데 문제가 있다.


게다가 그곳은 4~5노트의 빠른 유속을 가진 조류가 있으며 더 하여 어떻게 숨어 들지 모르는 해적-도둑-이 바글거린다는 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그런 열악한 속을 확정된 예정도 없이 막연히 다가가서 떠있는 동작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건 까딱하면 송장치고 살인 누명 당함이나 다를 바 없는 고통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 또 조심하여 사고는 피해야 하는 것. 우선 드리프팅 여건이 투묘지 부근 보다는 월등히 나은 곳을 선정하여 그곳으로 향하기로 한다.


항구의 경계 내에 들어서지 말고 외항에서 드리프팅을 하라는 지시를 가지고 두 번에 걸쳐 E.T.A(*주1)를 수정하며 닷새를 기다리고 있던 안다만을 드디어 떠나려는 마지막 준비를 한다. 치타공에서 77마일 덜어진 곳에서 일단 기관정지하고 기다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곳은 최종 목적지인 치타공 외항 투묘지에서 77마일이나 떨어지는 약점이 있어 도착 예정 시간을 산출할 때 그만큼의 시간을 염두에 둔 바쁨이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곳에 도착할 무렵에야 아무런 영향이 없겠지만 지금까지 움직인 사이클론 BIJLI의 그 동안의 동태를 계속 차트에 그려 넣어 시커먼 바람개비 모양의 위치 표시가 줄을 이어 있는 곳이다.

해도에는 바람개비 모양의 마지막 무늬가 치타공의 해변 앞에 커다랗게 그려 넣어진 채 남아있다. 

하루의 마지막을 마감하려는 태양이 서쪽 하늘가 수평선을 향해 떨어져 가고 있다


*주1 - E.T.A(Estimated Time of Arrival) : 도착예정시각



*16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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