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중 선내 환경미회 가꾸기
첫인상이 우중충했던 모습을 이 정도로 바꾼 것은 승선 후 두 달 넘어 지나서였다.
그동안 좀 미루고 있었던 선내 위생 점검을 실시했다.
청소 상태를 돌아보며 너무나 청소하고 가꾸어야 할 곳들이 아직도 산재해 있는 상황에 당황할 정도다.
이 배로 발령받고 처음으로 승선하던 날 느꼈던 그 속절없는 세월 속에 우중충하니 녹슬었던 메인 데크와 하우스 통로를 들어서며 받았던 때로 찌든 어두움과 세탁물 건조를 위해 스톰 레일 위에 걸쳐 있던 온갖 작업복 빨래의 후줄근한 인상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곁들여 통로에 들어섰을 때, 마중하듯 내 얼굴로 뿜어져 나오던 화끈한 기관실의 열기가 너무나 황당하게 만들어 주던 감각이 되어 지금껏 남아 있다.
아! 잊고 있었는데 이 배는 제법 오래된 속칭 똥배라 부르는 부류에 드는 배이구나!
하는 감상을 새삼 느끼며 지난 몇 년간을 새 배에만 승선하고 있다가 이렇게 낡은 배로 바뀌게 된 내 형편에 대한 일종의 비애감(?)마저 씁쓰레하니 들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음울해 보이 기조차 했던 본선에 대한 첫인상을 느낌대로 이야기하며, 통로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주고 깨끗이 보수 정비를 시켜서 누구나 우리 배를 처음 방문하면서 만나게 되는 곳곳의 분위기를 산뜻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자고 기관장에게 이야기하여서 동의를 얻었다.
그동안에는 주갑판 하우스의 통로와 기관실 간을 연결하는 좌우현 각각의 방화문 겸 기관실 출입문을 개방시켜 기관실 내부의 공기를 환기시키는 방법으로 사용하던 것을 원래대로 복귀시켜 기관실 출입시 외에는 항상 닫아 두도록 하고, 통로 벽 스톰 레일에 마구 걸쳐 놓은 채 건조하던 작업복 빨래도 정식의 세탁물 건조장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브리지 내부의 바닥을 깨끗이 닦아 내고 진공청소기로 검불 등을 걷어 낸 후 왁스를 칠한다며 준비하고 있던 3항사와 실항사를 보고 잠깐 멈추게 한 후 바닥검사를 해본다.
아직 더 닦아 내야 할 정도의 더러움이 남은 것 같다고 판정하고 다시 닦아 내는 약품을 갖고 와서 재 청소할 것을 지시했다.
리노륨의 청소제로 이번에는 수세미질로 말끔하게 닦아 낸 후 물걸레질을 했는데 좀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내 마음의 흡족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일을 시킨다면 능률도 안 오르고 반감만 커질 듯싶어 그냥 걸레질이 마른 후에 왁스를 칠하라고 작업승인을 해줬다.
점심 식사 후 올라가 본 브리지는 그래도 한결 깨끗이 정돈된 모습으로 반기고 있다.
이제부터 이 배의 청결과 정리 정돈은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란 걸 전 선원들 앞에 밝혀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