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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풍은 이름이 PAUL

항로추천 받다.

by 전희태
OK1(6156)1.jpg 오션코리아호의 선적하려고 해치폰툰을 모두 열어 놓은 모습



9908호 태풍은 이름이 PAUL로 이제 주위의 구름을 둥그런 고리 모양으로 해 놓고도 어디에 있는지 모습을 빨리 들어내지 않고 있던 때와는 달리 내보이는 위치 그 자리에 머무르다시피 눌러앉아 힘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위성사진으론 초창기 자신이 태어나던 때에 옆에 있었던 구름을 그대로 끌어올려 주위를 둥그렇게 말아 올리며 고리를 형성시키는 것 같이 보이고 있다.


밤새 기우뚱 대는 침대에서 곤두선 신경 따라 자는 듯 깨어나는 일이 반복되니 뱃속이 쓰려온다.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면-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위가 영향을 제일 먼저 받는다는 이야기가 옳다고 우기는 현상이랄까?


호주에서 우리 배 보다 늦게 출항했던 오션 코리아호나 뉴 콩코드호가 모두 우리 배를 앞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션 코리아호는 거의 하루 이상의 거리를 앞서서 지금 태풍 폴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 가까워져서 자신들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어제 연락이 되었었다.


뉴 콩코드호는 어제 오후 우리를 앞질러 북상했는데 그들의 또 다른 시간대의 당직자들이 VHF 전화로 왜 그렇게 늦게 오고 있느냐고 이야기했단다.

전에 승선을 했던 배(오션 코리아)는 그래도 빠른 축에 들어 이렇게 우리 배 같이 떨어지는 축에 드는 배들을 보며 느꼈던 연민의 정이랄까 하여간 그런 심정이던 것이 이제는 거꾸로 내가 연민의 대상으로 바꿔진 심정이 묘하다.


갑자기 배가 큰 경사로 롤링을 하여 누군가의 방에서 와장창 물건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와, 하던 일을 멈추고 찾아 나서 보니 바로 내방의 책장에서 책들이 쏟아져 내리며 낸 소리이다.

아직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폴이 아침에 받아 보게 될 기상도에서는 빨리 움직여 멀어져 가는 모습으로 보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 친구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우리도 더 이상 북상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희망을 가지고 기다린 5시 40분에 전송 시작한 기상도는 PAUL 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내어 안타까운 심정으로 다음번 1140시의 기상도를 다시 참조할 생각을 하는데 마침 KS WEATHER에서 전문이 들어온다.


기상: 북위 27.5도 동경 132도에 머무르고 있는 열대성 폭풍 폴은 급히 세력이 약화되어 6일 1200시 GMT에는(6일 21시 배 시간)에는 GALE WARNING 이하로 떨어질 것이며 06/1200Z시쯤 북위 25도/27도 동경 133도/135도에 중심이 있는 계절풍의 저기압에 흡수되어 앞으로 최소 3일을 머무를 것이다.

이 몬순의 남쪽은 북위 20도에서 북쪽은 30/31도로 풍력 7-8 이 예상됨.


추천: 풍향이 동남동이나 동풍으로 바뀔 때까지 (북위 28도/29도에서 그리될 예상) 침로를 북향으로 할 것이며 그 후 직접 토카라 또는 오수미 해협(둘 중 귀선이 실제로 있는 곳에서 서향으로 변침 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향한 후 고토 열도를 통과하는 가장 빠른 루트로 포항으로 항진할 것. (모두가 일본 규수의 서쪽임)

예상: 북위 25도/26도 부근에서 파고 5미터 남동풍 풍력 8 예상되며 북위 28도/29도 부근에서 동남동풍이나 동풍으로 바뀌며 북위 29도 동경 129도 서쪽은 풍력 5-6 이 예상됨이란 코멘트와 함께 항로 변경 추천이 와서 즉시 북위 21도 동경 135도에서 010도로 북상을 시작하였다.


1030시 회사의 선대 담당 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황을 설명하고 KS WEATHER의 추천대로 010도로 북상 중임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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