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김치를 찾는 외국인 도선사도 있다.
새벽 두 시가 되어 DALRYMPLE BAY PORT LIMIT에 들어서 보고를 하고 한 시간을 천천히 움직이며 접근하여 그들이 지정해 준 8번 투묘지에다 닻을 내렸다.
하역작업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고 도착했다는 사항을 알리는 NOTICE OF READNESS TENDER를 항만 경계선을 통과한 0200시로 하여 D.B.C.T (DALRYMPLE BAY COAL TERMINAL)과 대리점에 통보하는 전보를 새벽 4시 좀 넘은 시간에 넣어 주었다.
방으로 돌아왔다. 피곤은 하지만 안전하게 항해를 완료한 기쁨이 그 피로감을 감싸준다. 평소 기도하던 시간이라 아침 기도를 끝내고 운동마저 하려고 했지만 피곤이 겹쳐져서 그냥 자리에 눕고 말았다.
눈을 뜨니 여섯 시 반이다. 한두 시간 잘 잔 폭인데 새벽 운동을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포기하고 아침 식사를 하려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사를 다 끝내고 일어서려는데 마침 한국식 아침 식사를 하려는 파이로트가 식당으로 들어서기에 조리장을 불러 식사 준비를 시켜준 후 다시 식탁에 앉아 그가 식사를 끝낼 때까지 동무하여 주었다.
그냥 콩나물 된장국과 흑향미 쌀밥에 가지나물, 오징어 젓갈, 김치, 구운 김 그리고 달걀 프라이 한 개가 다인 단출한 아침 식사 메뉴였다.
도선사들 중에는 식사를 끝내고 나서 숭늉을 찾는 사람도 만난 적이 있지만, 그의 입맛은 별로인 것 같다.
그래도 젓가락과 숟가락을 열심히 사용하여 밥, 국, 달걀 프라이를 먹고는 숟가락을 놓는다.
아직 헬기가 올 시간이 한 시간 가량 남아서 다시 자신에게 배당해 준 방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겠다며 방으로 올라간다.
아침 여덟 시 반에 헬리콥터로 배를 떠난다던 파이로트였지만, 비행기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아침 식사를 하고도 한참을 더 기다린 열 시가 되어서야 배를 떠나게 되었다.
헬리콥터가 특유의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타나서는 풍향을 기수의 왼쪽 열 시나 열한 시 방향으로 받으며 접근하여 헬리-포트 마크인 영문자 H가 그려진 갑판의 해치 커버 폰툰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지루하게 기다리던 도선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서서 짐을 올려주고 자신의 몸도 넣고 나서 안전벨트를 매는 모습을 작은 헬기 창문을 통해 보여 준다.
잠시 후 엔진 출력을 높이는 굉음이 더해진다. 피크를 이룬 굉음이 잠깐 계속되더니 헬기는 슬그머니 몸체를 들어 올린 후, 미끄러지듯 선외 쪽으로 빠져나간다.
창밖을 향하고 있던 도선사의 그림자가 자신을 배웅하며 윙 브리지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보내준다.
하룻밤 신세 지고 아침 식사까지 얻어먹고 떠나는 고마움을 인사하는 거겠지.
그래도 이런 사람들은 건강을 그리 해치지 않고 지낼 수 있겠지만, 입이 까다로워서 외국 선박에서의 식사를 못하는 사람은 그냥 굶고 하선하는 일도 잦기에 건강-주로 위장병-의 해침을 하소연하는 그런 도선사도 지금까지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