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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의 나들이

선상 낚시의 방해꾼

by 전희태


IMG_6934.JPG 일본 오끼나와 수족관에서 만난 돌고래 쇼



육지에 있었다면 토요일 주말이니 쉬는 날을 이용하여 산이라도 찾아가 피크닉이라도 즐겨 봄직한 그런 환하고 청명한 날씨를 가진 날이다.


그러나 여기는 육지가 아니고 호주 동부의 한 해안 지대의 외해(Open Sea)에 만들어진 항구로서 지금 그곳 항구에 도착하여 닻을 내려주고 접안할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날씨로 봐서야 산이나 바다로 피크닉이라도 감직하지만, 이 번 항차 이곳에서의 선적에 대비한 자체 검사로 배의 밑바닥 중앙부에 위치하는 DUCT KEEL을 찾아가 그곳을 지나는 유압 파이프 중에서 파공이 나서 기름기가 새어 나오는 부위가 있는지를 찾아보고 있다면 조처하려는 검사를 진행하였다.


더구나 이런 자체 검사는 이곳 잔교(부두)에 접안 중일 때 있을 수 있는 PSC 점검에 대비한 사전 준비도 겸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기름이 새어 나오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오늘 일은 갑판상에서 임시 조치해두었던 기름기가 샐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압라인을 수리하려던 다음 일로 바뀌었다.


얼마 전에 응급조치를 했던 곳으로, 감아 주었던 래깅을 모두 풀어내고 새롭게 파이프를 교체해주는 작업으로 끝맺음하도록 한 것이다.

토요일 오후라는 시간이지만 꼭 접안 전에 해결해야 하는 일이니 그대로 작업은 쉼 없이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오후 들어 따가운 햇살은 구름 속으로 숨어들어 작업하는 데에는 다행스러운 상태이다.

나는 아침에 게으름 피운 운동을 오후에 벌충하느라고 열심히 갑판을 돌기로 했다.

어쨌든 남들은 갑판 위에서 배를 위한 작업에 열중해 있는데, 나는 운동을 한답시고 갑판을 걷고 있으려니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감이 들어선다. 그러나 빈둥대며 걷는 게 아니라 지나는 곳곳을 열심히 살피기도 해서 배에 필요한 조치를 하게끔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굳히며 걷기를 계속한다.

자연히 발걸음은 무디어지더라도 주위를 살피고, 작업하는 곳에 들려서는 격려도 하고 마음에 와 닿는 곳은 멈춰 서서 한 번 더 들여다보며 갑판 돌이 운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발걸음이 우현 중간인 5 번창을 지날 무렵, 갑자기 바다 쪽에서 긴급한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재채기 소리 같기도 한 인기척이 선체 바깥쪽 외판을 따라 올라서 들려온다.


혹시나 누가 물에 빠졌는가? 놀래는 마음에 갑판 난간 쪽으로 뛰어가 내려다보니, 돌고래 두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잠수하며 노는 모습이 보인다.

얼른 보아서 등지느러미 같은 생김새야 상어와 비슷하지만, 결코 그런 물고기가 아닌 숨을 허파로 들이마시며 살아가고 있는 동물임을 여실히 증명해주듯 숨 쉬며 내는 소리였다

잠깐이나마 상상했던 물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불어내며 녀석들의 노는 모습을 내려다본다.

평소의 그들은 몸이나 꼬리 쪽을 눈에 뜨일 만큼 심하게 흔드는 것도 아닌데 물속을 깨끗하게 빠른 속력으로 쭉쭉 빠져나가는 재주 때문에 보는 이의 마음을 마냥 시원하게 해준다.

헌데, 지금의 두 녀석은 배의 옆구리를 따라 나란히 달리기는 하지만 서로에게 장난치느라고 아주 빠른 속력을 내지 않고 자주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들이 배 가까이 머무르며 놀고 있는 걸로 봐서 오늘 과업이 끝난 후 저녁 낚시에서는 고기 낚는 재미를 못 볼 것 같다는 또 다른 짐작을 가지며 하고 있던 일인 갑판상 경보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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