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새 대가리 라니

어쩌면 새머리가 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by 전희태


SNB10003.JPG 훈련등으로 갑판을 잘 살펴 보다가 종종 죽어 있는 새들의 주검과 만나기도 한다.



아직은 어둑새벽의 어둠 속이다.

혹시 새벽이슬로 인해 미끄러울 수 있는 갑판상에서 넘어지는 경우를 당할까 봐 아직은 발걸음을 조심스레 살짜기 밀어서 끌어가며 내딛는 걸 반복으로 새벽 운동 중이다.


갑자기 갑판 저쪽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후다닥 놀라서 날아오르는 새가 있어 더불어 나 역시 놀라 끌어 옮기던 발길을 멈췄다.


물론 녀석이 나보다 먼저 나의 인기척에 놀라 취한 행동이긴 하지만 어둠으로 인해 발밑을 굉장히 조심하며 나아가는 나의 신경을 순간적이지만 깜짝 놀라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소리요 행동이다.


그렇게 행동하는 녀석을 무시하고 계속 내 할 일로 그곳을 지나쳐 선수루까지 갔다가 다시 선미루도 돌아서 되돌아온 한참 후 에도 녀석은 또 놀래어 퍼드덕 거리며 꼭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어딘가 내가 보이지 않거나 나의 인기척을 무시할만한 위치를 찾아 숨어 버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다 가지고 있는데도 녀석은 그렇게 숨지 않고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다.


부득부득 내 앞에서 종종거리며 깡총거리다가 가까이 오는 나를 보면 도망치듯 날아오르며 내가 앞으로 간만큼 자신도 더 날아가서 기다리고 또다시 나를 피해 날아오르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혹시나 자신에게 해코지하려는 마음을 먹고 행동하는 나라고 생각하기에 나의 행동을 제 눈으로 계속 확인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걸까?


몇 바퀴를 계속 돌 때까지-이제 날도 새어 사방이 훤하게 밝아오는데도-그런 행동을 계속하여 새 대가리라서 그런가 하면서도 나중에는 짜증이 나서 욕까지 나오려고 하는 걸 참는다.


이제는 제법 멀어져 버린 육지로 날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우리와 함께 여행하게 된 녀석이 안전한 여행으로 제 갈 길로 살아서 날아가 버리기를 바라며 운동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그건 내 바람일 뿐 날아오르다가 새를 잡아먹는 새매라도 만나서 목숨을 잃던가 아니면 바다 위를 날다가 힘이 부쳐 그냥 물로 추락하여 고기밥이 될지도 모를 일이 그 녀석의 앞날 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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