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줄 알면서도 비행기보다는 고속버스를 타는 마음
아침 00시에 포항 외항 검역묘지(檢疫錨地) 부근으로 접근하면서 투묘 지를 지정받으려고 <항무 포항>을 부르니, 응답하고 나선 <항무 포항>에서는 그대로 접안할 예정으로 바뀌었으니 도선사와 접촉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신이 나는 예정 변경이다. 예상했던 검역도 접안 후 서류심사로 바뀌어 버렸다는 뜻이다.
얼른 도선사를 호출하여 곧 승선하겠다는 통보를 받고는 도선선을 만나기 위해 내항 쪽으로 서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30 분쯤 지나서 좌현에 준비해 둔 도선사용 사다리를 타고 올라 온 도선사는 10번 선석에 접안할 예정이라며, 본선의 조선 지휘를 넘겨받는다.
무사히 부두에 접안한 후 입항 수속마저 끝내고 나니, 만 하루를 양하 하여 흘수를 맞춘 후, 내일은 13번 선석으로 다시 옮기어 나머지 석탄을 양하 하려는 예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아내가 12시 30분에 도착하는 고속버스를 탔다는 연락을 받고 있었기에, 그 시간에 늦지 않게 마중하기 위해서 수속하러 들어와 있던 지점의 차를 이용하여 점심도 굶은 채 바쁘게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아직 버스가 도착하려면 10 여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데, 나를 터미널에 데려다준 직원이 같이 기다려 주며,
-사모님은 비행기로 안 오시고 버스로 오십니다.
하는 말로 이야기를 걸어올 때,
-집 사람이 비행기를 싫어해서~,
라고 간단히 대답을 받았다.
마치 고소공포증이라도 있어서 비행기를 기피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게 말은 했지만, 사실은 비행기 삯이 너무 비싸서 싫어한다는 게 맞는 말이다.
그러고 있는 사이 예정보다 2-3분 늦게 도착한 버스에서 아내가 활짝 웃으며 내리는데 우등고속버스가 아닌 포항/서울 간을 처음으로 고속버스로 운행 시작하던 시절부터 있었던 그야말로 예전의 일반 고속버스이다.
-사모님은 진짜 고속버스로 오셨네요.
아내와 수인사를 나누면서, 지점의 직원이 웃으며 말을 한다.
옆에서 인사를 거들고 있던 내 눈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인 좁은 고속버스 좌석으로 내려온 아내가 대단하다는 느낌을 가지며, 빙긋이 미소를 짓는데,
-큰 애가 이 차표를 사 왔어요.
하며 눈치 빠른 아내는 우등이 아닌 일반 고속버스를 타고 온 변명 아닌 변명을 보태준다.
-뭐, 아주 잘했는데요. 큰 애라면, 능히 그렇게 할 녀석이지~ 허허.
포항지점 직원도 우리 부부의 주고받는 부창부수적인 말에 같이 웃어준다.
-그리고, 당신도 점심 전일 테니까, 식사는 포항 물회 집에서 합시다!
마중을 위해 배에서 놓치고 나온 점심인데, 그리된 바에야 이곳에서 유명한 포항 물회 집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아내를 부추기며 갖고 온 가방을 차에 실어 준다.
평소의 점심시간 때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까지 선다는 그 음식점이지만, 점심시간의 피크가 약간 지나치고 있어서겠지, 기다림 없이 그대로 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다.
비행기 타는 돈이면, 고속버스를 이용하고도 오늘 점심 먹는 돈쯤은 충분히 남을 액수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음식을 청하는 나도 어쩌면 아내와 엇비슷 한 짠 사람은 아닐는지~ 속생각을 하며 그냥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