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couver B.C를 다시 찾아가려고
동승으로 아내와 함께 떠나게 되는 항해의 의미는, 주렁주렁 매달린 채 따라 오르는 크고 작은 고구마를 캐는 것 마냥 즐거운 마음만이 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중에 아이들의 뒤치다꺼리 문제가 제일 큰일 중 한 가지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크고 작은 무수한 가사로부터 동승 기간 동안이나마 훌쩍 떠날 수 있는 아내들의 해방된 기분은 그 자체가 이미 일반적인 여행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해방의 추억이 될 것이다.
이 모든 일로부터 나 몰라라 떨어져 나와 오붓하니 두 사람만의 시간을 밤낮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가질 수 있다는 기쁨은 마치 신혼의 날을 다시 찾아 나선 것 같은 심정을 돋우어내면서, 동승에 대한 기대를 새삼스레 울렁이는 가슴으로 만들어 주면서 당사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예전. 오션 코리아호에 승선 중일 때 동승으로 캐나다를 한 번 다녀온 적이 있긴 했었지만, 그때는 우리 배가 고정항 입항 중에 발생한 어망 손괴 사고와 연루되어 캐나다를 다녀오면, 검찰에 출두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었기에 마음 한 구석이 어두워 있었다.
무사히 북태평양 항로를 건너서 밴쿠버 비씨의 아름다운 풍광과 만나면서 특히 그중에도 유난히 희고 풍성한 뭉게구름들의 빛나는 모습에 감탄하던 일만이 추억으로 남은 동승이 되었었다.
당시 동승(同乘)을 다녀와서, 다시 찾았던 고정항에서 본선은 그 사건-어망 손괴-에서 무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었지만, 그런 일의 꼬투리를 가지고 있었던 점 때문에 왕복 항해 내도록 편한 마음으로 동승의 기쁨을 만끽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헌데 이번의 동승 기회는 추운 한 겨울을 피한하는 의미도 있고, 마냥 떨어져 살아온 날이 너무나 많았던 결혼 30년을 넘긴 세월을 차분히 뒤돌아 보는 좋은 기회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간 등한했거나 모르고 지났던 무언가 필요한 부부간의 일들을 재점검해보며 앞으로의 여생에 대한 꿈도 차분히 의논해 볼 수 있는 알찬 기회가 되게 만들 생각을 다짐하고 있다.
배의 정비를 위해 아쉬운 인력의 보충을 하려고, 오전 중의 항해 당직을 서고 있는 3 항사의 인력도 작업에 투입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그 당직도 기꺼이 감당해 줄 작정이다.
그렇게 만든 브리지에서의 당직 시간을 동승한 아내와 둘이서 오붓하니 이야기를 나누면서, 못 보고 지내야 했던 지난 세월의 아쉬웠던 마음을 반추해내면서, 그게 아니었다고 다시 확인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해보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국내에 입항하면 아내와 동승할 예정을 가지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이런저런 할 일을 미리 점검해보며 즐거울 생활을 미리 그림 그리며 귀항하는 이번 뱃길이 참으로 따뜻하고, 흥겹고, 정답게 느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