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작업에 잘 활용된 접안 대기의 시간들
내일 밤 9 시에 들어가 접안을 한다던 예정이 모레 아침 6 시로 바뀌었다는 연락이 다시 대리점으로부터 왔다. 늦어지긴 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는 기분이 든다.
한 밤중 어두울 때 헬리콥터로 접근하여 오면 위험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터인데 그게 새벽으로 바뀌었으니 조금은 더 안전할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새 이곳에는 새벽안개가 제법 짙게 끼고 있어서, 그 점이 좀 껄끄러운 불편한 점으로 다가선다.
하지만 이런 모든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늦어진 예정이 우리 배에게는 꽤나 좋은 일로 남게 된 진짜로 반가운 일을 만나게 된 점이 모두의 기분을 흐뭇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간 시간에 쫓기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기관의 오버-홀(Over haul) 작업을, 이 기다리는 시간에 실시하게 되었던 것이고, 그것이 더 이상 지체되었으면 발생할 수도 있는 아찔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셈이 된 것이다.
주기의 피스톤을 발출 하여 분해 소제를 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마모된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로서 사고나 어려운 일이 생기기 전에 미리 교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며칠, 아니 몇 시간이라도 더 계속해서 운전했다면, 기관에 금이 가거나 깨지게 하여, 배를 세워 놓고 수리하는, 하루 이상의 시간을 꼼짝없이 바다 위에서 데드쉽(DEAD SHIP) 상태로 떠 있어야 하는 일이 생겼을지 모를 그런 상태로까지 기계의 이상 마모가 진행되어 있었던 것이다.
주기관의 그런 상태를 해결해 놓고 나서, 모든 기관사들이 마음 편히 쉬고 있었던 밤 11시가 넘을 무렵, 이번에는 오랫동안 잘 돌아 주던 2호 발전기가 이상한 소음을 내는, 고장으로 나섰다.
당직 중이던 기관사가 즉시 사고 발전기를 정지시켰고, 예비 발전기는 자동으로 기동 되었다.
그런 과정 중에 본선의 최상위 책임자인 기관장까지 내려가 살피면서, 이 또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중대한 사고의 미연에 방지를 이루게 한 일로 판명되었다.
그때부터 기관사들 모두가 다시 호출되어, 2호 발전기의 오버올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을 벌여 놓고 보니, 밤을 지새워야 할판이지만, 내일 당장 입항은 아니니까, 휴식을 취하고 오전부터 다시 계속하자는 여유를 가진 의견에 따라.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내일로 넘길 수 있었던 접안시간의 지연 통보였다.
이렇게 외항에서 대기 중이던 기간이 그야말로 우리 배에 있을 수 있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게 하여, 배 자체나, 타고 있든 우리 모두를 한번 크게 살려준(?) 멋진 기회를 준 셈이라는 기관장의 말에 그대로 동감하면서 여기서 치러낸 작업을 세세히 사진도 첨부한 보고서로 만들게 하여 회사에 알려둘 필요를 절감한다.
즉시 보고서를 작성하여 특별 작업비도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올리라고 기관장에게 이야기해준다.
어쨌건 큰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일을 챙긴 셈인데,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기에는, 금항 기관부의 계속된 수고나 그 결과가 너무 귀중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선원들을 위한 특별한 위로를 해주기 위해, 회사 규정에 맞는 위로금 지급 규정을 적용, 위로금을 청구하려고 마음먹고 취한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