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을 두고 인사하는 마음들
태풍 BOLAVEN의 영향권에서 충분히 벗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구름이 뒤덮인 하늘에서는 이따금 비가 뿌려지고 있다.
그 비가 무더위는 쫓아 주고 있지만, 감정을 회색 빛에 물들게 하여, 음울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서 바람직한 상태는 아니다.
일을 하고 싶은 의욕을 공포가 시들하게 만드는 태풍의 영향권에 있을 때는 어서 벗어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분주하게 브리지를 오르내렸었다.
그러던 중 영향권을 벗어나고 보니, 저 정도 크기의 태풍이라면, 우리 배가 조금 더 흔들리고 힘이 좀 더 들게 되었더라도 우리 배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오는 북동쪽 트랙으로 북상해도 괜찮았을 텐데 하는 가당찮은 마음을 가져보며 기상도의 위치를 우리가 달린 트랙에 전이해 본다.
내가 그나마 좀 편하게 지나쳐왔으니 이제는 집에 있는 가족들 형편을 생각을 하게 되고, 더하여 우리나라도 염려되면서 해보는 마음이 여유를 부려보고 싶어 진 것이다.
사실 태풍이 그대로 북서 진으로 올라갈 경우 우리나라 남해안 가운데로 상륙하게 되어 너무 심하게 태풍 피해를 입혀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컸기 때문에 좀 더 벗어나는-(우리 배에게는 좀 더 접근하는 형태) 게 어떨까? 해보는 의미이다.
그런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었는지 지금 태풍은 그대로 북상 코스를 잡아 움직이고 있다.
계속 변화 없이 그대로 올라갈 경우 일본의 규슈를 지나고, 그러면 좀 더 약해질 거고, 그 후 부산 앞을 지나치어 동해로 빠질 가능성이 제일 많은 상황으로 보인다.
그렇게만 되면 물이 필요한 가뭄 시기의 우리나라에 적당한 양의 물도 전해주고, 다른 피해는 최소로 줄여준 상황으로 다가왔다가 소멸되는 가장 바람직한 태풍으로 방문을 하겠기에 해본 생각이지만, 일단은 제 등 따습고 배부른 사람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한번 해보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전화를 거니 우리 배의 태풍 조우를 걱정하고 있었던 아내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왜 여태껏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었어요? 태풍은 어떻게 되었어요?
내 옆을 어슬렁거리던(?) 태풍의 소식부터 따지듯 물어 온다.
이제 태풍을 무사히 지나쳐 보냈고 그 태풍이 우리나라에 충분한 가뭄 해갈을 해주려는 좋은 일을 하러 가는 걸로 보이기에 안심하고 전화를 건다면서,
-이 무더운 여름철을 잘 지내길 바랍니다, 다시 전화할게요.
인사를 하며 전화를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