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밤 11시 30분에 조마드 등대를 정횡으로 통과하여 솔로몬 해로 들어서는데, 그동안 꾸물거리며 흐려 있던 하늘에 별이 하나 둘 돋아나기 시작하는 날씨로 변해주고 있다.
내일이면 화창하게 밝은 날씨일 거라는 예감은 바람직하고 좋은 거지만, 혹시 너무 맑아져 뜨거운 날씨로 다가서는 것은 아닐까?
사실 지난번 에어컨디셔너가 고장 났을 때 수리는 했지만 완전한 처리를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빠른 재가동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므로, 내일의 밝고 환한 날이 무더위가 기승부리는 날씨로 찾아 들을 까 봐 은근히 경계해 보는 마음 또한 걱정스러운 거다.
이미 한밤중 이건만 후덥지근한 무더위를 만나 오르기 시작한 기온이, 끈끈한 땀을 등에서 샘물 솟아나듯 흘러나오게 하려는 참기 힘든 기미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 방에서 식당으로 내다 놓았던 선풍기를 다시 방으로 옮겨 놓으라고 실항사에게 지시하며 조마드 통과를 위한 조선을 하려고 브리지로 올라간 것이다.
마침 더위를 피하려고 브리지에 찾아와 있던 기관장이, 낮에 시운전을 하여 일차로 돌려 봤는데 냉각수 라인에 파공부가 생겨 재수리하느라고 시간이 걸리고 있어 내일부터나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을 다시 해준다.
바로 그때, 그간 쉬고 있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있던 냉방 통풍관 환풍구에서 바람이 흘러나오는 소리가 쎄에액~쌕 들리기 시작한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무더위가 참기 힘들었던 기관사들 중 누군가가 어차피 자신들이 할 일인데, 한 시간이라도 더 미루면서 더위에 고생하느니 당장 구멍 난 부분을 막아주는 일을 실시하여, 시원하게 잠이나마 잘 수 있게 하려고 자신의 쉬는 시간을 반납해가면서 고친 모양이다.
그렇게 다시 활동을 시작한 에어컨디셔너가 말을 잘 듣고 있다.
조마드 수로의 무사한 통과를 지휘한 후 방으로 내려왔을 때, 이미 지시한 대로 실항사가 다시 내 방에 올려다 놓은 선풍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점점 시원해져 가는 실내 온도 속에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게 에어컨디셔너는 완전한 수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늘 하루의 마감을 이렇듯 시원한 분위기 속에서 할 수 있게 되었음에, 다시금 감사한 마음 품으며, 꿈속을 향해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