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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Aug 08. 2017

기다림도 끝이나 가고

정박 속 기다림이 마지막 되는 새벽 운동 

새벽운동이 끝날 무렵의 선수루 모습


 드디어 내일 0415시에 도선사가 헬리콥터로 승선할 것이란 최종 예정을 통보해주는 팩스가 대리점으로부터 날아왔다. 

 지난달 25일 밤에 도착했으니 자그마치 열흘이란 기간을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며 그것도 한 이틀을 빼고는 계속 바람이 20 knots를 오르내리는 거친 바람이 일으킨 파도 밭 속에서 긴장한 신경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으니 힘들었던 대기 기간이었다. 


 매일 새벽 깨어나기는 비슷한 시간에 하지만 그때마다 조금만 더 누워있다가 하는 게으름을 부추기는 마음 때문에 미적거리는 시간을 보내다가 갑판으로 나가곤 하는 바람에 시간이 좀 늦춰진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오늘 새벽도 영 나가기가 싫어 꾸물대다가 나보다도 더 열심히 새벽 운동을 하는 갑판부의 B갑판장인 H 씨가 먼저 나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커튼을 걷고 창 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아이 좋아라! 오늘은 안 나가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반짝 드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그런 식으로 자꾸 빼먹으려고 하면 안 되지 열심히 운동은 계속해서 건강을 좋게 유지해야지 하는 염려의 반동도 고개를 든다. 

우선 브리지에 올라가 어느 정도의 비가 오는지 알아보고 결정하자 싶어 브리지로 오른다. 


 나트륨 투광등의 비치는 빛살이 좀 독특해 보인다. 불 빛 찾아 모여드는 하루살이 떼 모양으로, 가는 빗방울이 어둠을 밝히는 투광등에 의해 반짝이며 반사되어 군무를 추는 모습이다. 비가 아직도 제법 오고 있는 모양이다. 


 직접 나가서 확인도 할 겸 어지간하면 브리지의 윙 사이드를 도는 약식 통로를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리라 마음먹고 나가니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줄기는 별로 센 것 같지가 않다. 


 투광등의 불빛에 비치는 빗살을 향해 손을 내밀어 그 빗물을 받아보려 하니 불빛에 비쳐서 크고 많아 보이는 것이지, 손등에 감각도 안 끼치는 는개에 동반한 작은 물방울이 휘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갑판으로 내려가 정식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아래로 내려간다. 

조심스레 오른쪽으로 후부 갑판을 돌아 선수에 갔다 오는 한 바퀴를 채워왔는데 평소에는 빠지는 일이 없는 운동 하러 나온 부지런한 H 씨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아침에 내리는 빗발이 그를 젖히고 나 혼자 운동을 계속하게 만들어 준 모양이다. 

나도 처음에는 비가 온다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며 새벽 운동에서 빗겨서려던 태도였는데, 아마 H씨도 그런 유혹에 지는 때문에 안 나온 게 아닐까? 내 편한대로 갑판장의 운동 안 함에 우쭐해보는 이 심보는 왜 그런 걸까?


 당분간 정박 중 새벽 운동으론 마지막이 될 운동을 열심히 하며 갑판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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