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해(Coral Sea)를 지나며
새벽의 운동량이 좀 미진한 생각이 들어, 밝게 떠오르는 보름달과 같이 아직 수평선을 넘지 않은 채 걸려있는 뜨겁지 않은 태양을 보며, 어차피 오늘 하루의 마지막 금식인 저녁 식사를 피하려는 뜻도 함께하여 모두가 식사하는 시간을 택하여 저녁 운동에 나섰다. 귀에 익은 주기관과 발전기가 내는 항상 곁에 있던 소음들이, 선수 쪽으로 갈수록 점점 멀어지며 잦아드니 그렇게 조용해지는 것과 비례하여 공기 역시 점점 맑아져 간다.
누구도 침범하지 못했던 대양의 대기와 맨몸으로 만나는 정겨운 시간이 된 것이다.
어쩌면 자기를 반기는 마음으로 다가섬을 알아주는 다정한 대기라고 느껴지어 한껏 깊은 숨을 들여 마셔 본다. 약간은 달짝지근하고 향긋한 느낌을 주는 야래향 같은 한숨이 코끝에 훅 끼쳐 온다. 둘러싸고 있는 사방이 모두 물 밖에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인데 어디서 이런 향기가 날아든단 말인가?
아무리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아도 이제는 교교하기까지 한 둥그런 달빛 아래 물위를 수놓은 달빛 줄타기의 기다랗게 빛나는 트랙으로 만들어진 해면만이 동쪽 편에 어려 있고.
스러져간 황혼이 남긴 부스러기의 낙조(落照)는 서쪽 하늘가에서 마지막으로 불타고 있을 뿐 어디에도 향기를 보내 줄 섬 그림자는커녕 물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향기는 계속 전달되어 온다.
혼자서만 마셔대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마음이 들어 누구 함께 즐길만한 사람을 불렀으면 좋으련만 불러오려 움직이면 그 순간에 그냥 향기를 놓쳐버릴 것 같은 의구심에 사뿐사뿐 내 갈 길 걸으며 계속 심호흡만을 해댄다. 살며시 찬찬하게 들이마시면 그 숨길 따라 아련하게 배어오는 그 향기가 너무나 약한듯 하여, 그래서 더 깊게 마시면 혹시나 욕심 부렸다고 달아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이다.
그래도 은은하게 콧속을 저며 들며 나를 아련하게 하더니 어느새 내쉬는 숨에 따라 사라지는 저 향기는 아마도 만리 밖까지도 향기를 보낸다는 바로 그 만리향의 숨결이거나 아니면 이곳이 산호해(CORAL SEA)이니 이제 막 태어나는 어느 산호가 내뿜는 달콤한 태초의 날숨 한 가닥이 나를 찾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나아갈 때만 바람결에 실려 오고 되돌아 선실 쪽으로 향 할 때는 느껴지지 않는 이 향기에 흠뻑 취하며 치러내던 운동을 그만 끝내기로 하고 기분 좋게 촉촉이 땀까지 배어난 이마를 슬쩍 훑어 내리며 돌아서는 발길을 거주 구역으로 향한다.
이미 서쪽 수평선 위에 있던 붉은 황혼의 흔적은 그림자조차 거두며 점점 밤 속으로 묻혀가는데 보름에 가까운 달빛만이 밝음을 한층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