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줄이려고 떨구어 주었나?
새하얀 깃털 하나.
새벽 운동으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선수루를
세 바퀴 째 돌아 올라서는데
무언가 하얗고 자그마한 물건이
하늘하늘 가벼운 모습으로
저 앞쪽 내가 가려는 곳
갑판 위로 날아 내리고 있다.
무얼까?
호기심 발동한 빠른 발걸음 더 하여
가까이 다가서려니까
그 바람 나 먼저 앞으로 나서서
다시 한번 더 움찔거리고
떠오르듯 흐느적대게 만들어
한 번 더 슬며시 갑판 위로 내려서고 있다.
내 장지 손가락 길이 되어 보이는
순백의 빛깔 나는 새의 깃털이다.
어제 낮에 갈매기도 아닌 새가
배의 주위를 오르내리며 따라오더니
갑판에 잠깐 내려 쉬는 듯하다가
다시 날아오르기를 반복하였었는데
바로 그 새가 남긴 유실물일 거라는
짐작이 깃털이 떠오르듯 머리에 든다.
조그마한 섬일지라도
자그마치 몇 백 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이 망망대해 한가운데 철판 위에 내려진
저 깃털은 얼마나 먼 거리를 여행한 후
내 곁에 자리하게 된 것일까?
둘러보는 대로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
둥글지만 직선으로 경계시킨 바다와 하늘
어찌하다 그 속에 빠져 들었던 걸까?
어떻게 이리도 멀리 날아왔을까?
육지를 날아올라 떠나 올 때만 하여도
그렇게 빠져 들리라 생각지도 못했던
시원스레 날아보던 하늘 안 이었거늘
어느 순간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눈 아래를 보며 얼마나 스스로의 형편을
원망하며 후회스러워했을까?
그러다 발견한 앉을자리로 나타난
철판으로 둘러쳐진 우리 배에 내렸지만
힘들었던 나래를 제대로 쉬어는 봤을까?
물 한 방울, 먹을 것 한 조각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이 없는
한낮의 햇볕에 달아오른 철판만이
시원하나 짜기만 한 바닷물 위에서
마치 사막의 분위기를 연출시키는
신기루 같은 쉼터로 다가섰을 터이니
결국 다시 하늘로 난 길을 향해
나래 짓을 하며 땅 찾아 떠나갈 때에
중력의 무서움을 떨쳐내 보려고
깃털의 몸무게까지 줄이자며
떨어뜨리고 떠난 것일까?
손바닥에 올리어 들여다보며
갑판을 지나 계단으로 내려서려니
지나쳐 간 내 몸이 일으킨 바람에
파르르 떨어대는 하얀 깃털 하나
두고 떠난 것일까? 남기고 간 것일까?
내 손바닥 위의 깃털 너머로
여명의 밝음이 찾아온 하늘과 바다
어디에도 떠나간 새는 보이지 않고
바다 내음 코끝에 비릿하니 남아있다.
이렇게 육지를 멀리 떠난, 난바다 위에서 새들의 모습을 종종 만나게 되지만, 물새류-갈매기-를 빼놓은 새들은 거의 모두가 제명을 다 살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어떤 때는 그런 피곤에 지친 새들을 잡아먹으려고 매 종류의 새들도 나타나지만, 그 넓은 바다 위에서는 결국 잡아먹을 새가 없어지는 순간이 되면, 그들 역시 육지가 아닌 바다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리라.
이러한 현상을 대 할 때마다 어쩌면 생명의 원천은 육지가 아닌 바다라고 우기고 싶은 마음이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