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음식은 철저히 버려야 한다.
이번 항차 광양을 출항하고부터 아니 그 얼마 전부터 일기 쓰기가 매우 힘들어지고 일기 쓸 건더기가 잘 잡히지 않는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미니 시리즈로 방영된, 방송극 드라마를 녹화한 지나간 테이프를 열심히 시청보다 보니 생각할 시간도 앗기고 또 귀찮아지는 마음이 커지면서 글쓰기도 싫어진 모양이다.
그렇게 게을러진 마음에 영합이라도 해주려는 지 몸의 컨디션도 부실하게 되어 건강을 슬그머니 해치고 있다.
어제 아침부터 시작된 설사가 오늘 아침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다. 엊저녁부터 죽을 먹으려 마음을 먹었다가, 그냥 밥에 갈비구이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챙겼으니 쀼루퉁해진 위장이 그냥 넘기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하다.
그런 설사가 나오게 된 원인이 광양에 들렸을 때 아내와 처제가 수경재배했다는 오이를 구해 와서 냉장고에 넣어준 것에부터 유래한다.
곧 먹어야지 하며 벼르기만 하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저께 꺼내 보니 이미 한쪽 끝이 약간 물크러지기 시작한 상태였다.
문제는 챙겨준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아까운 생각이 들어 그냥 그 부분만 훑어서 잘라낸 후, 물로 깨끗이 씻어낸 후 먹었는데 그게 빌미가 되어 설사를 만나게 된 걸로 추측이 된다.
좀 상한 듯 한 음식을 먹으면 꼭 탈이 나는 걸 알면서도, 그 당장 정에 이끌린 아까운 마음에 괜찮을 거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리지 않고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음식에 대한 내 태도가 계속 그럴 진데 배탈 나는 악순환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어젯밤 선내 약방에서 지사제를 찾아보니 바로 지난달 7일로 유효기간이 끝나는 약만 있어, 할 수 없이 그 약을 가져다 복용 중이지만, 그 점도 약간은 찜찜한 기분이 드는 항목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선내에 비치하고 있다는 것은 약품의 투약과 관리를 맡고 있는 3 항사가 제대로 자신의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실 이런 식의 기한이 지난 약품을 보관하고 있는 사항이 혹시라도 PSC 검사에서 적발이라도 되는 날이면, 만만찮은 벌칙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니 아예 기한이 지난 약들은 조사하여 눈에 뜨이지 않게 폐기처분하도록 지시하였다.
12시에 오전 항해 당직이 끝나는 3 항사를 불러, 규정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약품들의 재고품들을 리스트대로 찬찬히 체크하도록 지시하면서도, 미덥지 못한 심증에, 이번 주말쯤 에는 선내 위생점검을 실시하리라 마음먹는다.
당장 국내에 들어가면, 폐기하기로 결정한 약들을 대치할 수 있게, 기한이 제대로 남아있는 약들로 청구서를 작성 제출하도록 지시하며 이런 모든 사안에 대한 담당자인 3 항사에 대한 철저한 교육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