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소식 주고받기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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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제부터 시작된 비가 오늘도 내리고 있습니다.

아마 내일도 비가 계속되리라고 봅니다. 20~30mm 정도 올 것이라고 하는데 가뭄 해갈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더군요.


어머니의 중국행 동승을 위한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다. 별다른 결격사항이 없으니 아버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제는 막내에게 안부전화가 걸려와 모든 가족이- 할머니, 엄마,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 그리고 저와 둘째까지 전화를 돌려가며 받았답니다.

전화를 새로 놓았다고 전화번호를 알려주려고 걸었다가 마침 집에 오셨던 작은집 식구들과도 통화하게 된 거죠.


건강은 문제없고 여름마다 고생하던 피부병도 엄마가 사서 보내 주신 약으로 깨끗하게 나았다고 하더군요.

며칠 전에는 높으신 분이 부대를 방문했었다고 합니다. 도합 10여 개의 별이 뜨니 정신이 없었다? 나요? 아마도 커피 타느라 더 정신이 없었을 겁니다. 아! 고달픈 '따까리'여!-


대생과의 전투 상황은 아직 현지 소식이 들어오지 않아 전해드릴 뉴스가 없군요. 오늘 중으로 금감원에 전화해 보신다고 했으니 엄니가 들어오시면 무슨 소식이든 가져오실 겁니다.

이제는 장마에 피해가 없길 바라야 하는 상황이 되겠군요. 성당에서도 가뭄 극복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는데. 하느님께서 도우시니 잘 되겠죠?


저도 이번에 오신 보좌 신부님으로부터 사명을 한 가지 받았습니다. 길 잃은 젊은 양들을 찾으라고요. 물론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겠죠.

청년회의 단장인 비오, 혹시 기억하세요? 아랫동네 살 때 둘째의 친구 SK이 라고 같이 학교 다니던 친구가 있는데 그 녀석의 동생이랍니다.-가 열심히 도와주고 있고 신부님께서 뒤에서 밀어주고 계시니 많은 양들을 불러 모을 수 있겠죠. 열심히 해 보려고 합니다.


아버지 어제 엄니의 편지를 부쳤는데 받으셨겠죠? 말 안 해도 답장은 꼭 하실 거고요. 비가 오니 좋긴 한데 너무 많이 오면 어쩌죠? 아버지 또 편지드릴게요.

01년 06월 00일 큰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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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 보아라 01년 06월 00일

비가 내리고 있다니 농사꾼은 아니라도 한시름 놓이는 기분이다. 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주 늦은 것이 아니니 농사에 필요한 물은 충분히 대어질 것으로 믿는다. 아니 대어 지었겠지.

모두들 비가 내려지길 기도드렸다니 하늘이 도우신 일로 내리는 비였겠구나. 그랬는데 거기다가 비가 너무 많이 오는 것을 미리 겁먹거나 걱정할 필요야 없겠지.


불에 올려놓으면 즉시 끓고 내려놓으면 금세 식는 식의 양은 냄비에 물 끓듯이, 비를 기다리거나 비가 오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되는 게 아니겠니?


단지 미리 재난에 대비하는 사전 준비로서 비가 많이 오는 경우를 생각하고 필요 사항을 점검하는 거야 올바른 삶의 태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여간 생의 도정(道程)에선 이렇듯 동전의 양면 같이 필요와 억제가 공존해야 하는 법칙이 상존하는 경우가 많은 거니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미리 대비하며 사는 것은 지혜로운 방식이겠지 뭐... 안달하며 하는 걱정이 아니고 말이다,


네 엄마의 편지도 잘 받아 보았다. 그 편지를 읽고 또 읽고 했다면 아마도 웃겠지만 사실 그렇게 읽다 보면 글 뒤에 숨겨진 뜻이랄까, 하여간 무슨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려고 그랬는지를 또 다른 차원의 뜻으로 읽어낼 경우도 있단다.

오래 살아온 부부가 닮는다는 말도 그래서 실감이 나고 그렇게 찾아낸 뜻으로 혼자 즐겁고 뭐 그런 이야기이지. 어쩌면 나나 너희 엄니가 이번에 동승을 하는 게 그런 여행 기회의 거의 마지막에 해당될 것으로 여겨지는구나. 나름대로 가는 곳이 어디인가는 지도책이라도 찾아 살펴보라고 하렴. 항구 이름이 대련이라고 요동반도에 위치한 항구로 발해만을 들어가는 입구쯤 될 것이다.


너한테만 편지 썼다고 너희 엄니 살짝궁 화(?) 낼까 봐 여기서 이 편지는 줄이고, 덧붙여 사랑 편지 네 엄마한테 보내니 전달해 주렴. 건강해라. 아버지 씀.


보이소 아줌마, 사랑하는 BB 보세요. 01년 06월 00일

아픈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를 바치러 다닌다는 말 그렇군요. 사실 남의 말 같지가 않군요. 예전 큰 애 아팠을 때나 당신이 몸져누웠을 때 기도해줬던 그 많은 교우들이 있었음을 나도 결코 잊지 못하는 감사함, 그 자체이었으니까요.


이제 당신이 남들을 위해 기도를 바칠 수 있다는 범사가 우리에겐 얼마나 큰 축복인 줄 아시겠죠? 열심히 그런 이웃들을 위해 기도를 하세요. 우리가 받았던 그 이상으로 말이오.


당신 말마따나 하나도, 둘도, 셋도 모두 건강을 지키며 즐겁게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도록 합시다.

몸의 건강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도 포함해서 말이오.


중국 가 볼 여행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겠죠? 당신의 병원 가는 일정이나 스케줄 모두 그에 따라 조정되어야 할 거요.

예정으로 봐서는 짧게는 한 달 보름여이고, 길면 두 달 정도의 기간이 7월 6~7일부터 시작되어야 할 걸로 생각되는군요.

중국에서 수리가 끝나면 호주 갈 것으로 예상하니 그쪽에 입국하는데도 지장이 없도록 서류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세요.(회사에 확인)

그리고 내 약도 두 달 분 더 받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번 광양 내려올 때 미리 준비해 둬 주세요.

내일 아침이면 오랜만에 찾아가 보는 호주 북쪽에 있는 항구 PORT HEDLAND(포트 헤드랜드)항에 도착 예정이라오.

대리점에서 온 예정표로는 19일 08시 도착하면 닻을 내리고 기다리다가 21일 0530시에 부두에 들어가기 시작하고 접안 후 8시부터 즉시 작업 개시하여 22일 14시에 선적 완료시켜 고조시(만조 때)를 기다렸다가 22일 21시에 출항으로 되어있군요.


그대로 진행되면 다음 달 6일이나 7일 광양 도착 예정이 되겠고 그때부터 당신의 동승이 시작되는 거지요.

행운목의 꽃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습니까? 나는 그 꽃이 그 냄새와 함께 우리 집안에 행운을 가져다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먼젓번 큰애에게 보낸 편지에도 언급했지만 지금까지 몇 번씩 그 나무를 집에서 가꿔가며 꽃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다려봤지만 성공 못했던 건데, 금년에는 그 바람을 이뤄내어 꽃이 핀다는 소식을 듣게 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 줄 당신은 아시겠소?


그야말로 이름이 행운목이 아닙니까? 그건 그 꽃나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올 때(선원들이 제일 먼저 들여오기 시작했던 것이라 짐작됩니다요.) 내가 인도네시아 원목을 실어 나르던 선장 시절 그 나무를 처음 만났으니까요.)

수반 위에서도 잘 자라고 있으므로 <물 나무>라고도 불렀었는데 그렇게 키워도 잎은 잘 자라지만 꽃 피는 걸 보기는 힘들죠.

제대로 길러 꽃까지 볼 수 있게 되면, 그 꽃과 함께 행운이 가득히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붙여진 이름이 행운목(幸運木)이었다고 하더군요.

이제 그 꽃 냄새가 우리 동네에도 솔솔 풍겨 나가 그 향기를 맡게 되는 모든 이들에게 행운이 나눠지라고 축복을 보냅니다.

좋은 일은 여럿이 나눌수록 더욱 커지고, 나쁜 일은 여럿이 대처할수록 적어지는 거니까요. 여보 오늘은 여기서 사랑의 인사를 보냅니다. 당신의 -암부럽소 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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