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밀항자들과의 동행
크기가 어지간히 큰 닭만 한 갈매기의 떼가 3번창의 해치카버 위에 모여 앉아서 노닥거리며 놀고 있는 모습이 살펴보는 쌍안경 화면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다. 녀석들은 날아 오르내릴 때마다 자신들의 주위에 배설물을 쏟아내며, 뜨고 내리니 붉은 색깔의 해치폰툰을 희끗거리게 만들어 마치 페인트칠이 바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하여간 뱃사람들이 친구로 깍듯이 대우해 주는 갈매기이기에, 배 주위를 유영하듯 날아 맴돌다가 물위로 튀어 오르거나 수면 가까이서 헤엄치는 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은 괜찮게 보아주고 있다. 그런데 배를 무슨 쉼터의 화장실로 여기는지, 저렇게 배 위에 모여 앉아, 어지간히 물을 쏟아 부어도 잘 지워지지 않는, 똥이나 싸지르는 행동거지가 영 마음에 차지 않아 쫒아 버리려 작정했다.
앞쪽의 기적을 길게 한번 울려본다.
“뿌~웅” 하는 그 둔중한 기적 소리에 처음에는 놀랜 듯 몇 녀석이 날아올랐지만 그것도 자주 계속 하니 이제는 무덤덤하니 ‘너는 울려라 나는 그대로 있겠다.’ 하는 식으로 오불관언이다.
보다 못한 그 구역 청소담당 부원이 빗자루를 들고 갈매기를 쫓아내려고 갑판으로 나선다.
아침이 되었다.
새벽 운동을 마친 상쾌한 기분으로 브리지로 올라갔는데 작은 새 한마리가 어쩌다 청소한다고 열어 놓은 선교 안으로 날아들었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면서도 열려진 문을 찾지 못해 애꿎은 창문에 머리를 쥐어박으며 푸드득거리고 있다. 어지간히 지쳐있는 모습을 보며 슬그머니 접근하였다. 숨을 힘들게 쉬는 모습이 애처로워 밖으로 내어주기로 작정하고 관심 없는 척 살금살금 접근하다가 기습적으로 덮쳐서 손바닥 안에 잡았다. 세게 쥐지를 못하고 그렇다고 엉성하게 쥐면 빠져나갈 것으로 여겨지어 조심스런 힘 조절을 해준다. 힘들게 퍼덕거려서 일까? 따뜻함을 넘어선 온기 속에 몸을 꼼지락 대는 녀석의 필사적인 깃털 감촉이 애처롭다.
어떻게라도 움직여 보려는 녀석을 거머쥔 손을 머뭇거리지 않고, 브리지 문을 열어 밖으로 내밀면서 손바닥을 살그머니 펴주었다. 정신을 가다듬었는지 녀석은 포르르 날아간다.
“빨리 붙잡아서 내보내야지, 사정 봐준다고 생각해서 우물거리며 훌치기나 계속하면 도망 다니다가 유리창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서 잘못되는 수도 있더라.”
새를 잡아서 날려주는 광경을 유심히 보고 있던 삼항사에게 이야기 해준다.
처음에는 새의 출현에 신기해하였다가 점차 새의 고난에 찬 역경이 안쓰러워 동정하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거니와 할 염두도 못 내고 있던 새를 과감하게 잡을 수 있는 행동에 자못 감탄한 표정마저 짓는다. 배 안에서 이렇게 새의 역경을 보살펴주는 마음은, <흥부와 보은의 박씨> 이야기 같이 되길 원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선물은 바라면서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람과 파도가 없는 편안한 항해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뱃사람의 바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