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조심하고 건강히 지내거라
세 아들에게 07월 30일
벌써 7월이 다 지나고 있구나. 더위도 이제 막바지에 오르며, 한 여름의 뙤약볕으로 아스팔트 한길이 축 녹아 쳐지는 그런 날씨가 며칠씩 계속하는 때가 왔구나.
더위에 조심하고 배탈이 안 나게 각별히 조심들 하거라. 여름철 배탈은 찬 것을 조심하면 우선 반 이상 막을 수 있는 것이니 비위생적인 너무 찬 음식을 드는 것에 조심하여라.
아빠 엄마는 지극히 정상적인 건강으로 잘 지내고 있다. 아직은 과업이 끝나는 오후 시간이 되어야 밖에 나가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이제 길 안내(통역)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오게 되면(우리 배 중국(조선족) 승조원의 처가 내일쯤 와서 한 달 정도 배에 있을 예정이란다.)
엄마더러 같이 나가서 재래시장 구경도 하고 그야말로 뒷골목 관광도 하게 할 예정이란다.
이곳은 지구 상 위치로 북위 39도 00.67분에 동경 121도 49분이므로 서울보다는 북쪽이며 또한 서쪽에 위치하니 서울보다는 훨씬 더위가 약한 듯하며, 안개가 계속 머무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매일 안개로 눈을 뜨니 너네 엄마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 살 곳은 못된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집을 지어도 똑같은 생김새로 짓는 것이 허가되지 않아서 대단지의 아파트 모습에서도 최소한 외부 색깔을 다르게 칠해서라도 모양이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 세운 것이 특이하게 눈에 뜨인다.
커다란 빌딩들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어 우리나라 건물들의 획일적인 모습보다는 볼품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비가 오면 하수 처리가 제대로 안되어 큰길에서도 물이 고여 물난리 치르는 모습이 우리보다는 뒤떨어진 정도이다.
하지만 시내의 가로등들이 마치 나무 가지에 등을 달아 놓은 것 같이 여러 개의 등(우리 집의 마루 등과 같은 백색의 작은 형광등)을 몇 단으로 나누어 각각의 등에 투명한 유리 갓이 씌워져 있구나.
멀리서 보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모습으로 은은한 조명이 아주 이색적인 낭만을 불러일으키는구나. 하지만 전반적으론 거리가 좀 어두운 편이란다.
사람들이 많은 것이며 여인네들의 옷차림이 우리네보다 더 할 정도로 노출이 심한 것을 보면 아시아에서 일본이나 우리보다 떨어진 패션 감각을 지녔다고 믿기는 어렵구나.
어제 성당 미사에 참여 후 들렸던 백화점 지하에 있는 쇼핑몰에서 패션쇼를 봤는데 첨단을 달리는 모델들의 쭈욱 빠진 모습이나 패션 감각이 그런 데는 문외한인 나에게도 감탄하게끔 하더구나.
일반적인 옷의 질은 우리나라의 옷이(엄마는 평화시장 패션이라던데) 고가로 팔리는 물건이고, 한국 제 물건을 파는 코너도 따로 있는 걸 보면, 질이 떨어지는 게 맞겠지만 휴일 날의 시내 쇼핑센터의 분위기는 우리네 보다도 더 고양되어 있는 아주 활기찬 모습이더구나.
점심은 <태능 갈비>라는 한글 간판의 음식점에서 냉면을 들었는데 지난번 이곳의 평양각이란 이북 사람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옛 고향을 생각하며 기대하고 들었던 냉면보다 훨씬 맛이 있더구나.
점심식사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모습도 비교가 안 되리만큼 활기찬 모습이라 이런 것에서도 남북의 비교에서 우리의 자리를 확인해 보는 느낌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엄마 편지는 내일 중 보낼게.
중국에서 보내는 열 번째 편지이다.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