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산보를 나와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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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후 조선소 앞 동네로 산보를 나갔다.
매캐한 냄새로 뒤덮인 후덥지근한 대기에 스모그가 동반되어, 열하루의 달빛마저 뿌옇게 빛이 바래게 만들어 주고 있는 속을 재래식 시장을 찾아 상륙 길에 나선 것이다.
중국에서 제일 많은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들은 문명의 이기를 쓰지 않고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하는 작업-예를 들어 공원등의 잔디밭에서 맨손으로 풀 뽑기를 하는 식의 작업-으로 인원을 동원하여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게 해주는 일로 일처리도 하는 모양이다.
오늘 찾게 된 시장은 초라한 좌판들을 모아서 두 개의 건물에 넣어져 있는 곳이 주가 되는 곳으로 좌판만큼이나 볼품없는 푸성귀와 기본이 되는 밑반찬들을 위한 음식재료가 대부분이지만 밖에 많이 모여 있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별로 그곳을 찾지 않고 있어 한산할 지경이었다.
그런 시장 건물의 한 쪽 건물에 마치 영사실을 방불케 하는 어둠을 만드는 휘장이 쳐져 있는 방이 있으며 그 안에서 스피커를 통한 말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호기심을 가지고 들에다 본 곳에는 20인치 정도의 텔레비전이 놓여있고 그 앞에 놓인 의자 위에 몇 사람이 앉아 구경하고 있다.
예전 60년대에 우리나라에 컬러텔레비전이 처음 등장했을 때 보던 풍경 같은 그런 모습이다.
길이나 건물 안이나 항시 사람들로 흘러넘치고 있어 활기찬 모습이기는 하지만 좀 더 안쪽을 들여다볼 때 이 많은 인구가 문제는 문제라는 걸 은연중 생각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들고 있다.
인해전술이란 무기로 6,25 전쟁에 참전해서 우리나라를 울리게 하던 나라가 바로 이 나라였다는 걸 다시 생각하며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며 길을 따라간다.
가게 앞 좌판에는 과일을 진열해놓고. 안에는 일상 잡화들을 놓고 있는 어느 잡화상을 지나치는데, 두 사람의 청년이 그 안에서 멱살잡이를 하는 모습이 마치 텔레비전의 실루엣으로 보듯 비쳐 보인다.
갑자기 옆에서 말리는 것 같던 다른 한 청년이 뛰쳐나와 과일을 파는 좌판에 있던 넙적하고 끝도 뭉툭한 직사각형의 칼을 집어 들더니 멱살을 잡고 있는 한쪽을 응원하기 위해 달려 들어간다.
또 다른 한쪽에선 무어라 앙칼지게 소리치는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같이 외출한 아내가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어 그 모습을 쳐다본다.
-여보, 뭐해? 빨리 지나가지 않고...
이럴 때는 빨리 그 자리에서 멀리 떨어지는 게 상책이다. 괜스레 호기심을 부리다가 날벼락을 맞게 되어도 할 말이 없을 거니, 꾸물거리지 말고 서둘러 그 자리에서 멀어지는 상책을 위해 아내를 독촉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나도 호기심이 발동, 싸움이 어찌 되어 가는지 궁금함에 곁눈질을 하며 지나치는데, 칼을 갖고 들어간 사람 별로 칼을 쓰지도 못하면서 우물거리고 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저렇게 쉽게 칼을 가까이하다 가는 언젠가는 큰일을 치르지 쯧쯧~
마치 앞날을 예언하는 도사 마냥 아내는 혀끝을 차며 한 말씀 거들더니, 동내 미니 슈퍼에서 샀던 얼어 있던 물병의 걸 뚜껑을 열어 그동안 체온과 대기온도로 먹기 좋게 녹아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여보 당신이 나서서 싸울 거예요? 왜 그렇게 흥분했어요.
놀리는 나의 말에 아내는 퉁명스레,
-저쪽 가게에 가서 과일이나 좀 사서 빨리 배로 들어갑시다. 한다.
후덥지근한 대기 속의 짜증 나는 맘들이 혹시나 우리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 겁이 나는지 아내는 시원한 에어컨디셔너가 작동되고 있는 배로 빨리 들어가기를 청하는 것이다. 이제 겨우 산보 나온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