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편지

눈만 뜨면 너희들 생각부터 떠 오르는구나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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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71(9981)1.jpg 달리안(대련)성당

왼쪽 뒤편에 보이는 2층 건물도 원래는 성당의 부속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일반인들이 점거하여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다 함.


셋 성아 잘 있느냐? 07월 31일

더운데 건강은 어떻냐? 며칠 전 전화로 들었던 할머니 목소리는 괜찮으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어떠신지 궁금하구나.


눈만 뜨면 항상 생각이 많아지는구나. 우리 집 걱정, 회사 일도 궁금하고, 오늘이 말일이라 서울에 있었으면 바쁜 하루일 텐데. 이렇게 한가한 말일을 보내게 된 것도 오랜만이다.

어제는 주일날이라 즐거운 마음이 먼져였단다. 미사 참례하고 시내 구경도 하려고 말이다.


날씨도 좋고 미사 참례할 준비를 끝내고 성당을 향했다. 지난주에 보이던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더라. 우리 배에서 신자 한 분이 계셔 같이 갔는데 요번에는 처음 온 신자가 세 분이나 되더구나.

한 분은 상해에서 오신 분. 또 한 분은 전라도 완도에서 친구 사업하시는데 둘러보려 오신 분, 또 한 분은 우리 배의 갑판장.

미사 시작하기 전에 반주 봉사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미사가 끝나고 나니 성가가 약간 쳐졌던 것이 마음에 안 좋더라. 공동체가 활성화되지 못해서 이런 일이 있구나 싶더군.


그래도 즐거운 일요일이잖아. 주일 미사도 참례했으니, 기관장을 만나 승리 광장(이제 그곳은 알 것 같아.)으로 향했지. 나가면 가는 곳이니까.


주보에 태릉 갈비가 교우 집이라더라. 꽤나 큰 식당인데 거기서 냉면 먹고 승리 광장에서 '빙 카페'를 마시고 광장 한 번 돌아보고 허기야 잡화류가 많은 곳이니 이곳저곳 헤매고 다니며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면서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것과 같은 웃옷이 있나 찾아보았지만 그런 종류는 전혀 눈에 안 뜨이더라.

072907DL(6134)1.jpg 묵주를 만들 담수진주를 고르는 모습

아주 새끼 담수진주(淡水眞珠)를사서 15단 묵주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50위안어치 샀다. 예쁘게 만들면 하나씩 줄려고 말이다. 누구한테냐고? 셋 성이 한 테지. 하나씩-- 왜냐고? 기도 많이 하라고.


평일은 아빠가 바빠서 나갈 수 없고 주일이면 코에 바람 쐬러 나가는데 말이 통해 알아들을 수가 있나, 통역이 한 사람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눈치로 대강 알아듣는 둥 마는 둥.


너희들 여행 다닐 때는 간단한 회화 책이라도 한 권 들고 다니는 것이 좋겠더라. 엄마가 이렇게 중국에 오래 있을 줄 알았다면 쉬운 말은 책에서 보고 배우며 했을 텐데 안 그래?


큰 애야! 성당 주보 만드는 일 즐겁니? 더운데 물은 어떻게 마시고 있니. 나의 일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그래도 항상 건강 조심하고 모든 일 즐거운 마음으로 해라 건강 조심하고.


둘째야!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

회사 일이 재미있다니 듣기 좋구나. 아무렴 네가 하고자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그러나 더운데 몸조심하고 항상 기쁜 생활이 될 것을 믿어 본다.


막내야! 군 생활하기가 어떠니?

더운데 몸조심하고 항상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할 것을 믿는다. 짜식 엄마 떠나기 전 전화 한번 하더니 소식이 없냐? 너의 생활하는 모습 듣고 보고 싶구나. 미사는 참여 못 해도 기도하는 마음자세는 잊지 말아라. 항상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단다.


O성이네는 어떠냐? 허기야 작은 아버지가 또 호주 출장을 가신다니 작은 엄마께 안부 전해주면 좋겠다. 전화는 하겠지만.

셋 성아 잘 있어라. 몸조심하고 늘 건강한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자.

사랑하는 아들들한테, 모두 보고 싶어 하며 11번째 보내는 엄마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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