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교포분들과 교유하며
셋 성에게 08월 20일
앞의 두 개의 편지가 먼젓번에 보냈던 편지인데 혹시 받았던 것인지 모르겠구나.
당분간은 막내의 이멜주소로 보내도록 하겠다. 그리고 앞으로 답장을 쓸 때는 몇 번째 보낸 편지 잘 받았다는 회신을 꼭 써주길 바란다.
할머니와 엊그제 전화 통화를 하였을 때 목소리를 들으니 건강하신 것 같아 한결 마음이 놓이어 좋았다. 우리 모두 잘 지내고 있다고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더 안부 전해 주길 바란다.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를 어제 주일미사에 행하여 선양에서 오신 한국 신부님이 집전하여 오랜만에 우리말 강론을 들었구나 그리고 미사가 끝나니 이곳 대련 천주교회의 자매님이 개인적으로 식사 초대를 해주셔서 점심을 함께 들었단다.
이어서 자신의 자가용을 제공하여 이곳에서 경치가 유명한 국립공원이라는 해변가 금석탄(金石灘)을 드라이브하며 자신의 카메라까지 빌려주어 사진도 잘 찍었지.
대련에서 거기까지 가는 길은 중앙분리대가 나무가 우거진 쾌적한 녹지로 잘 정비되어 있어 서구의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그런 멋진 풍경을 가진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아주 안성맞춤의 쾌적한 길이었단다.
우리네 이름으로도 세례명도 너네 엄마 본명과 같은 이름인 그 자매님은 이곳에서 95년도부터 사업을 하는 분으로 27세 난 자신의 큰 딸애가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 지금 회복기에 있다는 아픔 또 한 갖고 있더구나.
너네 엄마를 자신과 비슷한 동년배로 봤다고 하던데 실은 여섯 살이나 적은 분으로 교회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그런 분이 더구나.
이제 우리 배의 작업도 막바지에 접어들어 하나 둘 끝이 난 일들도 있지만, 아직은 9월 초의 출항을 목표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요일 성당 나들이가 가장 큰 외출이지만 혹시 엄마만이라도 백두산 관광을 할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구나. 지금 그걸 알아볼 겸 어제 관광을 하게 해 준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엄마는 지금 외출 중이시다.
나중 이곳을 떠난 후 기름 수급을 하려고 광양에 기항할 때 내 약도 2개월분 처방받아 회사 광양지점으로 택배로 보내어 입항 수속할 때 전달받을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한다.
광양지점 전화번호는 (061) XXX-XXX1이며 S과장(핸드폰 011-XXX-XXX3번)에 연락하여 주소를 알아낸 후 우리 배가 들어오기 하루 전쯤 미리 받도록 보내주면 될 것이다.
오늘은 우선 여기까지 써서 막내의 이멜주소로 보내기로 한다. 엄마/아빠의 16번째 편지다.
시몬! 이 편지를 너네 형한테 전달만 하고 너는 답장을 쓰지 말아라. 너는 답장 쓸 자격을 상실했다. 맞냐? 나 X 놈.
너네 엄마는 네가 편지 안 쓴다고 안달을 하다가 이제는 체념했는지 이곳의 교우 한 분이 너를 두고 사돈 삼자는이야기도 흘려보내고 있다. 약 오르지? 알아서 해라. 16번째 편지를 대필하며 아빠가 보낸다.
아침 10시 반에 나가서 어제 대접을 받았던 율리안나 씨를 만나 그녀의 집에서 점심 대접을 받은 너네 엄마는 저녁은 자신이 사겠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저녁 무렵 나를 불러내었다.
남자가 세 사람 여자들은 네 사람과 아이 한 명이 나와서 엄마 아빠와 함께 모두 열 명이 중국 식당에 가서 식사를 들었다. 대련 천주교회에 나오는 교우들이며 이곳 개발구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곳 중국에 아이 둘을 데리고 와서 사업을 하던 부부중 남편이 당뇨병으로 몸무게가 16 킬로그램 이상 줄어들며 몸져누워 현재는 S 음대를 나온 아내가 피아노 레슨을 하며 겨우 먹고살고 있다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하며 그들을 어떻게 라도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음식을 들기 전에 이분들이 가졌던 화제이다.
한국에서의 모든 기반을 정리한 후 이곳에서 사업을 벌였다가 본전도 못 건지는 이런 일은 알고 보면 비일비재한 일이란다.
기회의 땅이라고 마냥 분홍빛 구름만 있는 게 아니라 까딱 잘못되면 나락의 깊은 수렁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을 너무나 무시하여 너도나도 마구 달려든 풍조가 만들어낸 일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내로 한번 찾아가 보는 걸 우선 하기로 하며 이야기를 끝맺고 뷔페식의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는 청경채 야채 볶음과 돼지갈비 구이, 생선찜, 중국식 빵, 야채와 고기를 곁들인 스튜, 가리비 조개 구이, 찐 옥수수, 버섯볶음, 탕수육, 해파리 오이무침에 볶음밥까지 곁들여 38도짜리 술 두병까지 들었다.
푸짐하게 들고 마셨지만 돈은 그렇게 많이 나온 게 아니기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도 그간 이곳에서 현지 분들 한데 받았던 친절한 배려에 대해 작은 갚음이나마 할 수 있어서 마음이 훈훈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