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고정 소화기에 대한 검사필증 증서를 갖고 배로 찾아왔던 남자가 내뿜어 주던 입냄새(口臭)가 중국에서 만난 현지인들 중에서 가장 가까이하기 싫었던 거북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그를 만났을 때는 혐오감이 들어 빨리 헤어질 생각만 했었는데, 두 번째로 보게 된 여자애의 입냄새에는 연민의 정이 먼저 앞섰던 것 같다.
승리 광장의 지하상가에서 금속공예 토속 기념품을 판매하는 사천 예(四川藝)라는 가게에 근무하는 중국 소수민족의 한 갈래인 장족(壯族) 출신의 점원 아가씨가 바로 그 두 번째 바람결에 호불호를 가르게 만든 사람이다.
아내에게 은으로 된 목걸이와 팔찌의 수공예품을 판매하며 안면을 텄든 그 아가씨, 옆에서 보기에 매우 싹싹하고 자신의 일에 열성적이란 기억이 남길래 다른 토속 기념품도 골라 보려고 일부러 찾아가 흥정을 하던 중이었다.
예쁘장한 생김새에 호감이 가는 태도로 자신의 일에 대한 설명을 보충하느라고 한문을 써서 보여주는 친절에 부담 없이 생각하고 들어주다가 나도 글을 써 알고 싶은 일이 생겨 가까이 다가섰었다.
연필과 메모장을 내 손에 쥐어 주려 좀 더 거리를 가까이하며 대답을 해올 때, 갑자기 확 끼쳐오는 입 냄새가 순간적으로 그녀의 모두를 다시 쳐다보게 만드는 아쉬움을 만들어 주고 말았다.
저 정도의 여자답고 온순하게 보이며 수수한 그러나 이국적인 미모도 지니고 친절까지 몸에 밴 여성이 어떻게 그런 지독한 입 냄새를 갖고 있어 대화의 상대자에게 순간적으로 곤혹스러운 마음을 품게 한단 말인가?
아쉬운 마음은 살며시 그녀를 곁눈질하며 다시 한번 살피게 하는데,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다시 받아 든 메모장에 열심히 글을 써가며 내 물음에 대한 내력이나 의미를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다.
어쩌면 외국인이 한문을 알고 있는 게 신기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불현듯 들어선다. 그러나 가까워지면 어쩔 수 없이 끼쳐오는 입냄새에 찡그려지는 내 마음을 계속 눈치 차이지 않으려 적당한 거리를 두려는 내 노력이 무척이나 힘들다 보니 짜증마저 들어서고 있다.
그녀의 내뱉어지는 숨결이 내 코끝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그런 눈치를 상대방이 알아 채지 못하게 하려는 조심성으로 인해 그녀의 설명은 이미 내 귀 바퀴 밖으로 밀쳐 나고 있다.
이제 적당한 이유를 달아 흥정을 마무리시켜 이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리라 마음을 굳히며 아내를 돌아 본다.
-이거 다음에 사도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죠. 뭐 한번 더 생각해 보고 나서 결정하기로 하죠.
아내도 그렇게 순순이 동의해 준다. 우리는 그녀에게 다시 찾아오겠다는 보디랭귀지를 곁들인 인사를 장황하게 해준후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자이쩬(再見).
그녀도, 우리도 다시 보자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당신은 점원 애의 입냄새를 못 맡았어요?
밖으로 나온 후 내 첫물음이다.
-왜 못 맡았겠어요.
아내도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너무 심한 냄새가 나더군요.
아내의 덧붙이는 말에,
-사람이 아깝다는 생각 안 들었어요?
내 기분에 얹어서 다시 물어본다.
-아니요. 아까운 게 아니라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던데요.
아깝다거나 불쌍하다는 맘을 우리 부부에게 갖게 해주고 있는 그 점원 아가씨는 과연 아껴주는 남자 친구가 있는 걸까?
상상이 비약을 시작하다가, 어떠한 냄새라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 연인 사이에 빗대어 잠깐 멈추어서 하는 이야기이다.
문득 30여 년 전 처녀총각 시절, 아내와의 첫 키스의 추억이, 이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달콤하고 아련한 기억으로 이어지며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웃는 거예요?
갑작스러운 내 태도에 살짝 의문을 띠운 아내가 질문을 던져온다.
-당신과의 첫 키스 했던 때가 갑자기 생각나서요.
내 생각의 비약을 알 길 없는 아내는 무슨 말이에요? 음미하듯 쳐다본다.
-그때의 그 기분을 지금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지만, 멋진 추억이었어...
내친김에 나는 예전의 우리 둘의 사랑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런데 그때의 그 오묘한 입냄새-향기-를 두 번 다시 찾질 못하겠어요.
-그렇다고 지금의 당신한테서 싫은 냄새가 난다는 뜻도 결코 아니지요.
대련 승리 광장 상점가에서 우리 부부는 잠깐 대화를 멈추며 자신들의 안에 차곡히 쌓여있는 사랑의 옛이야기 반추에 빠져 들고 있었다. 살며시 다가서며 잡아 준 아내의 손바닥에서 촉촉이 땀에 젖은 찹찹한 온기가 그냥 물 흐르듯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