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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28. 2016

안전제일(SAFETY FIRST)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말

얼마 전, 모 사선에서 신임 2 기사가 승선하여 자신의 업무 구역인 기관실을 둘러  보던 중 실족하여 기관실 맨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은 인명사고가 났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지내온 사람이지만 같은 회사에 근무해 온 동료로서 제일 먼저 그 소식을 듣고 심심한 조의를 표하면서도, 내가 승선한 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는 이기심 역시 숨기지 못했다.


사실 죽은 당사자야 말이 없지만, 가족 친지들이야 얼마나 억울하여 분통이 터질 일이겠는가?

무심히 넘겼던 작은 일이 그런 목숨을 빼앗는 사고가 되어 나타남이 참으로 한이 되므로, 사고가 난 후 안전에 대한 허술한 의식을 탓해야 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 또한 어쩔 수 없이 든다. 

이번 사고를 간접 유발시킨 기관실 통로의 발판 용접 수리 작업이 그날로 끝나지 못하여 다음 날로 작업 상황이 이어져  넘어갔을 때에 제대로 펜스도 치고 안전 조치를 철저히 취했으면 발생되지 않았을 경우의 사안이기에 더욱 그런 맘이 드는 것이다. 


제일 먼저 실족에 대한 본인의 책임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으니 더 이상 따질 일은 못 되는 거고, 직장인 조기장이 작업의 뒤처리를 제대로 실시 못했단 사유로 사고처리 과정에서  권고사직당했다는 소식 역시 착잡한 심정을 만들어 준다. 두 사람 다 본선에서 승선근무를 마치고 난 후 연가를 잘 쉬고  곧바로 그 배에  승선하였다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이다. 


특히 조기장 김 씨는 본선에서 모범 승조원 및 승진 추천을 받아 조기장으로 승진도 하였고 지난번 회사 창립 기념일 행사에서 15년 근속 상까지 탔었다. 

그런 저런 배려가 권고사직 철회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을 당한 것에 동정도 가지만 별 도움을 줄 수 없는 내 형편 역시 떨떠름 하니 앙금으로 남는다. 


아무리 잘 나가다가도 한 번 삐끗하면 바로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서는 예측을 불허하는 해상에서의 사고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선상 생활도 한 번  잘못되면 순식간에 직장도 물러나야 하는 너무나 야박한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전 승조원을 모아놓고 안전을 강조하는 교육을 실시하며 이 이야기를 예로 들어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일도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두가 조심하여 후회 없는 승선 생활을 하도록  강조한다.

어느 선박이나 예외없이 거주구(승선구역)에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 고취를 목적으로 글귀를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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