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를 생각한다.

소탐대실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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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회사로 보낼 서류를 작성하느라고 시간을 보낸 여파로 아침 과업 모임이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참석했는데, 막상 내려가서 보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기도 전에 일항사가 나서더니 마침 내가 잘 왔다는 투의 기분을 느끼게 하는 표정으로 말문을 연다.

-지금 분임조 활동비 때문에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하며 운을 뗀다.



회사는 분임조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매 분기마다 회사가 정한 안전운동에 적극적으로 잘 참여하는 우수 분임조에게 조원 한 사람 당 미화 15불 정도의 포상을 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제도에 의해 수급되는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단다.



지금껏 우리 배에서는 그 돈을 받아 분임조별로 나눠주느니 한데 모아 선내 오락비에 보탬으로서 전 승조원이 함께 쓰도록 하자는 의견에 의해 한번은 갑판부 분임조로, 다음번에는 기관부 분임조에 하는 식의 우수분임조 선정으로 서명은 하되, 돈은 선내 전체 공동의 오락비에 산입 시켜 공동사용으로 실시해 왔다. 

이번 3/4분기 것도 그렇게 당연히 되는 걸로 알고 돈은 이미 오락부장인 3 항사에게 넘겨주고 있는 상태였다. 

헌데 왜 그렇게 운용하느냐는 이야기를 지난번 새로이 승선한 사람들 가운데서 나온 모양인데 보아하니 새로 탄 갑판장이 앞장서서 따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상황하에서 시원스레 본선 상황을 설명해주질 못하여 일방적으로 공격 아닌 공격을 받고 있던 일항사가 내가 나타나니 얼른 떠넘기듯 말하며 한 발짝 물러섰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성미가 치받치는 걸 참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 돈을 받아서 해당 부서별로 나눠 가지기보다는, 전 승조원이 공평하게 혜택을 나눌 수 있는 오락비에 넣어서 사용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우리 배에서는 이 돈의 지급제도가 생긴 이래 계속 그렇게 해왔음을 설명했다.



이제 와서 그걸 문제 삼는 형편이 은근히 기분을 언짢게 한다는 분위기를 표출 시켜가며, 이 수당의 지급이 의무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게 아니고, 본선 선장의 판단에 의해 잘하고 있는 분임조에 지급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으므로 해당 분임조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지급을 안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3/4분기의 우수 분임조 활동비(이것이 원 이름이다.)는 우수 분임조가 없다고 판단되어 지급치 않고 넘어가기로 한다는 선언을 욱하는 성미에 말해 버리고 말았다. 

즉시 브리지로 올라가서 당직 중인 3 항사에게 이미 건네주었던 돈을 되돌려 받도록 조치를 취하고 지급자 명단 만들었던 것도 폐기 처분하도록 지시하였다.



그 조그마한 돈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욕심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에 정나미가 떨어지는 기분이 들며 이런 사람들에게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잘 해주어야 한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이런 말들이 나오게 앞장섰던 주인공들은 쳐다보기도 싫어 질 지경이 되었다. 

아니 미워지는 마음조차 생겨나기에 그러면 안되지 하는 나름으로 나를 달래는 심정 되어 잠시 숨을 고르느라 말문을 쉬어 가며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회사가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고 집행하는 의도에, 우리 배가 실시하고 있는 방법이 반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다수의 저들을 위해 시행해 온 이 일이 결코 부질없는 짓은 아니라고 믿고 있는데 그걸 가지고 문제 삼는 저들의 행태를 보니 실망을 금 할 길이 없는 것이다. 

조삼모사 고사에 나오는 원숭이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일부 선원들의 그 좁은 소갈머리가 나를 실망시킨다. 

문득 치솟는 화와 미움이 계속 커지게 된다면 배 안의 분위기가 나빠지고 승조원 서로 간의 믿음이나 유대감이 엷어지며 심지어는 갈등까지 만드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노파심이 생겨난다. 


점심 식탁에서 이 이야기를 하니 기관장은 그들의 좁은 소갈머리를 비난하며 내 말을 거들었는데, 그 와중에도 나중엔 그래도 그 돈을 계속 오락비에 넣어주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하는 이야기를 한다.

백번 맞는 말이지만, 본때를 보이기 위해서는 이번만큼은 나도 양보를 하기 싫으니 그냥 우수 분임조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겠다고 선언해 본다.



그러나 그 돈을 선원들을 위해 쓰지 않는다면 선원들이 그만큼 손해 본다는 산수 식이 남아있기에 며칠 버텨보는 고집을 부린 후 적당한 때에 예전의 방식으로 되돌아 가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키려는 마음은 이미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회사의 본 뜻에 좀 비켜가면서 또 일부 선원들이 원하지 않는 데도 전체 선원 복지를 위해 실행한다고 생각하는 내 의지와 행동은 과연 옳은 일일까? 한번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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