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묘지에서 낚싯줄을 드리웠건만
도착한 어젯밤을 포함해서, 이틀 밤을 닻을 내려놓은 상태로 기다려야 한다고 대리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기에 풍어의 기대를 가지고 선미에서 낚시를 드리웠건만, 너무 욕심이 컸던 모양이다.
도대체 입질하며 달려드는 고기가 없어 모두들 김샜다는 표정으로 밤낚시를 위해 선미에다가 내려주었던 카고 라이트만 남겨둔 채 낚시터를 물러 난다.
그나마 처음 시작에서부터 끈질기게 마지막까지 버틴 기관장이 있어 작은 체면은 세웠다. 내려 드려진 작업등 불빛 아래 수면 가까이 에서 제 세상이나 만난 듯이 혼자서 휘젓고 다니던 한 마리의 오징어를 기어이 낚아 올리어 겨우 영패의 수모를 면하게 된 거다.
갑자기 저 혼자 밖에 없는 귀한 몸이 되어버린 그 한 마리의 오징어를 주방으로 가져다 놓아두면서, 기관실에서 생긴 미룰 수 없는 작은 수리작업을 하고 있던 기관부원들에게 오징어 회를 한 점 씩 나눠주겠다는 말을 하러 기관실로 간다며 기관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실은 그 작업이 어찌 진행되고 있는지 진행도 살필 겸 해서 내려간 그 사이였건만, 마침 주방에 들렸던 어떤 약삭빠른 고양이 같은 친구가 아직 살아 있는 그 오징어를 세 조각의 회로 만들어서 소주 석 잔의 안주로 홀라 당 입에다 털어 넣어버린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 바람에 나는 말로만 오징어 잡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 실물로는 구경도 못하고 상황 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먼저 본 사람이 임자가 아닙니까?
라며 맛있게 먹었다고 자랑하는 그 사람에게
-잘했어, 그래 아주 잘했군....
하며 허허 웃어버리며 그 괘씸한(?) 해프닝은 결말지어졌다는 후문이 곁들여지었던 것이다.
오늘 밤 다시 도전할 모양인데 부두에 들어가는 예정도 하루 밤을 더 자야 하는 2일 날 오후로 늦어졌으니 이 밤에는 뭔가 좀 보여주도록 전갱이(아지) 떼라도 나타났으면 바라고 있다.
하기야 엊저녁 카고 라이트를 선미로 내려줄 때 보니 돌고래가 제일 먼저 나타나서 어슬렁거리고 있었으니 풍어 기약은커녕 흉어 상태가 된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약아빠진 돌고래가 고기떼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제 배를 채우는 운동이라도 하면 도망 다니는 숱한 고기를 뻔히 보면서도 낚아 올리는 건 힘드니까 말이다.
조황이 좋다는 전갈을 받아 보고 싶은 기대를 가지며, 방으로 돌아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집으로 보내는 편지를 쓴다.
--- 참, 당신 펜션(PENSION)이란 말 들어봤어요? 연금 생활자들이 민박을 경영하며 노후생활을 즐기는 데서 유래한 말로 호텔의 편리함과 민박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모두 살린 객실 10개 이하의 레저용 숙박시설로 유럽이나 일본에의 관광지나 휴양지에 널리 보급되어 있답니다. 종류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첫째 집주인이 직접 전원주택에 살면서 터 일부에 민박집을 짓거나 집의 일부를 민박시설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현 수도권, 강원, 충청권 관광명소 일대에 들어서는 전원주택으로 가능하며,
두 번째는 땅만 매입해 분양업체에 임대하면 이 업체가 집을 짓고 운영을 맡아 여기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배분하는 방식, 이 경우 땅주인은 연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고.
세 번째는 제주도의 정식 펜션업으로 일정 면적 이상의 농지나 목장용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며 객실을 분양하거나 20명 내외의 회원제로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에서 운영 중인 펜션은 대체적으로 7~10평 단위의 원룸형 목조주택이나 통나무집 5,6개를 이어 붙인 형태로 객실수 10개 내외의 고급 민박형 숙박시설이 대부분이며 펜션 건축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에서는 주거용으로 별 까다로움 없이 건축허가를 받고 있답니다.
신문에 연재된 것을 오려 모았는데 나중에 한번 같이 읽어 봅시다.---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마음 때문에 눈에 뜨인 내용이었다.
이런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준 후 자리에서 일어날 때 까지도 아직 고기를 낚아 올리며 내지르는 동료들의 환성이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오늘 밤도 조황은 시원치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