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보고
집에는 지금쯤 아침과 저녁 무렵이면 서늘한 기운이 서려지는 늦여름이 시작되고 있는 건 아닌지요.
말매미인지 참매미인지 하여간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큰 종류의 매미 녀석이 내는 소리가(어디까지나 노래라고 해이겠지요) 울려 퍼지는 따가운 한낮의 햇볕만 피한다면 이제 더위는 제풀에 꺾여 물러서 갈 것이고 곧이어 풍성하니 하늘 높아진 가을이 손님 되어 오시겠네요.
헌데 나한테야 그저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건 집안 소식뿐인데 벌써 며칠째 연락이 끊긴 채 날 찾질 않고 있으니 혹시 더위라도 먹게 된 몸이 편찮아 그런 것은 아닌지 궁금하답니다.
한밤중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문득 집에서 편지가 온 것도 모른 채 그냥 잠자고 있은 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드는 걸 핑계 삼아 정신을 차렸습니다. 마침 그 시간이 통신시간을 할인해 주는 시간대란 걸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통신실로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새벽 두 시에 열어본 이멜 중에서 마침 개인 편지가 들어 있기에 당신으로부터 온 것으로 지레짐작하며 기쁜 마음으로 조심스레 살펴보았는데....., 3 항사의 여동생이 자기 오빠에게 보낸 소식이더군요.
기뻤던 마음만큼 실망의 휴우~ 소리도 쪼매 컸지요. 이 편지를 보고 난 후에는 즉시 회신을 보내 나의 불안한 걱정의 불을 끄게 해주세요.
낚시 소식을 덧붙입니다. 그저께는 훼방꾼으로 돌고래가 나타났는데 어제는 새끼까지 거느린 한 가족 세 마리의 고래가, 돌고래가 아닌 진짜 큰 고래가, 찾아왔답니다.
세 놈이 저마다 한 번씩 물 위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씨 이익-씩 대는 숨소리가 크게 배 주위를 울려 대며 서성거리고 있으니 아무리 불을 밝혀 놓고 꼬신다고 했지만 어느 고기가 우리 배 꽁무니 쪽 우리들의 낚시터로 찾아오겠어요?
그러긴 해도 어젯밤 역시 오징어 한 마리는 또 낚았다고 하더군요. 크기가 제법이라 썰어 놓으니 한 마리인 데도 한 접시 가득 채울 만큼 충분히 컸었다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그만큼 몸집이 큰 종류이니까 고래가 나타나도 같이 설쳤을까요? 그게 아니면 자신을 방어하는 뭔가 특별한 믿는 구석이 있었을까요?
어쨌거나 힘든 결단을 내려 그 장소를 찾아온 녀석일 텐데, 목숨을 잃게 된 원인이 천적인 고래 때문이 아니라 먹이에 대한 지나친 과욕으로 하찮은 미끼를 물어버려 결국 파멸의 물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었죠. 과욕은 화를 부른다. 뭐 그런 뜻을 억지로 그 안에서 꺼내 봅니다.
이번에도 녀석을 직접 낚은 기관장이 회를 장만하면서 이번에는 나를 초청해서 오징어 회 한 점이나마 대접하리라 생각 중이었다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듯 함께 나타난 기관 사관들이 너도나도 한 점 씩 들며 맛있다고 한 마디 씩 거드는 바람에 이래저래 나 한 테 연락할 기회를 놓쳤다고 점심 식사시간에 이야기를 하더군요.
따져가며 보아도 겨우 한 마리만 낚이었기에 보인 상황이니 또다시 나를 놀리려고 하는 이야긴 아니기에 그저 먹은 배나 진배없이 고마운 생각이 든다고 허허 웃음으로 대답해줬지요.
연 이틀을 오징어 한 마리 씩만 겨우 건지는 개점휴업 상태의 파시를 이루고 보니 모두들 여기 HAY POINT항에서의 낚시에 대한 풍요로운 바람은 접어주며 다음 항차 들를 곳에서 많이 잡아보기에 기대를 넘기기로 마음을 굳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내일 19시 접안이란 예정이 남아 있으니, 마지막 남은 정박기간인 오늘 밤에 한번 더 시도는 해보기로 하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끝을 내고 또 소식 전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