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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05. 2018

어느새 늦여름이 옆에 왔네요

낚시 보고

선박이 투묘하고 있다는 상황을 나타내는 국제충돌예방법에 규정된 신호물인 Black ball(흑구)을 게양하고 있는 선수의 모습

              

 집에는 지금쯤 아침과 저녁 무렵이면 서늘한 기운이 서려지는 늦여름이 시작되고 있는 건 아닌지요.          

말매미인지 참매미인지 하여간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큰 종류의 매미 녀석이 내는 소리가(어디까지나 노래라고 해이겠지요) 울려 퍼지는 따가운 한낮의 햇볕만 피한다면 이제 더위는 제풀에 꺾여 물러서 갈 것이고 곧이어 풍성하니 하늘 높아진 가을이 손님 되어 오시겠네요.    

          

 헌데 나한테야 그저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건 집안 소식뿐인데 벌써 며칠째 연락이 끊긴 채 날 찾질 않고 있으니 혹시 더위라도 먹게 된 몸이 편찮아 그런 것은 아닌지 궁금하답니다.  

          

 한밤중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문득 집에서 편지가 온 것도 모른 채 그냥 잠자고 있은 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드는 걸 핑계 삼아 정신을 차렸습니다. 마침 그 시간이 통신시간을 할인해 주는 시간대란 걸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통신실로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새벽 두 시에 열어본 이멜 중에서 마침 개인 편지가 들어 있기에 당신으로부터 온 것으로 지레짐작하며 기쁜 마음으로 조심스레 살펴보았는데....., 3 항사의 여동생이 자기 오빠에게 보낸 소식이더군요.              

 기뻤던 마음만큼 실망의 휴우~ 소리도 쪼매 컸지요. 이 편지를 보고 난 후에는 즉시 회신을 보내 나의 불안한 걱정의 불을 끄게 해주세요.    


          

 낚시 소식을 덧붙입니다. 그저께는 훼방꾼으로 돌고래가 나타났는데 어제는 새끼까지 거느린 한 가족 세 마리의 고래가, 돌고래가 아닌 진짜 큰 고래가, 찾아왔답니다.              

 세 놈이 저마다 한 번씩 물 위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씨 이익-씩 대는 숨소리가 크게 배 주위를 울려 대며 서성거리고 있으니 아무리 불을 밝혀 놓고 꼬신다고 했지만 어느 고기가 우리 배 꽁무니 쪽 우리들의 낚시터로 찾아오겠어요?           

정박중인 배 옆으로 찾아온 고래 가족

 그러긴 해도 어젯밤 역시 오징어 한 마리는 또 낚았다고 하더군요. 크기가 제법이라 썰어 놓으니 한 마리인 데도 한 접시 가득 채울 만큼 충분히 컸었다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서 말이죠.

             

 그만큼 몸집이 큰 종류이니까 고래가 나타나도 같이 설쳤을까요? 그게 아니면 자신을 방어하는 뭔가 특별한 믿는 구석이 있었을까요?               

 어쨌거나 힘든 결단을 내려 그 장소를 찾아온 녀석일 텐데, 목숨을 잃게 된 원인이 천적인 고래 때문이 아니라 먹이에 대한 지나친 과욕으로 하찮은 미끼를 물어버려 결국 파멸의 물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었죠. 과욕은 화를 부른다. 뭐 그런 뜻을 억지로 그 안에서 꺼내 봅니다.   

         

 이번에도 녀석을 직접 낚은 기관장이 회를 장만하면서 이번에는 나를 초청해서 오징어 회 한 점이나마 대접하리라 생각 중이었다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듯 함께 나타난 기관 사관들이 너도나도 한 점 씩 들며 맛있다고 한 마디 씩 거드는 바람에 이래저래 나 한 테 연락할 기회를 놓쳤다고 점심 식사시간에 이야기를 하더군요.  

 따져가며 보아도 겨우 한 마리만 낚이었기에 보인 상황이니 또다시 나를 놀리려고 하는 이야긴 아니기에 그저 먹은 배나 진배없이 고마운 생각이 든다고 허허 웃음으로 대답해줬지요.            


 연 이틀을 오징어 한 마리 씩만 겨우 건지는 개점휴업 상태의 파시를 이루고 보니 모두들 여기 HAY POINT항에서의 낚시에 대한 풍요로운 바람은 접어주며 다음 항차 들를 곳에서 많이 잡아보기에 기대를 넘기기로 마음을 굳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내일 19시 접안이란 예정이 남아 있으니, 마지막 남은 정박기간인 오늘 밤에 한번 더 시도는 해보기로 하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끝을 내고 또 소식 전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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