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능력을 키워라

꽝 소리가 나면 몸을 낮추고 움츠려라

by 전희태
SNB10044(8965)1.jpg 우현쪽 파이로트 레더 부근에서 선수쪽을 보고 찍은 사진



날씨를 탓하기에는 너무나 항해하기에 알맞은 좋은 날씨이다.

단지 짐을 잔뜩 싣고 있는 빵빵한 선체의 물에 잠김이 최대치이니 때때로 작은 너울이라도 선수에 부딪칠 양이면 흰 파도의 부스러기를 허공 중으로 띄워 올렸다가 달리는 배의 선수부로 하여금 받아내게 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 되겠지만.


바로 그런 순간들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속에 아침운동을 하느라고 선수루 오른쪽을 통과하고 있다가 내 온몸은 마치 스카이 서비스를 받아내려는 탁구공이라도 된 듯 움치고 뛸 재간 못 내고 그냥 쏟아져 내리는 해수 스프레이를 흠뻑 받아버렸다. 순식간에 등판이 후줄근하니 해수에 절어버리고 만다.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해수는 뜨뜻미지근한 온도를 가지고 있어 춥다 거나 썰렁한 기운을 내포하지는 않았지만 해수 특유의 끈적함이 반추되니 좀 찝찝한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젖어진 옷을 체온으로 마르게 하려고 걸음을 더 빠르게 하니, 이번에는 땀이 나서 섞이게 되면서 찝찝한 기분이 더욱 웃어준다. 해수에 젖었는데 땀까지 더해주니 그게 그거 아닌가? 하고...


그래도 발걸음을 좀 더 빠르게 내딛게 하는 원인은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어쩌면 그게 더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 너울이 선수재(STEM)에 부딪혀 해수를 흩뿌려 줄 때 내주는 공포(?)의 꽝 하고 울리는 소리는 순간적으로 오금을 저리게 만들면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더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배를 한 바퀴 더 돌아 좀 전 물벼락을 맞았던 장소가 가까워질 무렵, 신경은 바짝 긴장하며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는 해수의 비말을 잔뜩 경계하는 데, '꽝'하는 선수를 때리는 소리가 귓전에 울리며, 부르르 하니 철판의 떨림이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율같이 전달되어 온다.


전후 좌우를 살필 여가가 어딨노. 불와크(BULWARK) 옆에 바짝 붙어 가던 걸음을 순간적으로 멈추며 쪼그려서 불와크 밑에 몸을 숨기듯 앉아 버렸다.


순간 머리 위로 하얀 파도의 부스러기들이 스치듯 지나쳐 저만큼 날아가더니 내가 지나치려던 갑판 위에다 쏴악! 철퍼덕!! 하며 부어 버리고 있다.


-휴우~ 그래 바로 이런 거구나!

한시름 내쉬며 얼른 일어나 머리 위를 스치며 떨어졌던 몇 방울의 물기를 털어 내고 빠른 걸음을 내딛으면서, 머리 속은 발걸음만큼이나 빠르게 회전을 계속한다.


이제 명퇴를 한 후, 새로운 세상일에 도전하려 할 때 고난을 포함한 나에게 닥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일들은 이렇게 순간적으로 쳐들어오듯 나타나는 거로 구나..... ,

그걸 미리 대비 못하고 있으면 별 수 없이 뒤집어쓰며 당하게 되는 것이겠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재앙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꼭 전조의 신호를 들려주거나 보여준 후 오는 것인데, 그걸 우리네가 미쳐 보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해 당하고 마는 셈이라는 것을 새삼스런 깨달음으로 반추해 본다.


내가 쪼그려 앉아 내 몸에서 파도를 받아야 할 부분을 최소화시키는 대처 동작한 것 같이 어떤 일에서나 바른 판단 하에 결단력 있게 행동한다면, 피해 상황을 최소로 줄일 수도 있고, 아예 피해 버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아까 돌면서 맞았던 등판의 물기는 이미 땀으로 통일이 되어서 더 이상의 찜찜한 기분은 사라져 버렸다.

이야기를 다시 한번 정리해 적어 본다.


①생각지 않았던 일이 나타난 것을

-'꽝'하고 소리가 난 것을-로


②어떤 일이 올 것이란 암시로 받아들이면

-직접 보지 못하는 곳에서 나에게 파도를 뿌려줄 수 있는 일이 발생한 전조이다.-로


③그에 대처하는 명확한 최선의 방법을 분석 판단 강구해내고

-파도가 흩날리는 범위를 벗어나게 몸을 최소화시켜가며 엄폐물을 이용하여 피하는 방법-으로


④동시에 그대로 실시하는 순발력 내지는 결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불와크를 이용하여 그 자리에 앉아준다.-로 대입해보면 결국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단지③의 분석 판단이 최선의 방법일 때 에야 가장 극대화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꽝' 소리가 나면 몸을 될수록 낮추고 움츠려라.로 오늘의 결론을 내어 보면서 세상사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계속 배우는 자세의 겸허한 생활로 살아간다면 ③의 덕목도 쉽게 내 것으로 할 수 있다고 믿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예감이 너무 잘 맞아서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