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의 포즈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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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 갑판의 핸드레일에 누군가 묶어준 낚싯줄이 물 위에 내려진 채 퍼져있는 모습이 밝아 오는 새벽 운동길에 새삼 눈에 들어온다.

낚싯줄이라 했지만 일반 낚싯줄이 아니라 라인드로잉 건(*주 1)에 사용하는 나이론 줄이다.

낚싯바늘이 충분히 물에 잠기라고 길게 늘이어 준 줄이 건만 그냥 물 위에 퍼져 있는 모양으로 늘어져 있다.

어린 시절 팽이에 줄을 꼼꼼히 감아서 휙 던져 돌리거나, 상대방이 그렇게 돌려주어 한참 돌고 있는 팽이를 겨냥해 힘껏 던지어 힘을 겨루는 놀이를 할 때 사용하던 바로 그런 나일론 줄과 같은 모양의 줄이다. -그때는 그 줄의 재질이 낙하산 줄이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질긴 줄이니 어지간한 고기가 물어도 끊어질 염려가 없는 그런 낚싯줄인 셈이다.

다시 선수로 나가야 하는 운동을 잠깐 멈추고 낚싯줄을 열심히 끌어올려본다. 선미 갑판에서 수면까지 10여 미터 이상의 높이가 있어 물에 젖지 않은 부분이 올라오는 동안은 손에 뽀송뽀송한 감촉을 준다.

계속 그 부분의 마른 줄이 올라오고 있어 좀 지루한 감을 느끼고 있든 한참 만에 물에 잠겨 있던 젖은 줄이 올라오며 손가락 끝에 소금기 젖은 바닷물의 약간 끈적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윽고 희끗거리며 무언가 줄 끝의 낚시에 달려 올라오는데 아마도 엊저녁에 미끼로 쓴 현장에서 잡아 낚시에 끼웠던 전갱이 새끼겠거니 생각을 한다.

헌데 물 위로 떠 올려져 대롱거리며 올라오는 걸 보니 작은 새끼 상어가 낚시를 물고 올라오고 있다.

하여간 걸리거나 말거나 걸리면 좋고 식의 기대를 갖고 드리어주었던 낚시가 성공을 한 셈이다.

갑판 위에 내려놓으며 보니 꼬리가 조금 움직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아마도 밤새 미끼를 물고 있어서 낚인 주둥이를 빼어내려고 몸부림치다가 기력이 다한 몸에서 마지막 기가 빠져나가는 현상이었던 모양이다.

날씬한 몸매며 자잔 하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 속을 보며 녀석이 제대로 성장했다면 능히 사람도 해코지할 수도 있었겠다 는 생각을 하니 작은 공포심이 슬그머니 들어서 흠칫 손길을 물러서게 만든다.

그러나 이미 축 쳐진 죽은 상태의 상어라는 확인을 하며 이내 사진을 찍어 두어야겠다는 생각에 하던 운동을 대충 마무리 지으며 방으로 올라간다.

카메라를 들이대어 사진을 찍는데 조타수가 나타나서 자신이 고기를 들고 포즈를 취해온다.

그래 못 찍어 줄 것 없지 뭐! 폼을 제대로 잡고 서라고 한 후 몇 장 찍어준다.

갤리로 가져가니 들어서는 우리를 보고 있던 필리핀 조리원이 고기를 건네 받아 들더니 자기도 사진을 찍어 달라고 눈웃음을 치며 부탁해 온다.

어두운 실내라 플래시를 터뜨려 한 장 찍어 주었다.

녀석은 미끼 한번 잘못 물은 실수로 인해 죽음과 함께 자신의 터전을 쫓겨나 이제는 박제 기념품 마냥 여러 사람들에게 기쁜 포즈를 취하는 소도구 되어 생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운명이지만 그런 운은 타고나지 못했는지 그냥 사진 찍히는 도구로 쓰이다가 주방의 한구석 개수대위에 널브러져 버림받고 있다.


아침 식사 후 브리지에 가서 일항사에게 상어 이야기를 하니 그 낚시를 놓은 사람이 바로 자신임을 밝히며 엊저녁 아주 큰 -2미터에 달한다고 말하지만-황새치가 물렸다가 낚싯바늘을 펴 놓고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이 급하게 끌어올리려고 서두르다가 물 위로 두 번 점프하는 녀석을 보고는 낚시가 곧게 펴 저서 그냥 도망갔다는 이야기다.

제대로 끌어올렸으면 전 선원이 한 달 정도는 참치 회를 즐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진 하게 보태어 가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허풍이 항상 심하다는 낚시꾼의 모습을 연상해 본다.

-참치는 급랭으로 얼렸다가 회를 먹어야지 그냥은 먹지 않는대.

하며 잡았어도 금방 먹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주워들은 참치에 대한 상식을 이야기해서 그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잡았다면 얼른 해체해서 냉동고에 넣어 얼렸어야 하는 거였네요?

그도 아쉬움의 방향을 바꾸어 응답해 온다.

-줄을 살살 늦췄다가 당겼다가 하며 힘을 뺐으면 잡아 올릴 수도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보지도 못했지만 어쨌든 놓친 고기에 대한 아쉬움에 나도 한몫 거두며 물러 선다.

오후 들어 브리지에 올라가 보니 윙 브리지 데크 AWNING COVER 아래에 잘 손질된 상어가 말려지고 있었다.

*주 1 : LINE THROWING GUN : 선박에서 긴급시 타선이나 육상 등과 연결을 짓기 위해 두루마리 나이론으로 된 줄을 총을 쏘아 보내는 도구.

포경선에서 사용하던 고래잡이용 포와 같은 원리이지만 규모가 작아 손에 들고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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