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항구의 외항에 투묘하고 있는 형편이면 과업이 끝난 시간에 선원들은 선미에서 낚시를 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엊저녁에는 기대하지도 못했던 생선인 광어를 낚시로 잡았으니 생선회를 먹으러 내려오라는 연락을 일항사로 부터 받았었다.
하지만 밤중에 회를 먹는 것도 그래서 먹은 듯 고맙다고 이야기해주며 참석 치는 않았다.
그렇긴 해도 그런 고기가 잡히는 것을 보면 해저의 저질이 뻘밭이기 십상이고 그것은 닻의 파주력을 높여주는 저질이니 며칠 기다기기엔 맞춤 맞는다고 여기며 이곳의 기다림에 한시름 덜어진 기분을 가져 봤었다.
어지간한 바람이 불어도 닻이 쉽게 끌리지는 않겠다는 뜻을 스스로에게 암시 주는 행위였다.
항구에 도착하여 닻을 내려주고 나면 조그마한 바람이 불어도, 머릿속에는 언제나 닻의 끌림에 대한 걱정을 떠올리는 내 직책상 닻을 내려준 해저 저질이 무엇인가는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닻이 해저에 힘차게 박혀 선체의 위치를 고정시켜주는 일을 제일 잘 해줄 수 있는 저질이 뻘 밭이다.
그렇기 때문에 낚시에 올라온 고기가 뻘 밭에서 주로 서식하는 고기임을 확인하는 순간 이런저런 생각을 거두고 닻 발이 잘 먹혔겠구나! 하고 안심했다는 이야기다.
이제 연가로 집에 갈 날이 두 달밖에 안 남아 있는 상태로 이 배에서의 세월이 흘러간다.
하선 준비 차 겨울 겉옷을 하나 사려고 이번 이곳에서 상륙해 볼 생각이다. 나중 인천 공항에 내렸을 때 추위를 이겨 낼 수 있는 두툼한 점퍼 같은 걸 하나 살까 하고 말이다.
어느새 예정한 연가가 눈앞으로 가까워지며 슬며시 흥분된 기분도 함께 스멀거리듯 다가오며 그런 준비도 생각해 낸 것이다.
이번 연가에는 무얼 할까?
지금까지 배를 타고 살아온 세월 중에서 이맘때만 되면 늘 해보던 생각을 똑 같이 되풀이하면서 아직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웃어 버릴 수밖에 없음에 혀를 찬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냥 건강을 제일로 치며 기쁘게 생활하자는 걸로 마음을 잡아두기로 한다.
그렇다. 이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인식하는 세월이 나한테 다가와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