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에서 둘째 날

by 전희태
JJS_55171.jpg 접안에 앞서 짐 칸(카고 홀드)의 환기를 위해 해치커버를 열어 준 홀드들



가오슝에는 어제 정오 무렵 도착했다.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좁혀주는 가운데 어제 낮 가오슝 외항에 도착하여 어선들이 꼬물거리는 속을 뚫고 들어와 닻을 내려 주었다.


도착 즉시 파이로트가 타고 접안하는 상황을 기대했건만 그런 행운은 물 건너가고 19일까지 투묘 대기하는 예정이 지워진 채 기다리게 된 것이다.


그제 밤부터 불어준 바람과 파도 때문에 그만큼 늦어진 시간에 들어오게 되면서 가오슝 외항도 바람이 세고 물결이 높아 닻을 내리는데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며 접근을 시작했었는데 다행히 육지가 가까워지면서 모든 게 잦아들어 언제 그런 황천의 날씨였느냐 싶게 조용한 분위기가 기다리고 있어서 안심하고 투묘를 했다.

단지 시야가 뿌옇게 흐려 있어 1~2마일 바깥은 보이질 않아 고기잡이 나와 있는 어선들을 피해서 우리 자릴 찾아 들어가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그도 무사히 끝내고 투묘를 했었다.

어제 하루 밤은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용선주로부터 차항차 기항지가 아직 결정이 안 되어 어쩌면 짐을 풀고 나와서도 그냥 외항에 투묘 대기할지도 모르니 물과 주부식을 충분히 준비하라는 이멜을 받고 조금은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 전문을 첨부하여 회사에 상황을 통보하여 참고하도록 하었다.


어쩌면 지금 세계 경제가 디폴트도 운운하는 나라를 양산해내는 꿈틀거리는 악순환 때문에 해운 경기도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어선다.


나야 어차피 퇴직한 몸이니 그렇지만 둘째는 이제 시작해 보려는데 그런 악재가 나타나고 있으니 앞으로 승선 생활이 기대만큼 안 되는 게 아닐까 슬그머니 걱정이 들어선다.


녀석한테 12월 이후에 승선 실습 나가겠다고 한 계획을 포기하고 될수록 일찍 나가라고 서둘러 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해운시황의 변화가 감지되었기 때문이었는데 녀석이 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는지 모르겠다.

오늘이 바로 아내가 보험 관련(변액) 자격시험을 치르려는 날이다.

아마도 이렇게 띄워 보내는 편지는 시험을 치르고 난 후 받게 될 것으로 여기며 어떻게 시험을 치렀든 간에 나의 응원은 계속 아내 편에 서있을 것이란 점을 강조해서 보내주었다.


이곳에서의 예정은 19일 접안하고 22일 출항하는 것으로 잡혀있기에 이번 주말은 외항에서 기다리는 거로 결정된 첫 날인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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