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Kaohsiung 高雄)에 도착

by 전희태
JJS_55381.jpg 가오슝 외항 풍경, 저멀리 내항이 보인다



밤새 흔들어 주는 파도와 더불어 귀청을 후벼 대어 마음을 비감하게 까지 만들어 주던 휘파람 소리 내는 바람의 지나치는 기척이 저절로 우리들을 주눅 들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한 번씩 터진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을 한 자락 씩 보여주고 있어, 가오슝에 가까이 가면 괜찮아 지리란 기대를 절로 갖게 한다.


드디어 저 멀리 20 마일 정도 떨어진 레이더 화면에서 가오슝을 떠나 호주를 향하여 남하하고 있는 사선 씨. 로렐을 만난다. 제일 먼저 알고 싶은 가오슝 항의 기상 상황을 물으니 외항 묘박지에 많은 배가 투묘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어 안도의 한숨으로 돌리게 한다.


어제 아침부터 우리 배를 따라잡아 앞장서 달려간 배 IKAN KERAPU호는 결국 우리보다 한 시간 먼저 도선구에 도착하여 파이로트를 태우고 입항한다는 VHF 통신을 들으며 부러운 마음 어쩔 수가 없다.


서로 싣고 있는 화물의 종류가 달라 접안할 부두 역시 다르지만, 그래도 나란히 달리다가 우리 배를 추월한 상태로 앞장섰다가 먼저 입항한다는 상황에 은근히 약이 오르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의 외항 도선구 도착 시간을 항만당국에 통보해주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곧이어 우리 더러는 4번 투묘지에 닻을 내려주고 기다리라는 말을 전해준다.


그렇게 다가선 가오슝의 4번 묘박지는 이미 많은 배가 점령하고 있다. 그 사이를 파고들려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데 항만당국은 우리를 다시 불러 3번 묘박지로 가라고 투묘 지점을 바꿔준다.


작은 어선들이 레이더 스코프 상에 흰 점으로 꼬물거리는 속을 파고들면서 3번 묘박지의 목표로 찍어둔 곳을 향해 선수를 밀어 넣듯이 들어섰다.


그리고 힘찬 풀 어스턴(Full Astern) 엔진을 발령시켜서 배를 멈추게 한 후, 이윽고 후진 타력이 생길 무렵 <렛고 앵카!>를 외치어 닻을 내려주도록 했다.


부~웅 거리는 긴 장음의 무중 신호를 하면서 찾아 들은 예정된 묘박지에 닻을 내리며 본 시간은 1212시이다.

지난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피곤함도 이렇게 무사히 도착하고 나니, 오히려 산뜻하게 날아가 버리며 잠을 자고 싶다던 생각을 접어 버리게 한다.


머리 위로는 뜨거운 태양의 불볕더위가 내리 쏟고 있지만 수평선도 안 보이고 육지는 더군다나 가려진 복사무 속에 숨어 있다.


그래도 1마일 주위에 있는 정박선의 모습들이 어렴풋이 드러나 보인다. 레이더로만 확인하고 있던 배들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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