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남은 이름 여전하건만...
1963년도 해양대학 실습선에 실항사로 승선하여 난생처음 외국 항으로 나온 햇병아리 선원으로서 만나게 되었던 가오슝(高雄)이란 항구.
그 후 얼마 만에 다시 찾아와 둘러보게 된 곳인가?
가만히 생각하니 그 후 70년대 중반에 작은 배의 선장으로 이 곳을 찾아왔을 때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한국영화를 음향은 그대로이나 한자 자막이 출현하는 영화로 보며 젖어봤던 감회도 새삼 떠오른다.
아무래도 나의 선원으로서의 처음 이력에 등장하는 항구이니, 이웃집 여자를 짝사랑하는 총각 마음 같은 흥분이 상륙하는 발걸음을 들뜨게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한 곳 두 곳 기억을 더듬어 찾아다니다 보니 눈에는 익어 보이면서도 어딘가 달라져 있다. 그래도 예전의 기억을 떠 올리게 하는 냄새를 닮은 은근한 분위기가 코에 스며들기를 하며 그때의 추억들을 희미한 내 마음의 스크린에 투영시켜주기를 한다.
당시 만났던 어느 대만교포 분의 설명으로, 이 강가에서 사랑을 나눈 청춘들은 결과도 좋다며, 애인(愛人)과 정인(情人)으로 구분되는 중국말의 다른 의미까지 귀여겨듣게 했던 분위기의 아이허(愛河) 강변에 선다.
이제는 잘 정비된 강 옆 산책 길을 지나치며 그때의 작은 감격 속으로 다시 들어서 보는 느낌이 새삼스럽다.
낮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커먼 물색깔이 별로 깨끗해 보이지는 않건만, 그래도 그 이름으로는 그저 그만인 아이허가 가오슝 사람과 외지 관광인들의 발걸음을 묶어주는 이유는 그 이름 때문이 아닐까?
줄을 서서 작은 유람선 보트 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나치면서, 유정한 나그네는 한순간 짜르르한 옛 생각 속으로 절로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