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 오다
하늘이 어둠 속에 묻혀가는 시간에 기내에서 저녁 식사를 끝내었고 그러고도 한 시간쯤을 더 지나 인천공항에 접근하는 기미를 감지한다.
랜딩기어가 준비되느라고 내는 약간의 덜컹거리는 소음을 들으며 별로 춥지는 않지만 공항에 내렸을 때 다가 올 초겨울 추위에 대비해서 준비한 점퍼를 꺼내 입는다.
바로 몇시간 전에 내가 떠났던 가오슝은 여름의 끝자락 정도의 기후였지만 인천은 한겨울 초입에 들어서는 12월이므로 이런 대비를 하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집을 찾지 못하고 세계의 항구를 배회하며 일을 했던 결과를 이제 연가로 보상받게 되어, 귀향 길에 오른 것이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 마음으로 주위를 살핀다.
구름 사이를 뚫어내며 고도를 낮춘 기체 옆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비행장이 바쁘게 다가들더니 드디어 랜딩기어의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감각이 덜컹거리며 몸에 와 닿는다. 이어서 역 분사한다고 느껴지는 엔진의 가속하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며 빠르게 공항 활주로가 뒤로 달리고 있다.
이제 위험한 착륙의 고비를 무사히 넘긴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가만히 내 쉬며 그동안 넣어 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스위치를 넣어 준다.
비행기에서 내릴 준비를 다 끝낸 성급하게 일어서는 승객들의 뒤에 나도 줄을 서서 합류하기로 한다.
아직도 탁송했던 짐을 찾아 출구를 빠져나올 때까지 마중 나온 가족과 만나게 되는 시간이 유보되어 있지만 이제 어려운 고비는 다 넘기고 가족을 만나게 되는 일만 남겨진 이 시간이 아끼고 싶은 순간들의 연속으로 내 앞에 남겨져 있다.
그리고 내 앞으로 다가서고 있는 쉬는 시간들을 어떻게 즐겁게 맞이할까? 잠깐 머릿속의 플랜들을 하나씩 떠 올려 보는 마음이 괜스레 바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