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두리 호와의 인연기

6. 기관수리를 시작함

by 전희태
두리호승선 116.jpg 엔진을 세우기 전 저속으로 달리고 있었을 때 선수에서 파도를 가르고 있든 Bulbous Bow-구상선수(球狀船首) 의 모습.


밤새 잠이 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하며 그때마다 고르게 들리는 엔진 소리에 안심하며 다시 잠을 청하던 일을 이제는 떨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서둘러 브리지에 올라가서 해도실로 들어서며 해도상에 기점 된 선위(船位)를 체크하며 호르르 절로 나는 한숨을 삼켜낸다.

-에이 이제 겨우 여기까지 나온 거야?

짐작은 했지만 아직 해도상 우리의 위치는 양자강구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외해로 빠져나가는 처음의 코스라인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떼를 짓는 중국어선들의 횡포를 벗어나고자 침로를 평상시 보다 더 많이 외해 쪽으로 내어서 그어 놓은 영향도 있기는 하다.


-아침 과업 시작인 여덟 시까지 얼마나 더 달려갈 수 있을까?

컴퍼스 다리를 벌리어 위치를 재어 보는 일항사의 어깨너머로 대략의 거리를 셈해 본다.


-가장 가까운 해도상의 수중 장애물 하고도 30해리 이상은 떨어졌으니 급한 대로는 세워도 되겠군...

속셈을 다지며 계기 보드의 주기 알피엠 계기를 습관처럼 살핀다. 엊저녁보다는 심하진 않아도 아직까지 약간의 체머리 흔들리는 현상은 그냥 남아있다.


-나중 기관 정지한다고 할 때 연락해 줘.

그렇게 지시를 해주며 브리지는 내려가지만, 아마도 엔진을 세워야 할 때쯤 에는 그런 연락이 오기 전에 내가 먼저 브리지에 다시 가 있으리라 자신하며 식당으로 향한다.


아침 식사 후 다시 찾은 선교에 들어서는 데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아 든 3 항사가 앞으로 한 시간 후 엔진을 세우려 한다며 수리 시간은 서너 시간 걸릴 거라는 말도 덧붙여 준다.


-그래 이유가 뭐라고 해?

-예?

-기관의 고장 난 개소가 어디고 고장 난 원인은 뭐라고 하냐 말이야.

-아 예, 물어보겠습니다.

3 항사는 자신의 잘못으로 야기된 일은 아니지만 선장의 물음이 너무 고압적으로 들렸는지 좀은 허둥대며 대답을 한다.


이윽고 다시 차분히 물어서 메모한 내용을 알려주는데, 주기 5번 실린더 FO PUMP의 푸렌지에 이상이 있어 개방하여 검사 후 바꿔줘야 할 거란 이야기란다.


예정했던 9시가 되어 정선하면서 회사에는 그대로 보고하며 4시간 정도 소요될 거며 수리 완료 후 속행하면 다시 전보를 넣겠다는 토까지 달아 이멜을 발송했다.


황해 바다의 기상은 육지보다 훨씬 맑은 대기로 밝은 햇빛이 비쳐주고 있어 그나마 기관을 정지하고 대대적인 수리 작업을 하는 분위기를 차분하게 도와주고 있다.


전진 타력까지 멈춰 선 선체에 작은 바람이 몰고 온 파도가 찰삭거리며 쉬고 있는 엔진 소리를 대신하고 나선다. 물속에 잠긴 부분에서 일하는 기관부는 수리작업에 눈코 뜰새 없는 바쁜 시간이지만, 브리지 항해 당직팀은 무료할 만큼 적막한 가운데 주위를 살피는 경계 당직에 조용히 임하고 있다.


그렇게 네 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인 1245시에 검사와 모든 조립이 다 끝나고 기관은 다시 시동을 걸어 보게 되었다. 경쾌하게 시동이 걸리는 소리에 이어서 잠시 후 수리가 잘 되어서 계속 속항 해도 되겠다는 기관장의 최종 보고가 올라온다


모든 사항을 마무리하고 속항 한 상황을 이멜로 회사에 보내고 한숨 돌리는데 위성 전화의 벨이 울린다.

-선장님 아직 수리가 끝나지 않았나요?

회사의 우리 배 담당 직원의 전화이다.

-아니 좀 전에 끝나서 다시 속항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멜도 좀 전에 보냈어요.

-아, 예 잘 알았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두리는 그렇게 나와의 첫 항해를 자신을 수리하는 일로 계속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해프닝으로 거리감을 주면서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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