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Gladstone에서의 하루
남동풍의 바람이 이곳의 지금 시즌에는 빼 놓을 수 없는 기상현상인 모양이다. 바람이 좀 잘 것 같다가도 다시 일어나며 바다 위에다 잔파도지만 그칠 여가가 없게 만드니, 그나마 낚시를 드리워 보려던 사람들조차 이곳은 고기가 없다며 모두 포기하고 만다. 하기야 어지간한 바람인데도 닻이 끌리는 선저 꼴로 봐서는 고기가 살만한 바닥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주지만 그래도 주위의 경치는 그럴싸하니 봐줄 만은 하다.
고기는 바닥에서 사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중간층에 부유하며 사는 종류도 있는데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낚시는 모두가 바닥까지 봉돌을 내려 그 곳에 사는 녀석들을 노리는 거라 낚시가 힘든 것 같지만, 진짜 조황이 한산해진 이유는 낚시에 반 미친(?) 선원들이 거의 다 하선하여 본선을 떠난 때문일 게다.
어제 오후 항만 당국과 VHF로 통화 하던 어떤 배가 21시경 도착 예정이라고 보고하니, 도착 즉시 투묘하라면서 오늘 1215시에 도선사가 승선할 것이란 예정을 통보해 주기에 그 배의 접안지가 우리가 예약된 크린톤 부두는 아닌 모양이라 여겼다. 어떤 배가 들어왔나 아침에 확인하니 현대 상선의 현대 프로스퍼리티호 가 어제 저녁 20시경에 들어와서 투묘 하였단다.
그리고 다른 작은 배로 크레인이 설비된 배도 한척 들어와 있는데 짐작 하건데 어제 항만과 통화를 하던 내용의 배는 그 배인 것 같다. 영어를 사용하는 능숙함이 한국 사람이 하는 영어가 아니고 제법 하는 영어라고 느꼈으니까 그렇고, 또 현대 배는 벌커로서 우리 배나 같은 화물을 싣는 선종이니 선착선인 우리 배를 제치고 먼저 들어갈 리가 없다는 두 가지 이유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현대 프로스퍼리티호는 크린톤 부두에 우리와 나란히 접안되게 될 것 같다.
그 배는 이곳에서 일부를 싣고 나머지는 뉴캐슬에 가서 채우고 우리나라로 가는 투포트 로딩(Two Port Loading)에 원포트 디스차징(One Port Discharging)인 모양인데 짐을 싣는 턴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보통은 뉴캐슬에서 반을 싣고 이곳을 나중에 들려야 짐을 최대로 실을 수 있는데 이곳에서 먼저 실으면 뉴캐슬에서는 흘수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선복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출항해야 하는 선박 회사 입장으로서는 좀 손해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배는 15일 접안 예정이란다. 구정 날을 크린톤 부두에서 나란히 지내게 되는 큰 인연을 가지게 될 것 같다. 물론 우리는 설날에 출항 예정이긴 하지만.....
잠깐 불러서 그들이 투묘하고 있는 위치 부근에 본선이 투묘 했다가 닻이 끌려 이곳으로 옮겼다고 이야기 해주며 이곳은 닻이 잘 끌릴 수 있다는 정보도 주려고 했는데 응답이 없다. 삼항사 말로는 이곳에서 PSC 수검 준비를 위해 바쁘다는 이야기를 했다더니 그래서 그런 모양이라고 여기고 더 이상 부르지 않고 끊었다.
하긴 근래 이곳 그래드스톤의 PSC검사관들이 굉장히 까다롭고 철저하게 점검한다는 소문에 기항선들 마다 사전 준비하느라 고생들 하고 있으니 아마도 그 배도 그 준비로 바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