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운동을 위한 사전점검 1

by 전희태
090603-A5__0401.jpg

사진 : 보강하면서 좀 더 길이를 늘이고 있는 리오그란데의 마지막 방파제를 빠져나오면서, 도선선이 도선사 하선을 위해 접근하고 있다.



지난 5일 새벽에 출항할 때에 방파제를 빠져나올 때까지 만 해도 아주 조용한 날씨였는데 Rung Up Eng. 을 걸어 이제 제대로 된 속력으로 들어 설 무렵부터 일기 시작한 바람과 파도가 심상치 않은 형세로 따라붙고 있었다.

그렇긴 해도 파도가 달려드는 방향이 뒷바람 뒷 파도로 6시 방향에서 꾸준히 배를 밀어주는 형태였기에 견딜 만했는데 하룻밤이 지나면서부터 슬슬 배를 밀어주는 방향이 5시로 다시 4시로 자꾸 반 시계 침 방향으로 돌아서니, 한 번씩 파곡(波谷)에 얹히게 되면 심한 롤링(횡요, 橫搖)을 강요당하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할 수 없이 092도의 원 침로를 080도 가까이 수정시켜가며 실려진 화물이 선창 내에서 잘 다져질 때까지 횡요의 크기를 될수록 적게 만들어 주려는 시도를 해가며 이른바 황천에 대비하는 항해로 들어섰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도록 상황은 별 변동이 없어 한 번씩 롤링을 할 때마다, 몸의 균형을 자동적으로 그에 맞추는 운동신경의 활발한 대응이 모두의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하여 은근히 선내 분위기를 음울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름이 많은 날씨이긴 해도 햇빛을 이따금 보여주는 편이라 나아질 기상 회복에 희망을 걸 수 있어 이제나 저 제나 바람이 잦아드는 시간을 기다리며 참고 있었다.

한 번씩 겪게 되는 심한 롤링을 만날 때마다, 마음에 앞서 몸이 먼저 반응하면서 하던 일을 멈추어 가며 자동적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가곤 한다. -이른바 흔들리는 바닥 삶을 사는 뱃사람의 운동신경이다.-


이어 창 쪽으로 다가가서 커튼을 거두어 밖을 내다보면서 배에 영향을 주고 있는 바다의 모습을 확인하는 경우가 잦아지게 되고 이런 일이 빈번해지는 만큼 짜증도 점점 알게 모르게 쌓여가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당장 마음속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어서 속히 황천을 거두어 주시어 좋은 기상 속에서 항해를 계속하게 해주소서~일 뿐이다.

이미 주위의 기상 상황 등 참고할 수 있는 모든 과학적인 정보는 최선을 다해 수집 검토하여 이 항해에 참조를 하고 있지만, 자연-신-이 보여주는 위력 앞에 인간은 결국 한 작은 점 같은 자신을 인정하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좀 기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엊저녁부터 나아지기 시작한 기상 상황이 지금은 많이 양호하게 변하여 매번 신경을 거스르게 달려들던 롤링은 슬며시 사라져 버렸고 지금은 공중에 잘 매달린 안전한 햄먹(흔들 침낭)이라도 탄 듯한 움직임을 즐기는 형편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런 바람직한 상황으로 변화시켜 주신 그 누구를 향해 절로 감사한 마음을 중얼거려 표현하곤 한다.

이런 마음 가짐과 행동은 선원들 각자가 자신이 믿는 신을 향한 어쭙잖은 마음에서 스스로 우러나오는 그들만의 간절한 기도가 들어 있는 행동 이리라

.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한결 나아진 선체 운동을 확인하고 어둠이 눈에 익도록 바깥에서 기다렸다가 주갑판을 돌아가며 셈을 헤아리는 운동에 들어갔다.

아직 눈에 익은 곳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잘못 부딪치거나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아주 조심스레 앞으로 걸어 나간다.

이것은 길을 닦는 것이지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님을 맘속으로 확인하며 한걸음 한 걸음 갑판 위로 내딛기 시작했다.


발끝에 걸리는 작은 갑판상 구조물이 있다. 살펴보니 안전통로 확보용 작은 철기둥을 세우는 소켓용 요철용(凹凸用) 구조물 중 요(凹)의 모습이다. 필요시 이곳에 파이프형의 기둥을 꼽아서 그들을 모두 줄로 이어 묶으면 안전 통로용 Safety Line이 되는 것이다.


저 앞 얼마쯤에 또 다른 것이 있을 것을 짐작하며 계속 선수 쪽으로 갔다가 선미로 되돌아 갑판을 모두 한 바퀴 돌고 나니 대충 어디에 어떤 것이 장애물로 있었다는 감이 잡힌다.

이미 날이 새어 온다. 이제는 눈으로 작은 장애물을 확인하고 머리 위에 부딪칠 구조물을 피해 내려는 겨냥을 해가며 발자국을 셈하기 시작한다.


좌우 각각의 한걸음을 하나로 세어 317이 나오니 곱하기 2 하면 634보가 되는 셈이다. 대충이라도 어느 정도 정확을 기하기 위해 계속 셈을 헤아리며 돌아보니 315~320 사이로 열 발자국 정도의 차이가 난다.

앞으로 날씨가 허락만 하면 이 배에서 운동하는 준비사항을 끝낸 아침을 환영하듯 대서양에서 떠 오르는 태양의 빛깔이 유난스레 반갑다.

290410-정박중 일몰일출 028.jpg 모습을 활짝 나타내 보이진 못 했지만 짙은 구름 사이로 힘든 비상을 하며 세상을 밝히려는 태양의 떠오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선장님, 7번 선창에 불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