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았다고 하던 전날부터 여긴 바람이 좀 있었지만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서 만나지는 우리 집 능소화의 모습
이제 남아프리카의 남쪽 끝인 희망봉을 지나 돌아들면서 날씨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하네요.
어제 까지는 이번 항차 대서양에서의 마지막 만남이 되는 게 서러워서 붙잡으려고 그랬는지 쉼 없이 바람을 보내며 파도를 일으키던 날씨가 버겁고 야속하기 조차 했었죠.
오늘은 그렇게 동쪽을 향해서 열심히 가로지른 대서양을 모두 빠져나와 인도양으로 들어선 것인데, 그렇긴 해도 싱가포르까지 가는 항로의 절반에는 아직 조금 모자라게 달린 셈이랍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미리 해둬야 하는 언젠가는 통과할 파나마 운하를 지체 없이 통과하려면 꼭 치러둬야 하는 <보고 훈련>을 위주로 한 훈련까지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아주 후련한 마음으로 오늘을 맞이합니다.
뒤치다꺼리 서류 정리까지 끝내고 나서 마지막으로 회사에 보고하는 이멜까지 송부하면서 이때쯤이면 연결되자마자 이미 들어와 있겠지 하고 바라던 당신의 편지가 나타나지를 않아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바쁘게 지나갈 당신과 집안의 이런저런 소식을 수시로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항상 당신이 나와 함께 하고 있다는 동질감을 갖게 하여 매사가 즐겁고 보람 있는 일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마음의 기둥이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수리도 당신이 이야기했던 다음 주일이면 끝내겠다던 날짜를 그동안 벌써 반 넘어 지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요?
옥상에 김장용 배추를 욕심부리지 않고 몇 포기라도 심을 수 있는 밭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서 나도 같이 즐거워합시다.
대문 안 능소화도 활짝 핀 아주 좋은 날씨가 계속되겠지요?
세월은 그리 좋은 시절로 치 달려가고 있건만, 신종 인플루엔자 인가 뭔가 하는 녀석이 아직도 그 위세가 꺾이지 않은 체 남아있는 모양이네요?
조심합시다. 이런 때일수록 건강에 유의하고 이런 유행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알려주고 있는 예방 동작은 잽싸게 배우고 익혀 실제 사용으로 연결하여 그런 병이 범접할 수 없도록 해야겠지요.
막내는 또 다른 일을 찾아내었는지요?
크게 걱정은 안 하지만 그게 또 걱정을 불러 은근히 조바심을 갖게 하는군요.
그 애를 낳던 무렵이 생각납니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식의 구호가 난무하던 시절이었지요.
어떻게 셋씩이나 낳느냐고? 원시인이라고 친구들마저 흉보는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뜻대로 꿋꿋이 밀고 나가 귀하게 얻은 세 번째 자식인데 지금에야 그게 얼마나 잘한 일입니까?
그런 우리 만의 역사가 있는 아이이니 제 알아서 잘하겠거니 하다가도 안달이 나는 걸 또 어쩝니까?
우선은 우리 세 아이들 모두가 건강을 잃지 않게 잘 챙겨주며 이 힘든 세월을 잘 버티고 이겨나가자고 함께 파이팅! 을 외쳐 봅시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이니까요.
친우 김군 한데서 며칠 전 답장이 왔는데, 위를 내시경으로 수술을 좀 하며 조직검사도 했다던데 결과는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당신이 한번 전화를 걸어 알아보시고 내 안부도 전해 주세요. 며칠 내로 나도 편지를 다시 써서 보내려고는 하지만….. 그건 그거고 당신의 안부 전화도 꼭 필요한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부탁드립니다.
인도양에 들어서는 길목에 서서,
오늘은 이쯤에서 두 분 어머니께 안부를 띄워드리며, 다시금 당신에게는 사랑의 고백을 수줍지만 보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정말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