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런 사람도 있는 거야

바람직한 동료의 모습

by 전희태


090824-AE_0151.jpg HATCH COAMING CLEAT를 용접으로 수리하는 박 기관장의 모습



1995년 4월 4일 신조 상태로 인계받은 배이니 이제 나이는 만 14세를 넘어섰다. 사람으로 치면 노년기에 들어서는 상황이라 슬슬 아픈 구석을 내 보이기 시작할 때를 넘어서게 되었건만, 그래도 그 나이 치고는 전반적으론 양호한 편으로 볼 수 있는 상태의 우리 배다.


이렇게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노년의 정정한 사람이라도 만난 듯이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노후한 모습이 별로 없어 보이는 상태의 본선을 만날 수 있음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배의 상태를 계속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가면서 배를 건사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모자라는 부분을 찾아내며 손을 봐줘야 하는 일이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의 몫인데, 그런 일을 잘해주고 있는 사람이 승선한 때문인 것이다.


삼 주 가까이 투묘 정박 대기로 기다리는 시간에 배의 이곳저곳 손을 봐야 할 구석을 찾아가며 하는 일은 각종 부착물들의 고착된 부분을 찾아내어 FREE UP 시켜주거나, 전기 계통이나 유압계통의 누전이나 누설이 있는 곳을 이어주고 막아 주는 일도 해야 하는 것인데 그 일을 해내는 주류에는 용접이란 일이 꼭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선박에서 용접이란 일은 일반 선원 중 용접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나 특별히 선박 보수를 위해 선정되어 한정 기간 승선하는 용접사가 하는 일로 모두들 알고 있는데, 더하여 이 일은 3D 직종의 일로 치부되는 작업의 한 가지이기도 하다


선박의 조선사(造船史)에서 보면 목선이 발전하여 처음 철선이 나올 때는 각종 철판의 이음새를 리벳(RIVET)방식으로 하였으나 필요 이상의 철판을 써야 하는 자재의 낭비나 공정의 단축 등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날로 발전하는 조선의 기술로 인해 이제는 리벳 선은 박물관의 사진 속에서나 남아 있는 배가 되었다.


바로 리뱃이란 그 기술을 대신한 새로운 기법으로 철판의 이어줌을 이룩해 낸 기술이 용접이라는 불꽃을 날리는 기술인 것이다.


눈부신 발전으로 물속에서도 철판의 이음을 이룩할 수 있는 경지까지도 이미 지나쳐버린 용접이란 일은 이제는 보편화된 선박 전반에 걸친 가장 기본적인 기술로 배의 수리에 있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그러나 숙달이 필요한 일이다.


실제 배에서 이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들은 기관부 부원들로서 조기장이 마지막 직책일 수 있으나 그 선박에서 필요해진 특별한 용접 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는 한시적으로 승선시킨 용접사가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근래 늘어난 선복량을 미쳐 따라잡지 못하는 선원들의 숫자는 자질이 좀 낮아진 선원들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배에서 생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용접기술이 필요할 때 나설 수 있는 선원들의 숫자 역시 그만큼 적어져 꼭 필요한 선박의 안전을 위해 시행해야 할 용접 일을 못하고 항해에 임하는 경우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 배에서는 필리핀인 조기장이 대부분의 용접 일을 했었지만 지난 항차에 술을 먹고 미귀선 하는 일을 계속 저지른 관계로 교대자 없이 권고 하선당한 후로는 그 일을 맡아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용접이 필요한 일들을 헤아리기 위해 손가락을 숨기며 꼽아 보아도 여러 곳이란 결론만이 남는 속에서 그래도 회사에서 특별히 배려해서 승선시킨 기관장이 스스로 용접 일에 나서며 이 모든 밀렸던 일들이 하나씩 해결되는 과정을 보는 내 입장은 참으로 흡족 그 자체이다.


용접 일은 밑의 부원 선원들이 하는 일이라 치부하며 기관장이 앞장서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 산적해 있는 갑판상의 일을 어찌 해결할 것인가?


자신의 직책 이상으로 솔선수범하여 일을 진행하는 기관장을 보며 명색이 이 배를 맡고 있다는 선장으로서는 더 할 나위 없이 흡족한 승선 생활의 기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 선내 화장실이 마치 집단 파업이라도 하려는 듯이 변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대란을 일으켜 반항하여 왔을 때, 이틀을 계속해서 밤늦게 까지 파이프의 절단 및 치환 용접작업을 하여 깨끗이 해결 함으로써 아마도 이 배가 폐선되는 날까지 같은 작업은 다시는 없으리라 여겨지게 되는 중심에도 기관장의 솔선수범한 모습이 있었다


그래 이런 사람을 동료로 맞이해서 함께 근무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인복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으며 나는 편한 마음으로 매일을 지내고 있다


배를 가정으로 비유하면 그 지위가 어머니라고 여길 수 있는 기관장이 이렇게 솔선수범하여 일을 진행하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승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모두 참여하여 완결 해 놓는 일들의 분량이 점점 쌓여 가며 우리 배는 그에 비례하여 나이보다도 점점 더 젊어진 쓸만한 배로 탈바꿈해 가는 것이다.


이 배에서 이런 기간을 함께 생활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흡족한 일이다.

나는 오늘도 푸근한 마음으로 어떤 작업이 진행하는지 둘러보며 편안하게 하루를 지내고 있다.


090831-A2_0181.jpg Top side Ballast Tank 맨홀의 찢어지는 금이 간 철판을 용접 수리하는 기관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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