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혀진 간이 농구대 위에다 낚은 고기를 말리고 있는 모습
병어를 닮아있는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묵직한 손 감각을 주며 올라오는 낚시의 맛이 일품인 고기의 모습
<어 휴! 어쩌다 그런 미끼에 속아서 이 모양이 되었나.... 때늦은 후회로 턱끝에 매달린 땀(?) 방울이 처량하다.>
예전에는 호주에 기항할 때마다 만약에 닻을 내리고 기다리는 기간이 있다는 정보를 받으면 낚시질하는 즐거움을 기대하며 절로 기분이 으쓱하기도 했다.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을 때 느껴지는 손끝을 짜르르하니 떨리게 만드는 감각이 그만큼 유별 났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감각을 제대로 맛볼 수 없는 상황이 언제부터인지 호주를 기항했지만 생겨있어서, 요즘은 며칠씩 기다리는 투묘 기간이 있어도 낚시할 엄두를 내지 않고 있다.
근래의 해운 시황을 보면 호주에 기항해서 투묘 대기 중인 배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졌기에, 그만큼 낚시질당한 고기가 많다 보니 고기가 줄어들었거나, 아니면 낚시에 반응이 약아진 고기들의 입질(?)로 인해 조황이 나빠진 게 아닌가 생각해보는 내 나름의 유추를 웃어 본다.
그러나 기다리는 배가 많아진 게 낚시가 잘 안 되는 이유로 되는 것 같다는 터무니없는 억측도 드는 건, 밤중에 이곳에 도착하여 투묘 지를 찾아들 때 레이더 화면을 하얀 점으로 빽빽하게 채운 배들의 숫자를 보며 문득 바닷속의 물고기보다도 많구나! 하는 느낌도 떠 올랐기 때문이다.
이곳 달림풀 베이의 항만 당국은 항구에 도착하는 배가 접안을 기다리기 위해 닻을 내리는 투묘 지를 향하기 전에 미리 그 위치를 지정해주고 있다.
이들이 알려주는 투묘지에 도착해 보면 이미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배들의 레이더상 모습이 오(伍)와 열(列)을 맞추어 하얀빛으로 빛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중에 약간 빈자리가 넓어 보이는 장소가 우리에게 지정된 자리임을 확인하며 찾아 들어가 닻을 내려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레이더 화면을 열심히 보면서 지정된 우리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동안 흡사 예전에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 <앞으로 나란히!>라는 구호를 처음 들으며 열심히 앞사람과의 간격을 맞추어 줄을 서던 옛 생각을 떠 올려보며 고소를 짓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운 구령대로 같은 반 아이들과 줄을 서서 전교생이 참여하는 조회에라도 참석했을 때 아이들이 만들었던 어딘가 조금씩 삐뚤어진 줄 서기가 나타나던 모습처럼 지금 이곳 달림풀 베이에서 투묘 대기하고 있는 배들의 정렬한 모습도 지정된 투묘지 내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정 중앙이냐 아니면 약간 한쪽으로 치우쳐 투묘한 거냐에 따라 쪼끔 삐뚤어진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배들의 자리 차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레이더의 탐지 거리 스케일을 12마일이나 24마일로 넓혀서 보면 깨알 같이 작아진 하얀 점으로 표시되며 훨씬 오와 열이 잘 맞아진 모습으로 변해주기는 한다.
벌써 이런 대기 중인 시간을 일주일 정도 보내고 있지만 낚시질할 생각은 아예 없이 지내고 있다.
저녁때만 되면 열심히 낚시를 시작하는 몇몇의 선원을 보면서도 관심을 끄고 있었는데 오늘은 새벽 운동으로 갑판을 돌다가 인도네시아 2 기사와 필리핀인 기관부 선원 한 명이 후미 갑판에서 낚시를 드리운 채 연신 손끝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과 만났다.
어느 순간 낚싯줄을 잡아채는 모습을 보이더니 바쁘게 낚싯줄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가던 걸음을 더욱 재촉하며 그 옆으로 가니 이미 먼저 잡혀 올라온 고기들이 푸드덕거림은 멎었지만 가뿐 숨쉬기를 계속하고 있는 몇 마리가 널브러져 있는 게 보인다.
방금 걷어 올리는 낚시에서 또 한 마리를 추가로 끌어내면서 저 쪽에는 더 많은 고기가 올라와 있다고 우쭐하는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그곳은 2 기사의 낚시터이다. 바스켓 하나 가득 채우고도 넘쳐 나와 바닥에 흩어져 있는 고기를 보며 잠시 운동하던 발걸음을 멈추며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