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복이 많아 그런 모양이지요

아픔을 달래려고 일에 빠져 들려는 사람

by 전희태
090831-A2_0121.jpg 맨홀 커버의 프레임도 같이 금이 간 상태에서 용접을 위해 준비해 둔 모습


-나는 일 복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 모양이지요?

금 항차 달림풀 베이 외항에서 투묘 대기하고 있은 기간이 짧은 기간이 아니건만 그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갑판상에서 용접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 일을 하나하나 해결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기관실의 계기가 말썽을 일으켜 새롭게 수리해야 할 일이 또 터졌다는 보고를 일기사로부터 보고 받으며 기관장이 한 말이다.


-얼마 전에는 갱웨이 모터가 말썽을 부리더니, 이번에는 청정기 팬이 말썽을 부리는 걸 보니, 우리 배의 나이도 이젠 비슷한 일들이 계속 터질 때가 된 모양이지요? 하고 물은 내 말에는,

-그동안 제대로 MAINTENANCE를 하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지요.

의외의 대답이 덧 붙여진다.


다른 기관사가 들었다면, 듣기에 따라서는 자신들을 힐난한다거나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기관장의 대답은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다고 느껴진다.


과업 중에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일을 찾아 나서고 언제나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볼 때마다 그래 선박의 기관사라면 저렇게 점검과 정비와 그리고 수리까지도 직접 나서서 해 내는 실력도 가지고, 모든 일을 긍정적인 판단 하에 펼쳐내는 성취에 대한 정열도 있어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고 있었다.


승선 생활 중 종종 만날 수 있었던 일에 부닥치면 요 핑계 조 핑계를 대며 피해 보려고 안달을 내는 기관사가 되다 만 기관사를 만났을 때 느꼈던 자괴감이 이번 기관장을 만나서는 일하는 솜씨나 일을 대하는 마음 씀씀이를 곁에서 지켜볼 때마다 나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상황은 참 좋 유쾌한 일이다.


주갑판상 TOP SIDE BALLAST TANK의 맨홀 귀퉁이가 갑판과 함께 실금으로 찢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용접하고 있는 그를 보러 갑판으로 나갔다.

090803-A2_0031.jpg 맨홀을 용접하고 있는 박 기관장의 모습


사실 이런 용접 일은 좀 특수 작업에 속하는 일이다. 용접을 한다는 사람이라고 누구나 모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용접에 대한 조예가 있고 꼼꼼한 일솜씨가 요구되는 기술도 필요한 일이다.


우선 실금이 나가고 있는 전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그 부근 부위를 깨끗하게 그라인딩 하여 실금이 점점 퍼져가고 있는 곳 끝단을 찾아내어 그 장소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준다. 이른바 STOP HOLE이다. 금이 뻗쳐 나가다가 그 구멍에 빠지면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멈추게 유도하는 구멍이라 하여 스톱 홀인 것이다.


그래 놓고 금이 난 부위를 가운데로 하여 V자형으로 깊게 홈을 파 준 후 나중에 용접으로 살을 채워 넣게 만들어 보강해주는 것이다.


충분히 꼼꼼하게 용접을 하여 철판과 용접봉이 하나로 녹으며 만족할 만큼 살이 입혀지면 고르게 그라인딩을 한 후 마지막으로 그곳에 페인트를 칠해 주어 마무리 지으면 끝이 난다.


말이야 쉽지만 용접하는 사이사이로 용접봉의 똥(스러그)을 깨끗하게 털어낸 후 그 위로 다시 용접을 해야 하는 일을 계속 반복해서 꼼꼼하게 시행하는 일이기에 오히려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초조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작업이다.


물 위에 떠있는 선체가 받게 되는 응력에 선체도 같이 움직여 주며 그 힘을 흡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면 괜찮지만 유연성이 모자라서 버티지 못한다면 극단적일 경우(태풍 등으로 강한 외력을 받게 되는 경우 등) 선체가 두 동강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까지는 안 가더라도 받아들인 응력을 소화해 내지 못하는 약한 부분이 살짝 실금으로 나타나는 CRACK으로 발전하는 경우 빨리 잡아주지 않으면 황천 상황을 만났을 경우 역시 찢어질 수 있는 어려운 일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CRACK이 계속 발전하면 궁극에는 선체를 토막 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 배는 선체 중앙부인 4번 창 사이의 갑판이 그런 힘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인지 그곳에서 실금을 내 보이는 맨홀 커버가 있다. N03.TWBT(TOP SIDE WING BALLAST TANK)에 장착된 맨홀은 좌우현에 각각 세 개씩 여섯 개가 있는데 그중 좌우의 중간과 후부 쪽에 있는 네 개가 말썽을 부리고 있으며 그중 심한 것은 4번 창 뒤쪽과 5번 창 앞쪽의 크로스 덱크 사이드에 있는 것들이 좀 심한 편이다.


스스로 일복이 많다고 이야기하며 기관장이 직접 나서서 용접을 하여 안전하게 끝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배를 대내외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내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인복을 가진 채 승선하고 있음에 감사하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일에 파묻히며 생활하려는 기관장의 속내에는 부인이 대장암으로 작년에 세상을 버렸다는 슬픈 아픔이 존재한다는 상황을 알게 되면서, 비록 같은 병이지만 대장을 다 잘라 낸 후 지금은 완쾌 판정을 받은 아내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말 사랑하는 반려자를 대장암으로 인해 먼저 보내고 실의에 빠진 채 있었지만, 그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일하는 데 빠져들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우리 배에 부임해 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가 그런 아픈 마음에서 하루라도 빨리 헤어나 남아 있는 가족인 아들, 딸 남매와 행복한 생활에 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파이팅 박 기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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