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과일 두리안

그 독특한 냄새에 빠져든다

by 전희태


우스개 소리치고는 꽤나 풍이 섞인 이런 이야기가 있다.


600년 이란 시간을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지배하던 역사를 접어야 했을 때 네덜란드의 여왕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에서 떼어내 주는 것은 괜찮지만 두리안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던가?


하여간 과일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두리안. 그러나 그 모습은 결코 여왕의 모습이 아니라 서양의 흑기사들이 들고 설치던 철추 끝에 매단 뾰족뾰족한 가시가 촘촘히 박힌 철구 모양을 가진 무척 위협적인 모습이다.


예전 인도네시아의 원목을 운반하러 다니던 시절에 만났던 현지에 파견되어 있던 한국상사의 직원들 말에 의하면, 두리안 나무도 큰 원목 재료로 쓰인다고 했다.


 또한 두리안 열매는 잘 익었다고 사람들 머리 위로 직접 떨어지는 위험한 일은 결코 안 하는 아주 착한(?) 과일이라는 말을 덧붙여 주어 웃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러나 여행객이 지참하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일은 거절된다는 말이 있는 그 독특한 냄새는 좋아하는 사람이야 오금이 저릴 정도로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고개를 홱 돌리게 만드는 매력 아닌 매력도 가지고 있다.


기관장의 필리핀에 살고 있는 동생이 배를 찾아오며 선물로 가져다준 두리안을 놓고 어찌해야 하나 잠깐 망설였지만 까짓 거 배 안에서 냄새가 난들 선장인 나보고 어쩔 것인가 하는 만용(?)을 부리며 먹어 보기로 했다.


많이 익어서인지 배시시 껍질의 결을 따라 저절로 한쪽이 입을 벌리기 시작하니 어느새 냄새가 방안 가득 차 버려 그 냄새의 강도에 파묻히니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생각은 어느덧 사라지고 달콤한 향기만이 한 번씩 코끝을 스쳐 지난다.


잠깐 밖에 나갈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서 다시 방문을 열면, 훅 끼쳐오는 냄새가 과연 두리안이로구나!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두리안의 기막힌 냄새가 실은 열대 지방의 독특한 향기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내 승선의 초기에 싱가포르를 처음으로 찾아가 상륙했던 날 저녁 무렵의 거리에서였다.


그날 밤은 열대의 좀은 후꾼 한 훈기가 배어 있는 거리에서 새 문물을 처음으로 보게 되는 경험에 마음도 좀 들떠 있었던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칼라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이었는데 그 거리의 상점에서는 칼라 텔레비전을 내어 놓고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며 한 번씩 서서 구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바쁜 일 없는 상륙으로 지나가는 길이었기에 얼핏 칼라 텔레비전의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더 지나야 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잠깐 서서 보기로 했다.


나 말고도 현지인들도 몇 명 서서 구경하고 있은 것으로 보아 그들 역시 칼라 텔레비전을 만난 형편이 얼마 되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을 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몇 분간 구경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나 야시장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을 때, 살짝 스쳐 지나는 바람결에 달콤함을 품은 독특한 향기가 코끝에 스며 들어왔다.


처음으로 맡아보는 그 냄새는 어느 정도의 콤콤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지만 절로 입안에 침을 괴이게 하는 달달함이 아주 매혹적이었다.


당시는 그게 어떤 냄새인지 알아내지 못하고 그저 열대지방 특유의 냄새이겠거니 했지만 그 후 원목선을 타고 인도네시아에 기항하며 두리안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냄새가 옅게 은은하게 퍼져 나가게 되면 아주 달콤한 열대의 독특한 냄새로 된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이다.


두리안을 쪼갰을 때 처음 나오는 짙은 냄새는 역할 수도 있는 구린 냄새 같지만 그게 멀리 옅게 퍼져 나가면 그럴 수 없이 유혹을 느끼게 하는 달콤한 향기로 변한다는 걸 터득하면 서부터는 나도 두리안을 예찬하며 아주 좋아하는 과일로 치부하기에 이른 것이다.


열이 많은 과일이라 술을 마신 후 먹으면 열이 너무 오른다는 말도 듣기는 했지만 별로 느끼지 못했고, 씨앗은 먹지 않는다고 했지만 설마 무슨 일이 있으랴 싶어 용기를 내어 먹어보니 밤이나 고구마 맛 같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왜 먹지 않는 거라고 하는지는 아직까지 그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는 크림 같은 과육을 먹기 위해 주머니 모양의 겉껍질을 살짝 찢어낸 후 떠내어 입에 퍼 넣으면 입안 가득 감돌게 되는 맛과 향은 이미 그 향기에 파묻혀 버린 상태이므로 고약하다는 냄새는 사라지고 없어져 버린, 오묘한 - 두리안을 먹는- 일로 되는 것이다.


두리안을 두고 처음 이야기한 농담이 농담 같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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