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이 직접 부식을 구입하다

by 전희태
0911018-PAGBILAO_0131.jpg 이 부두에 싣고 온 식료품을 내려 놓은 후 본선 크레인으로 선적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다 막아 놓고, 자신들만이 독점적인 장사를 할 수 있게 한 상황 아래에서 관의 허가를 받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쉽게 선식 장사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여겨지는 부두이다.


 그렇듯이 이곳 필리핀의 Pagbilao 발전소 부두는 총을 든 경비원들이 지키며 출입에 제법 까다로운 절차가 개입되어 있는 불개항장 항구이다.


 어쩌다 연속으로 이곳에 기항하여 석탄을 풀어주는 항차가 이어지고 있었다.


같이 승선근무를 하고 있는 필리핀 선원들은 정박 기간 동안 가족들을 불러서 같이 있게 되었으니 아주 좋아라 하는 모습에 절로 시샘을 안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러니 한국 선원들은 어쩌다 상륙을 하여도 별로 볼 것이 없는 시내를 맴돌다 들어오던가 발전소 정문이 닫히는 밤 열 시를 넘길 것 같으면 시내 호텔-여관급-에서 자고 아침 일찍 들어오는 일로 겨우 마음을 달래는 정도로 지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틀이면 충분히 양하를 끝낼 화물 양이지만 이곳은 닷새나 걸리고 있으니 선원들 입장에서는 육지에 도착해 좀 쉬었다 가는 데 시간을 배려해 줄 수 있는 바람직한 곳이기는 하다.


 보름 전쯤에 왔을 때 현지 선식 회사를 통해 부식을 실었었는데, 너무 터무니없는 비싼 가격으로 공급을 해 줘서 이번 항차까지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선원들이 직접 나서서 부식을 구입하기로 했다.


 정식의 현지 업체를 통해서 선식을 구입하고 경리 처리하는 게 회사에 대해서 적법하고 타당한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폭리를 취하는 현지 업체의 횡포에 대항해서 본선 선원들 스스로가 나서서 직접 구입하는 방법으로 우리들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방어하려는 것이다.


회사는 이런 일련의 일들을 예외로 인정하는 불문율을 가지고 있어 될수록 정확히 계산하여 제출하는 선원들 스스로 작성한 영수증을 접수해 주는 것이다.


하루 일과로 날품팔이 일이 될 수는 있지만, 육지의 바람을 쐬면서 그곳의 음식 맛도 볼 수 있는 상황이라 직접 구입에 참여하라고 요청받은 선원들은 아무도 안 하겠다고 뒤로 빼지 않고 동참하며 상륙하였다.


 대절한 차량이 모두를 싣고 배 곁을 떠나 Lucena 시내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자 우선 부식을 구입할 수 있는 곳부터 살펴 가기로 한다.


 이곳 발전소 부두가 있는 Pagbilao섬을 벗어나면서 자동차로 한 시간 좀 못 걸리는 거리로 떨어져 있는 Lucena시의 시내에 있는 슈퍼마켓을 목적지로 삼았다.


그곳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환전하려는 달러의 일련번호를 적어내어 확인받은 후 약 45대 1의 환율로 필리핀의 페소(PESO)화로 돈을 바꾸어 든 후 구입은 시작되었다.


미화 2천 달러를 환전하는데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와 필리핀 두 나라 사람이 섞인 모두 아홉 명의 선원들로 구성된 구입 팀은 필요한 물품을 골라서 계산대에서 만난 후 2 항사가 대표로 대금을 지불한 후 밖에서 기다리는 렌터카인 중형 밴에다 부식을 옮겨 실었다.


 열대의 한낮이지만 슈퍼마켓에 들어가 있을 때는 에어컨디셔너로 시원하여 몰랐던 더위가 부식 구매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화끈하는 열기를 뒤집어 씌우며 달려드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


 아직은 이른 저녁 시간이지만 배로 들어가면 식사시간에 늦어지니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한다.


좀은 바쁘게 물건을 고르며 슈퍼마켓을 훑고 다녔던 형편에서 이제 먹을 것으로 배를 채우며 편안한 마음이 되니, 눈은 관광거리를 찾아 사방을 훑어 보건만 마음에 드는 풍광은 찾을 수가 없다.


 그냥 구입한 부식을 싣고 배로 돌아가기로 작정하며 마지막으로 산미구엘 맥주도 사서 싣고 Lucena시를 빠져나온다.


이윽고 도착한 발전소 정문에서 경비원들이 체크하면서, 술은 자신들이 맡아서 보관하다가 출항할 때 돌려주겠다는 말을 하며 통과를 막는다.


부두에 정박하고 있을 때 술을 마시므로 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란다.


필리핀 선원들이 개인적으로 샀던 주류 종류도 모두 같은 조치를 당했다. 그들의 룰이 그렇다니 따라 주기로 하여 내려놓고 들어왔다.


 출항하던 날 바쁘게 찾아가서 그렇게 맡겨 두었던 맥주와 술을 모두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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