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장의 고집
위의 사진은 유칼리나무 잎만 먹고사는 녀석에게 과자를 주려는 것이 이상해서 한 장 찍었던 것이다.-과자는 아무래도 간이 있어 그들에겐 짤 테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찍었던 사진이다.
이번 토요일 오후에 있을 양고기 바비큐 파티는, 바닷가 휴양지에 자리한 그럴 듯한 호텔의 안마당 격인 모래사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괜찮은 풍경을 상상하며 식사할 수 있는, 우리들의 지루한 항해 속에 한 번씩 기다려지는 야외 나들이나 이동 뷔페 랄 수가 있는 모임이다.
다시 말해서, 배안에서는 늘 서열 순으로 배당된 식당 자기 식탁에서 식사하는 따분함에 식상하는 선원들 마음을 한 번씩 보듬어 줄 수 있도록, 매 항차 항해 중인 때에 맞춤 행사로 자리매김된 선내의 작은 파티로 보면 될 것 같다.
POOP DECK(선미 갑판)에서 준비하고 있는 금 항차 불고기 파티는 양고기 구이를 주 메뉴로 가지고 모처럼의 푸른 하늘을 천정 삼아, 달리는 배의 외판에 부딪쳐서 나는 물소리와 어울린 엔진의 역동적인 기관 음을 마치 오케스트라의 그럴 듯한 연주음으로 귀에 담으며 흥겹게 시작될 것이다.
선내 식당의 식탁보다야 불편한 점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래도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다 보니 좋은 점이 훨씬 커 보이는 형세임은 평소보다 식사량이 월등히 많아지는 걸 봐서도 알겠다.
어쨌거나 자주 있는 행사도 아니고, 한 항차에 하루 정도 있는 행사이니 대부분의 선원들은 은근히 기다려 보게 되는 일 중의 하나 이기도하다.
그런 일을 진행하려는 날은 날씨도 좋고, 파도도 없는 그야말로 기상 상황도 최고인 토요일이 선택되므로 이모저모를 봐서도 기다려지는 날이 될 수밖에 없는 거다.
오늘이 토요일이고 날씨도 무척 좋다. 점심 식사가 끝난 다음부터 벌써 화덕의 불을 준비하는 바쁜 부원들의 모습이 후부 갑판에서 눈에 뜨이기에 나도 은근한 기대감을 갖는다.
행사 준비가 다되었으니 선내 방송을 하겠다는 당직사관의 연락을 받으며, 나도 이른 참석을 위해 방을 나서서 행사 현장인 선미 갑판 쪽으로 내려갔다.
한편, 지난 항차의 같은 행사 때 양고기의 양념이, 출항 전에 연가 하선한 전임 조리장 때보다 간이 조금 짜게 된 편으로 느껴지어, 교대하여 승선한 지금의 조리장에게 짜다고 이야기했더니.
-알았습니다. 다음엔 간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도,
-양고기는 간이 싱거우면 좋지 않습니다.라는 덧붙이는 꼬리말을 남겼었다.
그 일을 기억하면서 오늘의 간을 맛보니 역시 지난번과 별다름 없이 짜게 느껴진다.
조리장다운 고집이 있어 자신이 짜지 않다고 생각하고 양념한 것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인지는 몰라도 마침 옆에 있던 기관장에게 짜지 않은가? 물었을 때 그도 내 입맛에 동의하며 짠 편이라고 거들어 주었다.
주위의 다른 사람도 그런 눈치가 보이나 적당히 참아 넘기는 모양이고, 각자의 입맛도 천차만별이라 어쩔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간을 좀 과하게 쓰고 있다는 증거도 되니 참고하여 소금의 사용량을 줄였으면 바란다는 의미를 다시 강조해 주었다.
그런데 조리장은 선장님은 싱겁게 드는 입맛이라며 내 음식 간을 따로 싱겁게 대접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작정했다며, 남들이 보면 좀 싱겁게 음식을 들면서 짜다고 불평을 한다고 여겨지는 나의 입맛에 대처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서 그리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를 위시한 짜게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양념한 양고기를 이미 준비했지만, 좀 전 간을 맛 보인 것은 자신이 우기는 쪽의 간으로 한 걸 뵈어 준 것이란다.
어쨌거나 자신의 간이 알맞다는 믿음 속에,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타인의 간섭(?)을 조금이라도 용납하고 싶지 않은 장인정신을 보이는 조리장에 대해 호불호의 양극단으로 치닫는 작은 갈등도 보이는데 개중에는 음식을 짜게 만들어서 전체적인 먹는(부식 소비)양을 좀 줄이려 하는 조리장다운 심사가 있어서 그런다는 눈길을 보내는 선원들도 있다.
드디어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었다.
짜지 않게 양념한 고기부터 먼저 배식되었지만 곧 떨어지고 나서 나머지 좀 짜다 싶게 양념한 고기가 소비되는 걸 봐서도, 현재 우리 배의 간은 좀 센 게 확실한 것 같다.
어느새 즐거운 시간의 끝이 어둠과 함께 찾아왔다. 한 번 더 우스개 농담을 꼬집어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리장님! 오늘 수고하셨어요. 헌데 다음 항차엔 소금 구입이 없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