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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 중 첫 사건

호떡장사 부녀를 만난 식구들의 감상

by 전희태
IMG_6437(7006)1.jpg 시멘트 포장으로 범벅된 틈새에서 자라는 강인한 생명


어느새 배를 내리고 연가를 즐기는 속에 일주일이 훌쩍 지나고 있다.

배를 타느라 소원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려고, 오랜만의 주말 외출을 교외의 바닷가로 찾아가 생선회라도 한 접시 즐기자며 나서기로 했다. 가족은 어머니와 우리 내외, 둘째 남동생, 그리고 막내 남동생 내외해서 모두 여섯 명이다.

차를 타고 집을 나서면서야 매스컴을 통하거나 입소문을 통해 자주 접하던 소래포구로 목적지를 정하면서 막내 동생이 운전하는 차를 이용하여 나선 길이다.

배를 내린 홀가분한 마음에서 연가를 즐기려고, 형제들과 같이 가족 나들이를 겸해서 나선 것인데, 막상 현장에 가 보니, 귀로 듣기만 하고 머릿속으론 그리기만 했던 소래포구와는 너무나 달라있는 현실이 아쉬움을 더해주어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르고 싶지가 않았다.

선전과 광고가 많이 되어 있는 형편이라 그런 거겠지만, 생각하고 기대했던 낭만은 그 어디에도 없고 가락시장이나 노량진 수산시장을 뺨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와 잡다함에 그저 실망스러울 뿐이다.

그래도 기왕 나왔으니 오늘 먹을 생선 횟감이나 사고, 김치 담그는 데 쓰일 새우 젓갈이나 흥정하여 한 보따리 만든 후 집에 가서 늦은 점심이지만 함께 들자는 거로 의견의 일치를 이루었다.

그곳을 찾았던 오전에 많이 몰려드는 차들 때문에 힘들게 한자리 차지했던 주차장에서 동생이 다시 차를 뽑아 내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길모퉁이 좀 한산한 곳에 서서 있었다. 마침 그곳 한 귀퉁이에서 호떡을 구워 팔고 있는 새것으로 보이는 좌판 수레를 만났다.


결코 그런 장사가 될 것 같지도 않은 장소에서, 호떡 장사할 사람으로도 보이지 않는, 처음 시작한 솜씨로 짐작되는 40대 후반쯤의 아버지가 좌판에서 열심히 호떡을 굽고 있고, 그 옆에는 딸로 보이는 갓 여고생이 되었을 법한 사복의 여학생이 어정쩡한 모습으로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간절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제법 많은 숫자의 지진 호떡이 쌓여 가건만 아무런 호객 행위도 못한 채, 그냥 시선이 스치면 당황한 눈길을 피하듯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식구들 모두는 너나없이 의기투합에 빠져들은 행동되어 호떡 좌판 앞으로 다가섰다.


-호떡 한 장에 얼마예요?

맨 앞장선 내가 물었다.

-예, 5백 원입니다.

그 아버지가 멈츳이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럼 열 장 주세요.

내 뒤에 섰던 둘째 동생이 거들고 나선다.

-그거 만 사면, 우리 모두 먹을 수 있겠어요?

이번엔 끌어 온 차를 도로 옆에 세우며 나타난 막내 동생이 거들고 나선다.


어머니께서는 자식들이 하는 일을 빙그레 미소를 띤 채 그냥 보고만 계신다.

-그렇긴 하네~ 그럼, 점심 대신해서 좀 더 사지 뭐!

나의 최종적인 의견으로 우리는 점심을 먹을 때까지 각자가 배고픔을 참을 수 있을 만큼의 호떡을 더 샀다.

-많이 많이 파세요.

우리들은 저마다 덕담을 품은 인사를 건네주며 집을 향한 동생의 차에 다시 올랐다.


그리고 떠나는 차 안에서 부녀에 대한 각자의 상상에 떠오른 이야기를 제 각각의 느낌대로 뱉어내기 시작한다.

명퇴를 당했음직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도우려 나와 있음직한 딸일 것이란 공통적으로 그들 부녀를 관찰 한 우리 식구 모두의 마음 저변에는, 그렇게 시작한 이 장사가 잘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 역시 똑같아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가 생활의 어려움으로 딱해 보이는 그 두 부녀를 대함에, 그저 순수하고 따뜻한 정감이 배어있는 숨결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려는 그런 가족이구나! 스스로 확인받은 애틋한 기분 때문에 한동안 침묵도 흘렀다.


이윽고 봉지에 들은 호떡을 각자에게 나누어 주며 점심 요기 대신을 하기 시작한다. 한입 베어 물은 호떡에서 따끈한 설탕물 소가 흘러나와 손가락을 살짝 뜨겁게 적셔주는데, 혀끝은 서슴없이 그걸 핥아서 목구멍 너머로 삼켜주느라 부산하다.

모처럼의 좋은 경험으로 은은한 삶의 향기에 취하게 된 외출을 즐거워하며 그렇게 호떡을 먹는 동안 차도 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BCҷ%A1%C6%F7%B1%B8(8696)1.jpg 소래포구에서 Photo By 전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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