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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an 05. 2019

호주 PORT HEDLAND 도착


 순항하고 있는 본선이 PORT HEDLAND의 외항 대기 투묘지 도착을 3시간쯤 남겨둔 시점에 도착하고 있다. 

VHF전화를 들어 항만당국에 한 시간 정도 빨라질 도착 예정 시각을 알려준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더 이상 이르게 도착되지 않도록 주기 RPM을 조정해서 속력을 조금 내려 주도록 지시한다.


 날씨도 쾌청하니 바랄 것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더 달릴 무렵부터 바람이 슬슬 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하얀 바람꽃을 일구어 내면서 급기야는 선수를 쥐어박는 파도 까지도 일으켜 세워준다. 


 방 안에서 쿵 하며 좀 흔들리는 선체 운동을 감지하며 얼른 내다본 창 밖 풍경은 그사이 생선 비늘 같은 가늘게 번쩍거림으로 덮인 해면을 밝은 태양 아래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큰 파도는 아니지만 LIGHT BALLAST CONDITION으로 이 바다를 건너온 우리 배에게, 왜? HEAVY BALLAST로 황천항해에 대비하지 않았느냐고 딴죽걸기라도 하려는 모양이다.


  이럴 때이면 늘 하듯이 겸허한 마음으로 심신을 다잡으며, 모든 사정을 참작하시어 어서 바람을 거두게 하소서! 하는 간구하는 심정이 되곤 한다. 안전항해로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주위를 찬찬히 살피며 이번 항차의 마무리를 위해 브리지에 계속 머물러 조선에 임하기로 한다.


  다행히 바람도 더 이상 문제 됨이 없이 수그러진 속에  드디어 투묘 정박 예정지 입구에 도착했다. 


 외항 투묘지에 들어서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E2, E3 BEACON의 비좁은 사잇길 수로로 선수를 들이밀기 위해 수동 조타로 바꾸어 접근을 시작한다. 

E2, E3 BEACON의 비좁은 사잇길 수로로 선수를 들이민 모습.

  

 황사로 시정이 좀 나빠진 불량한 시야로 인해 물표의 모습이 2마일까지 가까워져도 확인할 길이 없다.

열심히 쌍안경을 들어 찾으니 드디어 뿌옇게 눈에 들어오는 비콘의 모습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그 중앙을 향해 침로를 수정해주며 진입을 시작한다. 이미 엔진은 반속을 거쳐 저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 배가 닻을 내려야 할 위치를 찾아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먼저 와서 투묘한 채 기다리고 있든 배들의 모습이 레이더 상에 하얗게 깔려 있는 점들로 보이는 속에서 그나마 투묘하기에 마땅한 공간을 가진 곳을 살펴본다. 


 한 척 두 척 세어보니 모두 열일곱 척의 배가 적당히 간격을 벌리어 흩어지듯 모여 있지만 자세히 살피니 그중에서도 간격이 제법 벌어져 있어 그곳에 들어가 닻을 내릴 만한 곳 서너 군데를 찾아 해도에 옮기어 투묘 부적합 지역은 아닌 지부터 살피어 본다.


  그중에 제일 알맞은 곳을 찾아 그곳을 향하기로 작정을 한다. 


 마침 E2, E3를 통과한 후 오른쪽으로 틀어 얼마 안 가서 투묘하고 있는 한 배를 지나 다음에 있는 다른 배 사이가 제일 무난해 보이는 넓이를 가지고 있다. 


  더하여 그곳을 투묘 예정지로 택한 다른 한 이유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짧은 거리 안에 있기에 닻을 내리는 시간도 그에 따라 짧아지고, NR TENDER를 할 시간도 그만큼 빨라지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파이로트 승선 지역을 가려면 그만큼 더 멀리 떨어져 있어, 준비 시간을 빨리 해야 하는 불리함은 있지만 NR TENDER 시간을 빨리 하는 이점은 그를 커버하고도 남음이 있는 장사이다.  


 1118시에 우현 묘를 투묘 9 샤클까지 신출해 주고 항만당국에 보고를 해주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호주 PORT HEDLAND에 도착한 것이다.


  5월 3일이 접안 예정일이라는 대리점의 연락대로 그 날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바쁘게 진행해 왔던 일들을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행할 수 있는 게 한숨 돌리게 되는 계기를 준 게 좀 늦어지는 접안 예정을 반기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PORT HEDLAND 묘박지에 투묘하고 있을 때 투묘 중 후미 갑판에서 낚시로 끌어올린 고기


 도선사를 승선시키려 나타난 헬기/ 선창 검사를 할 수 있게 미리 열어 놓으라 지시받은 첫 번째 선적 선창인 4번 창은 해치커버를 열어 놨다.

배의 조선을 돕기 위해 헬기에서 내려 브리지에 나타난 도선사


현대상선 선박의 선미 쪽 NELSON-B 부두에 접안 작업을 위해 180도 터닝 하여 접근하는 본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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